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나혜석

나는 나 나혜석

정하섭 | 그림 윤미숙 | 우주나무
(발행 : 2021/03/08)


나혜석(1896~1948년)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신식 교육을 받은 신여성, 페미니스트이자 화가, 소설가, 시인, 사회 운동가… ‘최초’, ‘여성’이라는 타이틀은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그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표지에 담긴 그녀의 표정에서 시대의 고민과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야 했던 한 인간의 고뇌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너는 커서 무엇을 하고 싶으냐? 무엇이 되고 싶으냐?”

동네 아저씨의 질문에 아이들은 저마다의 바람을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어린 나혜석에게는 누구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나혜석은 여자아이였으니까요. 여자란 그저 좋은 남자와 혼인해서 남편 뒷바라지나 하고 아이 낳아 키우면 그만인 세상, 그게 행복이라 생각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나는 나 나혜석

하지만 일찌감치 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아버지와 오빠 덕분에 나혜석은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새로운 것에 눈 뜬 나혜석은 그때까지의 여성들과 다르게 살고 싶다 생각했고 자신의 이름을 ‘아기’에서 ‘혜석’으로 바꾸었어요.

“내 이름은 나혜석이야.
나는 누구 딸, 누구 부인, 누구 엄마가 아니라
내 이름 나혜석으로 평생 살겠어.”

공부뿐 아니라 그림 그리기에도 능했던 나혜석은 오빠의 도움으로 미술 학교에 들어가 서양 미술을 배웠어요. 우리나라 여성으로는 처음이었죠.  나혜석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책도 펴내며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냈어요. 시대가 시대였던만큼 독립운동을 하다 붙잡혀 옥고를 치르기도 했어요.

나는 나 나혜석

결혼도 남편과 아내의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녀는 결혼 상대를 직접 정했어요. 남편 될 사람에게 결혼 조건에 대한 맹세를 받은 것도 유명한 일화 중 하나입니다. 1920년 나혜석은 김우영과 결혼하면서 네 가지를 맹세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해요(그림책에는 처음 두 가지 조건만 서술되어 있습니다).

  • 첫째 평생 나만 사랑할 것.
  • 둘째, 그림 그리기를 방해하지 말 것.
  • 셋째, 시어머니와 전실 딸과는 별거하게 해줄 것
  • 넷째, 최승구의 묘지에 비석을 세워줄 것

※ 최승구 시인은 나혜석이 유학 시절 만난 연인으로 폐결핵에 걸려 요절했다고 합니다. 결혼 조건 중 하나가 첫사랑의 묘지에 비석을 세워달라는 것이었으니 지금 보아도 꽤나 파격적인 결혼 조건입니다.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최승구의 묘지가 있는 곳으로 갔고 그곳에 묘비를 세워주었다고 해요.

나는 나 나혜석

삶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나혜석. 물론 그녀의 생각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았어요. 끝내 남편마저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말았죠. 그녀의 삶은 자유로운 사상과 사고를 용납할 수 없었던 시절의 아픔이고 애환입니다.

나혜석은 느끼고 깨달은 대로 말하고 쓰고,
말하고 쓴 대로 살았어.
누가 뭐라 해도 나혜석은 당당히 외쳤어.
“여자도 사람이외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세상에 첫걸음을 내디딘 인물 나혜석, 그 뒤로 그녀의 발자취 따라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가고 있어요. 세상 모든 이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면서…

이제까지의 전통과 관습이라는 이유로 억눌리고 비틀리고 짓밟혔던 여자들의 삶에 철저히 반기를 들고 나섰던 나혜석. 그리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자기 자신으로의 삶을 살다간 나혜석, 그림책 제목 그대로 “나는 나 나혜석”, 삶의 발자취가 너무나 강렬하고 방대해서 한 권의 그림책으로 만들기까지의 작업 과정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요 사건 위주로 간략하게 정리한 정하섭 작가의 글에 윤미숙 작가의 상징적인 그림이 시대적 상황, 인물의 감정을 담담하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쟁쟁한 메아리가 커다란 울림을 남깁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한국의 첫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한국의 첫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권행가 | 나무숲
(발행 : 2017/10/25)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라 알려져 있지만 나혜석의 작품에 대해 쉽게 머릿속에 떠올리는 분들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무숲에서 어린이미술관 시리즈로 출간한 이 책은 전기식 화집으로 1인칭 시점에서 나혜석 자신의 삶과 그녀의 예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한국의 첫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그녀가 그린 다양한 작품, 관련 사진, 신문 자료 등이 풍성하게 실려있어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한국의 첫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사랑과 열정, 꿈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삶과 예술 혼을 그림책을 통해 느껴 보세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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