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집에 갈래?

땅 위에서는 노란 코끼리가 정원 가꾸기에 한창이고, 그 아래에는 두더지가 시무룩하게 식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코끼리가 밭에 준 물이 두더지네 집으로 새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층간소음? 오늘 하루 코끼리와 두더지 사이에 벌어진 일 한 번 살짝 들여다볼까요?

코끼리 이름은 코코, 두더지 이름은 두두입니다. 둘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예요. 그리고 최근에 두두는 이사를 했고 자신의 근사한 새 집을 코코에게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죠. 코코네 집에서 두두네까지 가려면 사자 아저씨네 빵집과 염소 할아버지네 시계방, 그리고 미끄럼틀이 있는 공원 놀이터를 지나서 작은 개울 하나를 건너야 합니다. 두두를 시무룩하게 만든 건 바로 이 겁니다. 자신의 집까지 가는 동안 코코의 눈길을 빼앗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번번이 집들이를 실패했거든요.

오늘은 기필코 코코를 데려가기로 맘 먹고 나섰지만 오늘도 코코는 두두의 집들이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은 꼭 가자는 말에 고구마 밭에 물 줘야 한다며 딴청을 피우는 코코에게 살짝 서운한 두두가 외칩니다.

오늘은 꼭 가기로 했잖아.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단 말이야!

등을 떠밀다시피 하며 코코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지만… 사자 아저씨네 빵집에서 흘러나오는 맛있는 빵 굽는 냄새를 코코는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게다가 두두가 달콤한 딸기 케이크에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코코 녀석은 혼자서 훌쩍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나라면 이쯤 되면 우리 집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게 할텐데 베프 코코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는 두두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느라 정신 없는 코코를 간신히 찾아서 또 다시 집으로 끌고 가지만 마지막 관문인 작은 개울에서 물장구 치는 아기 돼지들을 보자마자 두두를 뿌리치고 후다닥 달려가서 풍덩 뛰어드는 코코.

그렇게 겨우겨우 자신의 집 바로 앞에 코코를 데려온 두두는 지금까지의 서운함은 싹 잊었습니다. 이제 코코에게 새 집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순간 코코는 고구마 밭에 물 줘야 한다며 황급하게 돌아서 버립니다.

그까짓 고구마 밭이 나보다 더 소중해?
다시는 너랑 안 놀 거야!

결국 참을만큼 참았던 두두도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코코 녀석 따위 다시는 보지 않겠다 마음 먹으며 혼자서 집으로 홱 들어갑니다. 두두의 새 집은 문에서 집까지 한참 가야 해요. 들쥐 녀석이 먹을 걸 자꾸 훔쳐 가서 집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문을 만들었거든요. 혼자서 쓸쓸히 들어선 집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구마들.

코코한테 자랑하고 싶었는데…
내일은 꼭 보여 줘야지.
그런데 비가 왔었나?

방금 전까지 화가 잔뜩 났었음에도 불구하고 먹음직스럽게 자라는 탐스러운 고구마들을 바라보자니 자신도 모르게 제일 먼저 코코를 떠올리는 두두. 좀 전의 서운함은 싹 잊은 채 ‘내일은 꼭 보여 줘야지!’하고 새로 결심합니다. 그 고구마가 다름 아닌 코코의 선물인 건 상상도 못한 채 말입니다. ^^

두두네 바로 위에 사는 코코는 지금 이 순간 뭘 하고 있을까요? 코코는 이제 막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머리맡에 메모 한 장을 남겨둔 채 말이죠.

내일 할 일
두두네 놀러 가기

친구의 초대마저 무시할만큼 중요한 코코의 고구마밭 물주기. 조금 서운해도 이해하려 애쓰고 용서할 줄 아는 두두의 넉넉한 마음. 내일 두두네 집에서 코코와 두두는 나란히 앉아 무럭무럭 자라는 고구마를 함께 바라보며 둘만의 우정을 나눌 수 있겠죠? ^^


오늘은 우리 집에 갈래?

오늘은 우리 집에 갈래?

글/그림 전해숙 | 한울림스페셜
(발행 : 2020/10/15)

“고무줄이 툭!”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전해숙 작가는 새 그림책 “오늘은 우리 집에 갈래?”에서 어린 아이들의 서툰 우정을 담은 이야기 속에 다양한 의미를 새겨 넣었습니다. 좋은 친구란 어떤 것인지, 친구들끼리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나의 작은 행동이 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등등 짤막한 그림책 한 권으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남들보다 느리고 좀 서툴지만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세상의 모든 코코에게
너는 항상 주인공이야!
– 작가의 말 중에서

위에서 따로 언급은 하지 않았는데 작가는 코코의 말투나 행동을 조금 어눌한 듯 묘사합니다. 또래보다 조금 느리고 서툰, 의사소통 방식과 행동이 남들과는 조금 달랐던 조카를 모델로 삼았다고 해요. 그런 조카 역시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고 제 몫을 다 하며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그림책 “오늘은 우리 집에 갈래?”,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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