오늘은 “비밀의 방”이라는 같은 제목을 달고 나온 세 권의 그림책을 함께 보려고 합니다. 제목 그대로 세 권의 그림책엔 모두 ‘비밀의 방’이 나옵니다. 하지만 세 개의 ‘비밀의 방’은 저마다 다른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첫번째 ‘비밀의 방’은 나눔과 소통의 공간입니다. 두번째 ‘비밀의 방’은 아이들의 순수한 상상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상상과 사색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비밀의 방’은 자기수양의 공간입니다. 마음의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 보고 늘 한결같은 초심으로 살아가기 위해 끝없는 자아성찰을 하는 공간입니다.

여러분도 ‘비밀의 방’을 갖고 있나요? 아직 없다면 어떤 ‘비밀의 방’이 필요하신가요? 우리 아이들은 어떤 ‘비밀의 방’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 가고 있을까요?


비밀의 방, 미야코시 아키코
책표지 : Daum 책
비밀의 방 – 미야코시 아키코

글/그림 미야코시 아키코 | 옮김 양선하 | 한림출판사

비밀의 방

새로 이사 온 아이는 설레이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낯선 동네를 하나씩 눈에 익혀갑니다. 조용한 풀밭에서 예쁜 꽃들을 따는데 정신이 팔렸던 아이는 지나가는 검은 고양이 한마리에 눈길을 빼앗깁니다. 부리나케 고양이를 쫓아가려는데 녀석이 수풀 속으로 쏘옥 하고 들어가 버리고 맙니다.

비밀의 방, 미야코시 아키코

고양이를 뒤쫓아 헤치고 들어간 수풀 속에는 아늑한 공간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치 조용한 방 같은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새로 이사를 온 곳에서 첫날부터 이렇게 멋진 공간을 발견한 아이는 새로 갖게 된 자신만의 비밀의 방을 찬찬히 둘러 봅니다. 그런데 덤불 속 비밀의 방 한 켠에 바구니가 얌전히 놓여 있습니다.

비밀의 방, 미야코시 아키코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이는 바구니 위에 덮인 테이블를 들춰 봅니다. 아이 마음에 쏙 드는 소꿉놀이가 들어 있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을 모두 초대해서 티파티를 열어도 좋을만큼 멋진 도자기 찻잔 세트였습니다. 아이는 다시 테이블보를 조심스레 덮은 뒤 좀 전에 땄던 예쁜 꽃들을 그 위에 보기 좋게 놓아 줍니다.

아이는 궁금합니다. 찻잔 세트의 주인은 과연 어떤 아이일까? 나랑 잘 맞으면 참 좋겠는데… 나보다 언니일까 동생일까? 동갑내기 친구였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들을 하며 새로 만날 친구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뜬 아이.

비밀의 방, 미야코시 아키코

소꿉놀이와 잘 어울릴만한 장난감들을 바구니 옆에 갖다 놓기 위해 아이는 다시 비밀의 방을 찾습니다. 어~ 그런데 아까까지만 해도 바구니에 담겨 있던 찻잔 세트들이 활짝 펼친 테이블보 위에 예쁘게 차려져 있지 뭐예요.

비밀의 방, 미야코시 아키코

그리고 들려 오는 반가운 목소리.

네가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아이구나.
바구니 위에 꽃 올려 둔 거 너 맞지?
고마워!

가식 없는 아이들의 소통

방금 만났지만 두 아이는 전혀 스스럼 없이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리고 마치 오랜 친구인양 서로의 것을 함께 나누며 오붓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티 하나 없이 맑디맑은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듯 은은하고 순수한 느낌의 그림을 통해 우리 이웃에게 마음을 여는 법을 가르쳐 주는 그림책, “비밀의 방”.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베풀면 됩니다. 베풀라고 하니 왠지 거창해 보이지만 우리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작은 배려의 손길이 얼마나 세상을 변화시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내가 먼저’라는 마음으로 먼저 손을 내밀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비밀의 방,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책표지 : 보물창고
비밀의 방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원제 : Allrakäraste Syster)
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그림 한스 아놀드 | 옮김 이유진 | 보물창고

비밀의 방

윌바리는 나를 무척 좋아해요.
아빠는 엄마를 가장 좋아하고,
엄마는 지난 봄에 태어난 남동생을 가장 좋아해요.
하지만 윌바리는 나만 좋아해요.

귀여운 꼬마 아가씨 베라에게는 언제나 자기만을 좋아해 주는 동생 윌바리가 있습니다. 베라와 똑같이 생긴 쌍둥이 동생이죠. 아빠는 엄마를 가장 좋아하고, 엄마는 남동생을 가장 좋아하지만 윌바리는 늘 언니 베라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언니를 부를 때도 그냥 언니라고 하지 않고 ‘사랑하는 언니’라고 부르며 베라에 대한 사랑을 매번 확인시켜 줍니다.

그런데, 윌바리는 베라와 함께 살지 않아요. 윌바리는 장미덤불 아래 작은 구멍 속에 있는 길고 긴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야만 하는 ‘비밀의 방’에서 살고 있어요. 윌바리는 그 곳의 여왕이라 베라가 놀러 가면 베라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줄 수 있어요. 엄마 아빠는 남동생에게 해롭다면서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게 했는데, 윌바리는 언니를 위해 작고 까만 강아지를 선물했어요. 심지어 두마리나 말이죠. 베라의 강아지 이름은 루프, 윌바리의 강아지 이름은 두프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비밀의 방,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베라와 윌바리는 숲 속에서 말을 타고 달리다 못된 괴물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착한 요정들이 만들어 주는 맛있는 캬라멜도 맛보며 신나는 모험을 즐깁니다. 그러다 지치면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흐르는 다리 위에서 나무들의 연주에 맞춰 부르는 꽃들의 노래를 들으며 쉬기도 하면서 말이죠.

비밀의 방,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행복한 마음으로 꽃들의 노래를 듣고 있는 베라에게 윌바리는 갑자기 시무룩해진 채 말합니다.

사랑하는 언니야,
살리콘의 장미가 시들면 나는 죽을거야.

살리콘은 베라가 윌바리를 만나러 오는 통로인 장미덤불을 말하는거예요. 자기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 주는 동생 윌바리가 갑자기 죽는대요. 충격을 받은 베라는 말에 올라타서 달리고 또 달렸어요. 눈물이 흐르는 걸 멈출 수가 없었어요.

비밀의 방,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이윽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길고 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내내 베라는 아쉬워 하며 계속 아래를 내려다 봅니다. 어쩌면 다시는 동생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슬픈 생각이 듭니다. 베라를 배웅 나온 동물들의 표정엔 아쉬움보다는 기쁨이 담겨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언제까지나 이 곳에 남아 있을 수는 없어. 시냇물이 흘러 큰 강으로 나가고, 강물이 흘러 흘러 먼 바다로 나가듯 네가 가야 할 길을 가도록 해!” 라고 말이죠.

비밀의 방,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드디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남동생만 좋아하던 엄마가 베라를 와락 끌어안고는 하루 종일 어딜 갔었냐며 눈물을 흘립니다. 베라를 끌어안고 정신 없이 뽀뽀를 해주던 엄마는 방에 아빠의 선물이 있다고 알려 줍니다. 얼른 뛰어가 보니 비밀의 방에 사는 루프보다 훨씬 더 예쁜 강아지가 베라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엄마는 강아지 이름이 ‘루프’라고 알려줬어요. 신기한 일이죠? 엄마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나는 루프가 너무 좋아서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어요.
루프는 내 침대 옆 바구니 안에서 잠들었어요.
루프는 내 강아지예요.

오늘 아침 정원에 나가 보니
살리콘의 장미가 모두 시들어 있었어요.
비밀의 방으로 가는 구멍도 사라져 더 이상 찾을 수가 없었어요.

꿈 꾸고 상상하며 스스로 자라는 우리 아이들

지난 봄 태어난 남동생에게 엄마 아빠를 빼앗긴 것 같은 상실감과 소외감 속에서 베라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해 주는 쌍둥이 동생 윌바리를 만들어 냅니다. 엄마 아빠가 자기만을 사랑해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남동생이 그렇게 자라 주기를 바라는 누나의 바램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베라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한 남동생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를 못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잘 알면서도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잠시 힘들어한 것 뿐입니다. 상상 속의 쌍둥이 동생 베라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는 것도 베라는 잘 알고 있습니다.

늘 갖고 싶어 했던 강아지 선물에 엄마 아빠에 대한 서운함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어 다시 제 자리로 돌아 온 베라. 상상 속의 쌍둥이 동생 윌바리를 떠나 보내는 아픔만큼 베라의 마음도 훌쩍 자라났겠죠?

‘말괄량이 삐삐’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비밀의 방”이었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그림책 : 아주 머나먼 곳


비밀의 방, 유리 슐레비츠
책표지 : Daum 책
비밀의 방 – 유리 슐레비츠

(원제 : The Secret Room)
글/그림 유리 슐레비츠 | 옮김 강무홍 | 시공주니어

비밀의 방

어느 날 한 임금님이 사막을 지나다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노인의 머리카락은 하얀 백발인데 수염은 검은 색이었어요. 이상하게 생각한 임금님은 수염과 머리 색깔이 다른 이유를 노인에게 묻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 머리칼이 수염보다 늙어서 그렇사옵니다.

임금님은 노인의 답변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임금님은 자신의 얼굴을 아흔아홉번 보기 전 까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명을 내립니다. 일생에 한 번 만나기도 쉽지 않은 임금님 얼굴을 아흔아홉번 볼 때 까지 말하지 말라는 건 절대로 발설하지 말라는 뜻이겠죠? 아마도 임금님이 노인의 수염 이야기를 혼자서만 써먹을 생각인가 봅니다. ^^

비밀의 방, 유리 슐레비츠

임금님은 궁궐에 돌아가자마자 우두머리 대신에게 묻습니다. “왜 사람은 수염보다 머리칼이 먼저 하얘지는가?” 하고 말이죠. 뜬금 없는 질문에 우두머리 대신은 입을 열지 못합니다. 그런데 임금님을 모시는 대신들 중 우두머리에 올라갈 정도면 분명 남다른 수완이 있겠죠? 임금님을 모시고 다녀왔던 친위 대원을 구슬려서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내게 되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사막으로 노인을 만나러 갑니다.

우두머리 대신의 협박을 이기지 못한 노인은 임금님과의 약속을 어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두머리 대신이 주겠다던 금화 천 냥을 마다하고 동전 아흔아홉개만을 받고 임금님과의 일을 이야기해 줍니다.

비밀의 방, 유리 슐레비츠

임금님에게 돌아온 우두머리 대신이 정답을 맞히자 임금님은 노인이 약속을 어겼음을 눈치 채고 잡아 들입니다. 잡혀 온 노인은 진노한 임금님에게 동전에 그려진 임금님 얼굴을 아흔아홉번 본 후 우두머리 대신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으니 자신은 약속을 지킨 셈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노인의 재치가 마음에 든 임금님은 그에게 보물을 관리하는 일을 맡깁니다.

비밀의 방, 유리 슐레비츠

우두머리 대신은 노인이 임금님의 총애를 한 몸에 받자 시기를 합니다. 그리고 노인을 쫓아 내기 위해 임금님의 금을 훔쳤다고 모함을 합니다. 급기야 임금님이 직접 노인의 집을 수색하러 갑니다. 집안을 샅샅이 뒤져도 금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 때 우두머리 대신이 굳게 닫힌 방을 하나 발견합니다. 그는 이 방이 노인이 금을 숨겨 둔 ‘비밀의 방’이라고 확신합니다.

비밀의 방, 유리 슐레비츠

임금님의 명령으로 노인은 비밀의 방 문을 열게 되는데, 방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텅 빈 방을 들여다 본 임금님은 노인에게 이 방에 대해서 묻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소인은 날마다 이 방에 와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소인이 언젠가 사막에서 폐하와 만났던
흰 머리에 검은 수염을 지닌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를.

노인이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임금님을 섬겨 온 것을 알게 된 임금님은 노인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그대는 영리한 줄만 알았는데,
오늘은 그대가 지혜롭다는 걸 깨달았소.

그리고, 우두머리 대신을 쫓아 내고 노인을 그 자리에 앉혔대요.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

사막에서 우연히 임금님을 만난 노인, 왜 수염보다 머리가 더 하얀지 묻는 임금님에게 그는 그냥 편안하게 대답했었습니다. 머리칼이 수염보다 빨리 늙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말이죠. 여기엔 어떤 과학적인 지식이나 논리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꾸밈 없이 말했을 뿐입니다. 임금님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가식도, 이 기회에 출세를 해 보겠다는 헛된 꿈도 없었기에 노인의 답변은 순수했고, 그 순수함이 임금님의 마음을 움직였던거죠. 사실 이 정도 답변은 우두머리 대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그는 뭔가 더 그럴싸한 답변이 있을거라 생각했고, 약삭빠르게도 자기 자신의 답이 아닌 남의 답을 훔치려고 들었죠.

여차저차해서 노인은 임금님이 계신 궁궐에서 임금님을 모시며 살게 되었지만 늘 사막에서의 자신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살았던겁니다. 우두머리 대신의 가식과 위선을 본보기 삼아 늘 자기 자신을 돌아 보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겁니다. 마치 사막처럼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자기 자신만의 ‘비밀의 방’에서 말이죠.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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