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씩씩하게 걷고 있는 꼬마 하나를 못마땅한 눈초리로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꼬마를 쳐다보며 한 마디씩 하거나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 심지어 그 꼬마를 보지 못하도록 자기 아이의 눈을 가리는 어른도 있습니다. 이 꼬마는 도대체 뭘 잘못한 걸까요?

요즘 아이들 눈으로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을 저 꼬마의 잘못은 바로 바지를 입었다는 점입니다. 남자도 아닌 여자 아이가 치마가 아닌 바지를 입고 길거리에 나섰다는 이유로 다들 저 난리들입니다. 답을 알고 난 우리 아이들이나 엄마 아빠들은 ‘아~ 여자가 바지를 입으면 안되던 시절이 있었구나!’ 하고 그저 오래전 구태 중 하나로 치부해 버릴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평등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실현되지 못했고 여성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여전히 투쟁중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엄마 아빠나 선생님이 어렸을 때는 어떤 성차별이 있었는지 이야기해주면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저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는데 그땐 여자는 반장이 될 수 없었습니다. 여자는 부반장만 가능했습니다. 말도 안되죠? 우리 딸내미가 어렸을 때 이 얘기를 듣고 어찌나 분개하던지 모든게 다 제 탓인 것만 같아 조용히 찌그러져 있었던 기억이… ^^

분명한 건 예전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때는 당연했던 일인데 지금 아이들은 그 시절 이야기들을 이해 못하거나 그 상황들에 분노할 수 있다는 게 그 증거겠지요. 물론 그런 발전은 차별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것을 없애려는 노력들이 축적될 때 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이 차별이고 무엇이 불평등이며 공정하지 못한 것인지 기회가 될 때마다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구요.

여자가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게 체포되던 시절 잘못된 관습에 저항하며 차별 없는 세상을 당당히 꿈꾸던 한 여성의 이야기가 백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원제 : Mary Wears What She Wants)
글/그림 키스 네글리 | 옮김 노지양 | 원더박스
(발행 : 2019/05/23)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는 오늘 날 여자옷 남자옷 구분 없이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사회운동가 메리 에드워즈 워커(Mary Edwards Walker)가 처음 바지를 입던 날의 에피소드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교사, 외과 의사, 작가,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던 메리는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군의관으로 활약했고, 그 공을 인정 받아 미국에서 가장 등급이 높은 무공 훈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도 이 무공 훈장을 받은 여성은 메리가 유일하다고 하니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면서도 한 편으로는 여성들의 유리천장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함께 읽어 보세요 : 치마를 입어야지, 아멜리아 블루머!


Keith Negley 홈페이지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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