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자라면서 나와 가족 외에 차츰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특히 자기 또래 친구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데요. 이제껏 부모 곁에서 자기 중심적으로 자라던 아이들에게 친구란 꼭 필요한 존재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쟁 상대자로 느끼기도 해요. 때론 친구의 감정을 이해할 줄도 알아야하고 때론 자기 생각을 정확히 말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어린 아이들의 경우 이런 것이 아직은 어렵고 서툴고 힘들게만 느껴집니다.

그림책 속에서는 친구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지 한 번 살펴 볼까요? 친구에 관한 그림책들 함께 보시죠~ ^^


바보와 머저리
바보와 머저리

박현정 | 그림 한병호 | 파란자전거
(발행 : 2014/04/25)

바보와 머저리

매일매일 사과나무 아래 앉아 있는 바보와 매일매일 사과 나무 옆 낡은 시소에 앉아 있는 머저리. 바보는 비가 오면 나뭇잎이 떨어질까 봐 나무 주변을 정신 없이 뛰어다니고, 머저리는 시소 의자가 젖지 않게 온 몸으로 비를 가리느라 정신이 없어요.

바보와 머저리

한 번은 벌 때문에 놀라 뛰던 머저리가 바보가 앉아 있는 사과 나무 앞에서 넘어집니다. 그리곤 바보더러 왜 항상 나무 곁에 있는지 물어보니 바보가 이렇게 대답을 했어요.

“나무가 나와 함께 있기를 바라니까.”

또 한번은 시소 앞에서 넘어진 바보가 늘 시소를 지키는 머저리에게 왜 항상 시소에 앉아 있는지 물어봤어요. 머저리는 시소 타기를 좋아하지만 혼자 탈 수 없어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 친구는 언제 오는지 알수 없지만 어쨌든 머저리는 함께 시소를 탈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바보와 머저리

머저리의 이야기를 들은 바보는 낙엽이 떨어지는 사과나무 아래에서 생각에 잠깁니다.

“나도 시소 타는 것 좋아하는데.”

바보와 머저리

시간이 흘러 사과나무에는 탐스런 사과가 주렁주렁 열렸고 나뭇잎이 자꾸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시소를 향해 열심히 걸어가던 머저리는 저 멀리 시소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어요. 누구일까요? 드디어 머저리와 함께 시소를 타 줄 친구가 생긴 걸까요?

바보와 머저리

가까이 다가가 보니 시소에 앉아 있던 것은 사과나무 아래에서 낙엽을 쓸던 바보였어요. 머저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이고 바보는 흐뭇한 미소를 띤 채 맞은 편 머저리를 바라보고 있네요.

이제 바보는 머저리가 좋아하는 시소를 함께 타며 사과 나무 옆에 있을 수 있게 되었구요. 머저리는 좋아하는 시소를 함께 탈 친구가 드디어 생겼습니다. 둘은 함께 시소를 탑니다. 바보와 머저리가 하늘을 콩콩 찌릅니다. ^^

바보와 머저리

이제 바보는 사과나무 아래 혼자 있지 않습니다.

이제 머저리는 시소에 혼자 앉아 있지 않습니다.

바람에 실려 온 따뜻한 웃음소리가 사과나무를 살포시 감싸 줍니다.

나무 그늘 아래 늘 홀로 앉아 나무를 지키는 바보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시소를 함께 탈 친구를 무작정 기다리고 있던 머저리는 가장 가까이에 자신이 찾던 소중한 친구를 두고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이 둘을 바보와 머저리라고 이름 지었던 걸까요? 바보와 머저리는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네요.

친구를 기다리면서 친구 사귀기에 서툴렀던 바보와 머저리가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스스로 깨달아 가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통해 내 주변을 먼저 돌아보게 됩니다. 친구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한병호 작가의 멋진 석판화로 그려진 그림과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담은 바보와 머저리 이야기를 통해 가장 소중한 것은 늘 우리 가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


브라운 아저씨의 신기한 모자
브라운 아저씨의 신기한 모자

(원제: While He Was Sleeping)
글/그림 아야노 이마이 | 옮김 이은주 | 느림보
(발행 : 2014/02/10)

브라운 아저씨는 늘 혼자였어요. 곰을 무서워 해서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저씨도 친구를 갖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예요. 친구가 없으니 귀찮을 일도 없어 편하긴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엄청 심심했습니다.

브라운 아저씨의 신기한 모자

늘 혼자인 아저씨에게는 아주 멋진 모자가 하나 있었어요. 한 번은 그 모자를 쓴 채로 잠이 들었는데 딱따구리 한 마리가 날아와 아저씨의 모자에 구멍을 뚫어 집을 지었답니다. 누군가 가까이 오는 걸 싫어하는 브라운 아저씨는 잠에서 깨어나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딱따구리는 자신의 멋진 새 집을 친구들에게 자랑했고 딱따구리를 따라 온 친구들 역시 브라운 아저씨의 모자에 새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가까이 오는 것이 싫은 아저씨가 싫다고 소리를 쳤지만 새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브라운 아저씨의 신기한 모자

그러는 동안 참 신기한 일이 생겼어요. 새들이 날아오면 올 수록 아저씨의 모자도 점점 자라났거든요. 처음에 아저씨는 어쩔 줄 몰랐지만 새들의 노랫소리가 싫지 않았습니다. 아저씨는 새들의 노랫 소리가 들리는 모자를 뽐내며 돌아다녔죠. 아저씨가 부러운 사람들도 키 큰 모자를 쓰기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새들은 브라운 아저씨하고만 같이 있고 싶어 했어요. 아저씨는 새들과 모자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브라운 아저씨의 신기한 모자

그런데 어느 쌀쌀한 가을 아침에 보니 새들이 모두 어디론가 떠나가 버리고 없었습니다. 다시 혼자가 된 아저씨는 너무 슬펐어요. 왜 모두 가버렸는지, 다시 안 오는 건지 알 수 없는 브라운 아저씨는 친구들이 그리웠지만 모두 가버려도 괜찮다며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멀리 가 버려도 상관 없어. 난 정말 괜찮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저씨는 매일 친구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었어요.

“내가 너희들 걱정을 할 것 같아? 천만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저씨는 매일 창밖을 내다보았어요.

브라운 아저씨의 신기한 모자

어느 순간 브라운 아저씨도 겨울잠을 자야 할 시간이 되었어요. 혹시 친구들이 돌아오면 돌봐 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결국 아저씨는 깊이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에 아저씨는 눈을 떴어요. 그리고 문을 활짝 열었어요.

브라운 아저씨의 신기한 모자

문을 열어 보니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따뜻한 봄이 왔고 딱따구리도 다시 돌아왔네요. 게다가 아저씨가 겨울 잠을 자는 동안 모자는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가지를 뻗었고 새 잎까지 파릇파릇 돋아났습니다. 아저씨의 모자는 커다란 나무가 되어있었어요.

브라운 아저씨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 행복해요.

친구들이랑 함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혼자가 편하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지내왔던 브라운 아저씨는 누군가 다가오는 것이 두렵고 싫습니다. 누군가 함께 한다는 것은 귀찮기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자신을 찾아온 친구들을 통해 친구와 함께 할 때의 행복함을 알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브라운 아저씨의 신기한 모자”

겨울이 다가와 다들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고 브라운 아저씨도 겨울잠을 자야하면서 잠시 떨어져 있게 되었지만 친구란 것, 우정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해줍니다. 우정을 위해서는 자신이 아끼고 소중해 하는 것 마저도 아깝지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브라운 아저씨, 아저씨의 사랑이 커질 수록 모자도 함께 쑤욱쑤욱 자라난다는 이야기가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네요.


비밀 친구가 생겼어
비밀 친구가 생겼어

(원제: Tree Of Birds)
글/그림 수전 메도 | 옮김 허미경 | 비룡소
(발행 : 2013/01/03)

비밀 친구가 생겼어

차에 치여 날개를 다친 새를 집으로 데리고 온 해리는 다친 새에게 ‘샐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성껏 보살펴 줍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샐리는 열대 지방에서 사는 새로 이맘때쯤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해리의 도움으로 샐리는 다친 날개를 잘 회복했지만 날이 갈수록 먹을 것도 잘 먹지 않고 창가에서 슬픈 얼굴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있곤 했어요. 엄마는 샐리가 외로워서 그런거라며 원래 살던 숲으로 돌려 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비밀 친구가 생겼어

하지만 해리는 샐리 친구는 자기 뿐이라며 고집을 피웠어요. 그런데 그 때부터 해리에게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해요. 길을 걷고 있을 때 누군가 자꾸 따라오는 기분이 들었구요. 창문 밖에 누런 나무들 사이 밝은 초록색 나무가 서있는 것도 발견하게 됩니다. 해리가 가까이 가서 보니 나무는 온통 샐리랑 꼭 닮은 초록 열대 새들이 앉아 있는 것이었어요. 샐리를 돌려 달라는 새들의 행동이었지만 해리는 모르는 척 했습니다. 초록 열대 새들이 학교에 찾아와 공부 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려도, 집으로 무리 지어 따라와도, 밤새도록 집 앞 창가에 앉아 있어도 해리는 모르는 척 할 뿐입니다.

“안돼. 샐리를 보내 줄 수 없어.”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고, 초록 열대새들은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야 하는데 다들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여전히 해리네 집 앞 나무에서 버티고 버틸 뿐이네요. 샐리에 대한 해리의 사랑 못지 않게 열대 새들도 자신들의 친구인 샐리를 버리지 못하고 나무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다 못한 해리가 겁도 주고 애원해 봐도 소용없어요.

비밀 친구가 생겼어

큰 눈보라가 몰아칠 거라고 하는데도 열대 새들은 새파랗게 질린 채로 여전히 나무 위에서 샐리를 내놓을 때까지 버티고 앉아 있습니다. 해리 역시 절대 샐리를 보낼 수 없다며 단호하게 버텼지만  샐리가 슬픈 얼굴로 창가에서 나무 위 친구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왔어요.

바로 그때,
눈송이 하나가 해리의 방 창문을 스치며 떨어졌어요.
해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어요.
해리가 창문을 힘껏 연 순간……

비밀 친구가 생겼어

샐리를 기다리던 친구들이 해리의 방으로 모두 날아들어왔습니다. 이제 해리의 친구는 수백배로 늘어났네요.^^ 엄마야, 정말 이제 어쩌죠? ^^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를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는 해리의 이야기는 많은 아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낼거예요. 오직 나만의 친구였으면 하는 아이들의 바람은 때론 친구나 주변사람을 부담스럽게 만들기도 하죠. 이 그림책은 열대새 샐리를 자신만 소유하려던 해리가 결국 샐리의 행복을 위해 창문을 열어주는 행동을 통해 때론 친구를 위해 더 큰 양보를 할 줄도 알아야 함을 이야기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창문을 여는 순간 해리는 이 전과는 다른 한층 더 성장한 아이가 되어 있을 거예요.


친구를 사귀는 아주 특별한 방법
친구를 사귀는 아주 특별한 방법

(원제 : Neville)
노튼 저스터 | 그림 G. 브라이언 카라스 | 옮김 천미나 | 책과콩나무
(발행 : 2012/05/30)

친구를 사귀는 아주 특별한 방법

이사 간다고 알려준 게 전부일 뿐 아무도 아이에게 이사에 대한 의견을 묻지 않았어요. 아이는 조금도 편하지 않은 새 집,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새 학교, 친구가 없는 이곳이 너무나 불편합니다. 우울해져 있는 아이에게 엄마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라고 권합니다. 누군가를 만날지도 모른다구요. 달리 할 일이 없는 아이는 느릿느릿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러 나섰어요.

친구를 사귀는 아주 특별한 방법

골목 끝에 이르자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는 가만히 서있다가 한참만에 두 손으로 입을 감싸고 커다랗게 소리치기 시작했어요.

네빌 네빌~

네빌은 전에 살던 동네에서 아이와 가장 친했던 친구 이름일까요? 한참동안 네빌을 소리쳐 부르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른 아이가 다가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네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을지도 몰라. 더 크게 불러봐.”

그 아이는 소리가 작다며 아이 옆에서 자신도 같이 네빌 이름을 크게 불러줍니다. 두 아이 목소리를 들은 또 다른 아이가 다가와 정확하게 동시에 불러야 제대로 소리가 난다고 말해줍니다.

친구를 사귀는 아주 특별한 방법

세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다른 아이들이 사방에서 나와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모두들 아이와 함께 네빌을 불러줍니다. 다들 즐겁게 말이예요.

한참만에 한 아이가 물어봅니다. 이 동네에서 네빌이라는 아이는 없는데 새로 이사온 아이냐구요.아이들은 저마다 네빌을 궁금해 하며 네빌이 어떤 아이인지 물어보았고, 벌써부터 네빌이란 아이가 좋아졌다 말을 해요. 그리고 다들 흩어져서 네빌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네빌이 나타날리 없겠죠. 시간이 너무 흘러 다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아이에게 내일 다시 네빌 찾기를 도와주겠다 약속 합니다.

친구를 사귀는 아주 특별한 방법

돌아가면서 아이들이 하는 말, 네빌을 꼭 찾고 싶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네빌의 친구가 더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그리고 결정적인 말,

난 네빌의 친구가 마음에 쏙 들더라.
네빌보다 더 좋아!
야, 근데 걔 이름은 뭐였어?
참, 내일 물어봐야겠다.

아, 그렇네요. 주인공 아이의 이름은 뭐였을까요?

아이는 빙그레 웃으며 새 집을 향해 걸어갔어요. 그리고 여기도 그렇게 나쁘지 않구나 생각하며 폴짝폴짝 한 번에 두 계단씩 뛰어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맛있게 저녁을 먹고 씻고 잠자리에 들었어요. 여전히 엄마는 아이가 걱정입니다. 이 동네가 마음에 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입맞춤을 하고 불을 끄러 가는 엄마가 속삭였습니다.

“잘 자라, 네빌. 좋은 꿈꾸고.”

친구를 사귀는 아주 특별한 방법

아, 네빌은 아이의 가장 친했던 친구 이름이 아니고 바로 아이 자신의 이름이었네요.^^

무채색으로 그려진 낯설고 외로운 아이 모습이 친구들이 한 명씩 다가올 때마다 조금씩 색상이 생겨나면서 아이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에 주목해 보세요. 마치 우리 아이들의 마음 빛깔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친구를 사귀는 아주 특별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냥 동네를 한 바퀴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녀 본다? ^^ 서로에게 갖는 작은 관심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구라도 받아들여줄 줄 아는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유난히 빛나는 그림책이었어요.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원제 : Steht im Wald ein kleines Haus)
글/그림 유타 바우어 | 옮김 유혜자 | 북극곰
(발행 : 2012/12/15)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한 겨울 숲 속 작은 집에 살고 있던 노루, 어느 날 창 밖을 보니 사냥꾼에게 쫓기던 토끼가 찾아와 살려달라 애원 합니다. 노루는 떨고 있는 토끼를 안으로 맞아 들이며 손을 잡아 줍니다.

어느덧 봄이 찾아왔어요. 밖을 내다보던 노루는 여우 한 마리가 뛰어 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여우 역시 사냥꾼에게 쫓겨 노루의 집까지 찾아왔는데요. 여우를 보고 두려움에 떠는 토끼를 본 노루는 여우에게 토끼와 손을 잡게 합니다.

시간이 흘러 가을이 찾아왔어요. 숲 속 작은 집에서 노루와 토끼와 여우는 카드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누군가 노루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문을 열어 보니 사냥꾼 아저씨가 찾아왔어요. 순간 노루와 토끼와 여우는 긴장을 합니다. 그런데 사냥꾼이 무뤂을 꿇고 배가 너무 고프니 살려달라 애원을 해요. 노루는 또 다시 문을 열어주고 떨고 있는 토끼와 여우를 불러 말을 해요.

“손을 잡아요.”

이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은 것 같지 않나요?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작은 아이가 살았는데 토끼 한 마리가 뛰어와 문 두드리며 하는 말~

작가 유타 바우어는 실제 동요인 ‘숲 속 작은 집 창가에’를 모티브로 이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익숙한 곡에 맞춰 그림책을 노래부르듯이 읽고 있게 된답니다.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노루가 밖을 보는데
토끼 한 머리가 뛰어와 문 두드리며 하는 말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사냥꾼이 저를 탕 쏘려고 해요.”

“작은 토끼야, 들어와!”

“손을 잡으렴.”

작은 집에 살고있던 노루가 쫓겨온 동물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면서 늘 했던 말, “손을 잡으렴”(원작의 노래에서는 “편히 쉬어라”라고 하는데 그 말도 참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

숲 속 작은 집 창가에

노루와 토끼가 손을 잡고, 여우와 토끼가 손을 잡고, 여우와 토끼를 뒤쫓던 사냥꾼이 손을 잡으면서 이들은 더 이상 쫓고 쫓는 관계가 아닌 한 자리에 어울려 앉은 친구가 됩니다. 모두 편안해진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참 아름답네요. 유타 바우어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이 이야기를 더욱 아름답게 이끌어 갑니다.

어렸을 때 친구들끼리 싸우면 선생님이 강제로라도 화해시키기 위해 두 사람을 나오게 해서 손을 잡으라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에는 쭈삣쭈삣 대던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에 어색하게 손을 잡고 나면 금방 화해가 되어서 싸웠던 일은 금세 잊고 말았던… 그런 기억 때문인지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짠해지더군요.

힘들고 어려울 때,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화가 날 때 잠시만 자신을 꾹 누르고 그 사람의 손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입니다. ^^


성격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
성격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

(원제 : Pearl Barley And Charlie Parsley)
글/그림 에런 블레이비 | 옮김 김현좌 | 세용출판

펄 발리와 찰리 파슬리는 아주 친한 친구랍니다. 하지만 둘은 성격이 완전 정반대예요. 사람들은 이렇게 성격이 반대인 둘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성격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

펄 발리가 큰 소릴 내는 동안 찰리 파슬리는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구요. 펄 발리는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찰리 파슬리는 부끄러움이 많아 구석에 있곤 해요. 방방 뛰는 걸 좋아하는 펄 발리와 달리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기는 것이 좋은 찰리 파슬리.

※찰리 파슬리가 읽고 있는 “낱말 공장 나라“는 어떤 그림책일까요?(그림책 보다 같은 작가가 썼나 하고 찾아 보니 같은 출판사에서 만든 그림책이더라구요 ^^)
성격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

이렇게 모든 면에서 다른 둘이지만 장갑을 잊고 나온 펄발리의 손을 찰리 파슬리는 따뜻하게 감싸 줄 수 있고 무서워하는 찰리 파슬리에게 펄 발리는 용기를 줄 수 있답니다. 힘들고 외로워 할 때 서로를 위로해주며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수 있기에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랍니다.

성격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

둘은 정말 정말 다르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친구가 되었어요. 둘도 없는 친구가요.

끼리끼리 만난다, 비슷하니까 친구다라는 말과 달리 서로 다르기 때문에 친구가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그려지는 그림책입니다. 그것은 너와 나는 반대의 성격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너에게 부족한 것을 내가 채울 수 있고 나에게 부족한 것을 내가 채워줄 수 있기에 더욱 돈독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주게 합니다.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친구’를 주제로 한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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