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그림책 작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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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 우드와 오드리 우드
2. 필립과 에린 스테드
3. 러셀 호번과 릴리언 호번
Philip & Erin Stead
CC, BY-SA. Wikipedia
필립과 에린 스테드 부부(Philip C. Stead and Erin E. Stead)

부부가 만들면 확실히 뭔가가 달라도 다른 모양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필립 스테드와 에린 스테드 두 사람 역시 함께 만든 첫번째 그림책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로 칼데콧 메달을 받았으니 말입니다.(지난 번에 소개했던 돈과 오드리 우드 부부 역시 “그런데 임금님이 꿈쩍도 안해요!“로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했었죠.)

필립과 에린의 그림은 연필 등으로 세밀한 그림을 그린 후 나무블럭을 이용한 목판화 기법으로 채색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잔잔하면서도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가 섬세하게 묘사된 그림책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역시 이 방법으로 그려졌습니다.

필립과 에린의 그림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여백의 미와 그 속에 숨겨진 작지만 소중한 의미들입니다. 이들의 그림엔 등장하는 캐릭터들 말고는 배경 그림을 거의 그려 넣지 않습니다. 덕분에 간결한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더 많은 이야기들을 상상할 수 있게 되죠. 그리고 그들의 담고 싶어 하는 여유로운 삶의 잔잔한 여운을 느낄 수 있게 되구요. 하지만 단순한 배경 속을 찬찬히 잘 살펴 보세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작은 존재들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습니다.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에서는 생쥐와 작은 새, 그리고 빨간 풍선이 등장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에서는 해와 달, 나무와 나뭇잎들이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답니다.

아내 에린은 뉴욕의 한 책방에서 일하던 시절 만난 줄리 폴리아노와 함께 만든 작품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바로 “고래가 보고 싶거든“이란 그림책으로 말이죠. 에린과 줄리 폴리아노가 함께 만든 첫 작품이었던  “봄이다!”는 2012년 보스턴 글로브 혼북상을 타기도 했습니다.

남편 필립은 글 뿐만 아니라 그림도 직접 그려서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이 네 권이나 더 있습니다.(아쉽게도 국내에 출간되지는 않았습니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며 닮아 가듯이 그림 역시도 닮아 가는지 두 사람의 그림이 주는 느낌은 비슷한 듯 합니다. 잔잔함, 은은함, 깊은 여운 이런 느낌 말이죠.

독특하게도 필립은 음악을 만들기도 합니다. 자신을 보잘 것 없는 우클렐레 연주자라고 소개하는 필립은 그들이 만든 그림책을 위한 음악을 직접 만들어서 독자들에게 들려 주고 있습니다. 미시간주의 Ann Arbor 라는 곳에 있는 지은지 100년된 농가에서 강아지 웬즈데이와 함께 살고 있는 이들 부부의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이 자신들의 그림책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필립의 따스한 감성 가득한 글과 에린의 잔잔한 여운 가득한 그림이 잘 어우리진 그림책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과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 두 권을 소개합니다.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책표지 : 열린책들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원제 : A Sick Day for Amos McGee)

글 필립 C. 스테드 | 그림 에린 E. 스테드 | 옮김 유병수 | 별천지

※ 2011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칼데콧상 수상작 보기


‘내가 만약 그림책 작가라면 이런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림책, 바로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입니다. 이렇게만 그릴 수 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그림책 작가가 될텐데…. 하고 말이죠.

함께 만든 첫 그림책으로 칼데콧 메달을 탔으니 필립과 에린이 얼마나 정성을 쏟았을지 짐작이 가시죠? 일단 보시면 엄마 아빠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흠뻑 반해버릴겁니다. 작은 소품들,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생쥐와 작은 새들… 놓치지 마세요. 그림책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입니다.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아모스 할아버지는 동물원에서 동물 친구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아모스 할아버지는 자로 잰듯 정확히 자신의 일과를 지키며 동물들을 돌봅니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늘 정확히 똑같은 양의 설탕을 탄 차를 마시고는 늘 타던 5번 버스를 타고 동물 친구들을 만나러 갑니다. 하지만 아모스 할아버지는 결코 지루해 하는 법이 없어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동물 친구들을 돌봅니다.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생각이 많은 코키리와는 체스를 둡니다. 코키리는 한 수 한 수 둘 때마다 어찌나 심사숙고를 하는지 코끼리 자신의 표정 조차 지루해 보이지만 아모스 할아버지는 결코 내색하지 않습니다. 수줍음 많은 펭귄에게는 말없이 곁을 지켜 주는 아모스 할아버지가 너무나 고맙습니다. 어둠을 무서워 하는 부엉이를 위해 책을 읽어 주고, 느릿느릿 거북이와는 달리기를 함께 하고(거북이의 한껏 승리감에 도취된 표정 좀 보세요 ^^), 항상 콧물을 흘리는 코뿔소에게는 주저 없이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는 아모스 할아버지.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이렇듯 정성껏 돌봐주는 아모스 할아버지가 있는데 동물 친구들은 왜 이리 시무룩한걸까요? 아, 오늘은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파서 동물원에 나오지를 못했대요. 아무리 기다려도 할아버지가 나타나지 않자 모두들 저렇게 기가 죽고 말았네요.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매일 보던 아모스 할아버지가 독감에 걸려 나타나지 않자 처음엔 섭섭하고 심술도 났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늘 자기들에게 베풀기만 하던 할아버지에게 정작 자기들은 아무 것도 해 준게 없는 걸 깨달은 동물 친구들. 할아버지가 늘 타고 출근하는 5번 버스를 타고 달려 갑니다.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아모스 할아버지를 만나러…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코끼리는 할아버지를 위해 체스를 두고, 거북이는 할아버지와 숨바꼭질을 하고, 수줍은 펭귄은 할아버지가 낮잠 자는 동안 할아버지의 발을 따뜻하게 해 드립니다. 할아버지가 재채키를 하며 깨어나자 코뿔소가 어느새 손수건을 내미네요.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이제 모두들 자야 될 시간입니다. 서로 잘 자라고 밤 인사를 건네고 눈을 붙이고 있는 동안 부엉이는 이야기책을 큰소리로 읽습니다. 어둠을 무서워 하는 할아버지를 위해서 말이죠.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아모스 할아버지와 코끼리, 수줍은 펭귄, 코찔찔이 코뿔소, 부엉이,  그리고 조연으로 등장하는 생쥐와 작은 새까지 모두 편안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빨간 풍선까지도 말이죠. (이 그림 한 장만으로도 왜 이 책이 칼데콧 메달을 수상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지 않나요?)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독감에 걸려서 도저히 출근이 힘들 것 같은 아침,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아모스 할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그림 한 장 속에 정답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어쩜 그렇게 동물 친구들 하나 하나를 잘 돌볼 수 있는건지, 동물 친구들은 왜 그토록 아모스 할아버지를 좋아하는지 말이죠. 콧물이 흐르는 코를 휴지로 닦고 있는 아모스 할아버지, 다른 한 손으로는 곰인형을 꼬옥 끌어 안고 있는 아모스 할아버지의 모습, 생쥐 모양 슬리퍼를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영혼을 한평생 가슴 속에 간직한 채 살아왔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기

코끼리는 체스 두는 것을 좋아합니다. 코끼리는 아모스 할아버지도 체스를 좋아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수줍음 많은 펭귄은 늘 자신의 옆에 말없이 앉아 있어 주는 아모스 할아버지 역시 수줍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콧물 많은 코뿔소 역시 자기보다 먼저 손수건을 꺼내서 건네 주는 아모스 할아버지도 콧물이 많아서 손수건을 늘 갖고 다닌다고 생각하구요. 어두움을 무서워 하는 부엉이는 늘 퇴근 전에 책을 읽어 주던 아모스 할아버지 역시 어둠을 무서워 하기 때문에 자신의 심정을 잘 이해해 준다고 믿었죠.

그래서 동물친구들은 아파서 누워 있는 아모스 할아버지를 찾아와서도 결국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들을 할아버지와 함께 하죠. 그들은 할아버지를 위해서 해 주는 거지만, 출근을 못할 정도로 아픈 할아버지에게는 동물원이 아닌 집이라는 차이 말고는 출근한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상황임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말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싫은 내색 없이 잊지 않고 자기를 찾아 준 동물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행복한 잠자리에 듭니다.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동물 친구들과 함께 말이죠.

혼자보다는 함께라서 아름다운 세상

아모스 할아버지와 동물 친구들의 훈훈한 우정은 점점 더 개인화 되어 가고 있는 요즘의 우리들의 삶에 건네는 따스한 메시지입니다. 나보다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챙겨 주는 삶,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행복함을 말이죠.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
책표지 : 열린책들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원제 : Bear Has A Story To Tell)

글 필립 C. 스테드 | 그림 에린 E. 스테드 | 옮김 이예원 | 별천지

(위에서 남편 필립은 자신들의 그림책을 위한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고 했었죠. 이번 그림책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는 필립의 음악을 들으면서 읽어 보면 어떨까요?)

겨울잠을 자야 하는 겨울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곰은 잠들기 전에 친구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서 곰은 친구들을 찾아 갑니다.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

하지만 친구들 역시 겨울 채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쥐는 겨울이 오기 전에 씨앗을 부지런히 모아야 한대요. 곰은 쥐를 도와서 씨앗을 열심히 주웠습니다. 그런데, 씨앗을 충분히 모으고 나니 쥐는 또 보자는 인사만 남기고 땅 속으로 쏙 들어가 버립니다. 하는 수 없이 이번엔 오리를 찾아갑니다. 오리 역시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남쪽 나라로 날아 가야 한대요. 마음씨 좋은 곰은 오리의 긴 여정을 위해 바람의 방향을 직접 확인해 줍니다.

곰도 자꾸만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졸음을 참으려고 분홍색 구름 세 개, 빨간색 낙엽 둘… 이렇게 색깔들을 세고 있는데 개구리가 눈에 들어왔어요. 곰은 개구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개구리 역시 겨울잠을 자야 한대요. 착한 순둥이 곰은 땅을 파서 개구리를 누이고 나뭇잎과 솔잎들을 덮어 주었어요. 겨우내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말이죠.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

친구들이 겨울잠에 드는 것을 하나씩 도와주다 보니 어느새 해는 지고 첫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먼 하늘 아득하니 바라 보고 있는 곰. 곰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친구들에게 해 주지 못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겨울 하늘에게 들려 주고 있는걸까요?

곰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왔습니다. 드디어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곰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긴긴 겨울을 보내느라 배가 고플 쥐를 위해 도토리를 가져다 주었고, 긴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온 오리는 그늘진 진흙 웅덩이에 데려다 주었어요. 아직 잠들어 있는 개구리가 따뜻한 기운을 느끼며 깨어날 수 있도록 햇볕 내리쬐는 곳에 눕혀 주기도 하구요.

지난 겨울 첫 눈이 내리던 날은 곰은 혼자서 쓸쓸히 밤하늘을 바라 보고 있었지만,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친구들과 함께입니다. 지난 가을부터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었던 재미난 이야기를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친구들 역시 모두 곰 앞에 앉아 곰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겨우내 친구들에게 들려 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나보다 남을 더 먼저 생각하는 마음

곰은 겨울잠에 들기 전에 친구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에 분주한 친구들은 모두들 곰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지를 못합니다. 그래도 곰은 서운해 하지 않아요. 오히려 겨울 채비에 바쁜 친구들을 거들어주기까지 합니다.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긴 하지만 친구들이 편안하게 겨울을 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곰에게는 더 행복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는 곰에게서 나보다 남을 더 먼저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기다릴 줄 아는 마음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 친구 저 친구를 찾아 다닐 때마다 계절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모습에 독자들은 곰이 친구들에게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한 채 겨울잠에 들게 될까봐 마음을 졸이지만 정작 곰은 조급해 하지 않고 여유롭습니다. 비록 계절이 바뀌고 난 후 친구들을 다시 하나 하나 찾아가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채비를 도와주느라 또 시간이 흐르고 흘러 가지만 곰은 여전히 급하지 않습니다. 친구들 모두 마음의 준비가 되고 자기에게 귀기울여 줄 때 자신의 이야기에 친구들이 더 큰 교감을 해 줄거라는 믿음이 있었던걸까요? 그리고, 곰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이제 쥐, 오리, 개구리, 두더지 모든 친구들이 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이제 모두가 곰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준비가 되었어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기다려 줄 수 있나요? 여러분은 기다릴 줄 아는 남편, 아내, 엄마 아빠인가요? ‘빨리 빨리’라는 말이 범람하는 세상 속에서 사랑하는 나의 남편, 아내, 그리고 소중한 우리 아이를 묵묵히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을 배워야겠습니다. 뭘 기다리냐구요? 뭐든지요 ^^ 남편의 승진? 아이의 100점자리 성적표? ^^

[연재] 그림책 작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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