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핑크 블루

여섯 살 지우와 열 살 지우예요,
비슷하지만 다르게,
조금씩 천천히 변한다는 건 멋진 일이에요.

누가 보아도 핑크 공주였던 여섯 살의 지우, 똑같은 지우지만 열 살이 된 지우의 색깔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여섯 살에서 열 살이 되기까지 사 년이란 시간 동안 지우는 천천히 조금씩 바뀌어 간 것이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건 때로는 좋은 일, 때로는 서운한 일, 또 누군가에게는 놀라운 일입니다.

겨울옷을 정리하려고 주말 시간을 내었어요. 마침 이 그림책이 생각나 내가 가진 물건들의 색깔들을 살펴보다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싫어했던 핑크색, 그렇다고 아예 없었던 건 아닌데 언제부터 핑크색이 내 삶에서 이렇게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을까요. 핑크가 사라진 곳에 자리 잡은 색깔은 검정색, 회색, 감색, 베이지색, 카키색, 흰색 등 평범하고 무난한 색들. 빨강색이 몇 가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무채색 계열의 색상들입니다. 세월을 따라 나도 무난한 사람이 되었을까? 아님 내가 가지고 있는 색깔처럼 칙칙하게 나이 먹어가는 걸까? 한 무더기의 색깔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주말이었습니다.


안녕! 나의 핑크 블루

안녕? 나의 핑크 블루

소이언 | 사진 윤정미 | 우리학교
(발행 : 2021/02/15)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입니다. 핑크로 가득한 세상에서 마냥 행복한 아이를 보면서 우리 아이를 떠올리는 분,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분도 있을 거예요. 눈을 반짝이면서 핑크색 방을 바라보고 있을 아이들 모습도 그려집니다.

윤정미 작가의  ‘핑크 & 블루 프로젝트’가 소이언 작가의 글과 만나 한 권의 멋진 책이 되었습니다. 2005년 처음 시작된 후, 세계 100여 곳에서 개최된 ‘핑크 & 블루 프로젝트(The Pink & Blue Project)’는 색상으로 우리 사회 뿌리내린 성 고정관념, 사회 문화 인식 등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진 전시입니다.

안녕! 나의 핑크 블루

온통 핑크이거나 온통 블루이거나… 한 가지 색깔로 가득한 방을 보며 우리는 확실하게 하나를 예측할 수 있어요. 이 방이 여자아이 혹은 남자아이 방이라는 사실을.

그런데 이 색은 누가 골랐을까요? 물건의 주인인 아기가 스스로 색을 골랐다고 하기엔 아기들이 너무 어려요. 아기방을 가득 채운 핑크색은 모두 아기들을 돌보는 어른들이 고른 색입니다. 교묘한 마케팅과 상술이 만들어낸 색에 대한 고정관념,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성장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같은 색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조금씩 서서히 취향이 바뀌어가는 아이도 있죠. 갑자기 모든 게 확 바뀌는 아이도 있구요. 두 살, 여섯 살, 열 살, 스무 살. 나는 여전히 나이지만 그전의 나와는 어딘가 달라진 내가 되는 것처럼요.

핑크가 어린아이의 색이라고 누가 정했나요?
할머니가 되어도 핑크는 핑크일 뿐이에요.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느라
사랑을 멈출 필요는 없어요.

‘할머니가 되어도 핑크는 핑크일 뿐이에요’란 말이 확 와닿았어요. 핑크색 가득한 방안에 미소 짓고 있는 할머니 사진은 많은 생각을 안겨줍니다. 색깔은 색깔일 뿐. 나이 때문에 혹은 다른 이의 눈길 때문에 내 마음을 애써 감출 필요는 없어요.

두 가지 색 이야기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이야기하는 책 “안녕? 나의 핑크 블루”, 색깔로 우린 규정될 수 없어요. 누구도 우리에게 색을 정해줄 수는 없어요. 똑같은 색도 언제 어디서 또 무슨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느냐에 따라 모두에게 다른 의미를 가진 다른 색이 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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