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는 여러분과 같은 초등학교에는 갈 수 없지만
운동과 말하기 연습을 천천히 할 수 있는
‘특수 학교’라는 곳에 가요.

여러분이 세발자전거를 태워 준 것,
잘 못하는 게 있어서 우물쭈물해도 기다려 준 것,
할퀴어도 참고 사이좋게 지내 준 것.

잊지 않을 거예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7세반인 백합반이 되었지만 이제 겨우 3세반 복숭아반 동생들만큼 할 수 있는 스즈. 백합반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 스즈를 동생처럼 귀여워해 주는데 사실 스즈의 뇌는 진짜로 복숭아반 동생들 정도라고 해요. 그래도 스즈의 마음은 복숭아반 동생들보다 더 언니이고 싶겠죠. 친구들과 똑같은 백합반 일곱 살 언니 말입니다.

스즈가 친구들과 다른 건 스즈의 뇌 한가운데 부분이 태어날 때부터 조금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래요. 친구들의 뇌와는 다른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말을 잘 못하고, 숟가락질도 잘 못하고, 오래 전의 무서운 꿈이 떠올라 갑자기 울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즐겁게 춤추던 기억이 떠올라 느닷없이 낄낄거리며 웃기도 해요. 친구들보다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서 귀가 아프고, 여름 태양은 훨씬 더 뜨겁게 느껴서 지쳐 늘어지곤 해요. 스즈가 울거나 물어뜯을 때는 무언가 친구들보다 더 괴롭다고 느낄 때에요.

그래도 스즈가 이렇게 무사히 유치원을 졸업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백합반 친구들과 선생님 덕분입니다. 스즈가 울거나 골을 내면 스즈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거나 작은 방으로 데려가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던 선생님. 세발자전거를 태워 주고, 잘 못하고 우물쭈물해도 차분히 기다려 주고, 할퀴어도 참고 사이좋게 지내 준 친구들.

스즈짱의 뇌

“스즈짱의 뇌”는 자폐증스펙트럼(ASD)인 스즈 대신 스즈의 엄마가 그동안 스즈와 사이좋게 놀아주고 돌봐준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모두를 만나서 좋았고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좋았고 그래서 고맙다는 마지막 말에 뭉클해집니다.

헤어져도 스즈의 뇌에는
여러분과 만든 추억이 가득해요!
그래서 초등학생이 되면,
나중에 더 크면
갑자기 여러분을 떠올리고 기분이 좋아져서
낄낄 웃을 거예요.

어디서 우연히 만나면 모른 척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백합반 여러분, 어린이집 친구 여러분, 선생님들.
스즈가 조잘조잘 말할 수 있다면 아마 이렇게 말하겠죠.

“고마워!
너희들과 지낼 수 있어서 좋았어.
너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


스즈짱의 뇌

스즈짱의 뇌

다케야마 미나코 | 그림 미키 하나에 | 제목 손글씨 미키 사쿠라
옮김 김정화 | 봄나무

(발행 : 2019/03/28)

자폐증을 다룬 “스즈짱의 뇌”는 실제로 자폐증과 관련된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든 그림책입니다. 스즈와 스즈의 엄마의 이야기에 자폐증 동생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그렸고, 자폐증이 있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아동정신과 의사가 감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손글씨로 쓴 한글판 제목은 자폐증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동생이 직접 써줬다고 해요.

자폐증이 있는 딸아이의 어린이집 졸업식, 내 아이가 무사히 졸업해줘서 고맙고, 따뜻함과 친절함으로 내 아이를 받아들여주고 돌봐준 꼬마 친구들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그 마음을 담은 편지로 종이 연극 그림책을 만들어 발표를 했는데 그 책이 바로 “스즈짱의 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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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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