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책표지 : 다림
폭설 (원제 : Blizzard)

글/그림 존 로코 | 옮김 이충호 | 다림

가온빛 추천 그림책?


최근 소개했던 “앗, 깜깜해“와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에 이어 존 로코의 세 번째 그림책입니다. 엄청난 폭설 속에 일주일 동안 갇혀 지냈던 작가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든 그림책 “폭설”입니다.

폭설

어느 날,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하염없이 내린 눈은 내 키만큼 쌓였지요.

이 이야기는 어린 시절에
내가 겪은 일이랍니다……

1978년 2월 6일 월요일, 미국 동북부 뉴잉글랜드에 실제로 엄청나게 거대한 눈보라가 몰아친 적이 있었다고 해요. 최고 7.5미터까지 눈이 쌓였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폭설이었나봅니다. 그림책 “폭설”은 작가 존 로코가 열 살 때 실제로 테니스 라켓으로 만든 설피를 신고 집에서 1.5킬로미터나 되는 곳에 있는 가게에 다녀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해요.

폭설

그림책은 폭설로 세상이 온통 눈에 뒤덮여 일주일 동안 집 안에 갇혀 지내야만 했던 상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줍니다.

월요일에 학교에서 수업중인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기상이 심상치 않자 수업을 일찍 끝내고 아이들을 조기 귀가 시키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집니다. 화요일만해도 아이들은 마냥 신나기만 합니다. 자기들 키보다 더 높이 쌓인 눈을 보는 것도 신기하고, 에스키모들처럼 눈 속에 굴을 파고 지낼 수도 있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학교에 안가도 된다는 게 가장 좋았겠죠!

하지만 수요일이 지나고 목요일이 되도록 도로가 뚫리지 않고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되자 천진한 어린 아이들조차 슬슬 눈이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폭설

눈밭에서 신나게 뒹굴며 뛰어 놀다 들어와 따뜻한 벽난로 앞에 앉아서 마시는 따끈한 코코아(우유에 타야 제 맛이죠!) 한 잔이 주는 포근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런데… 하루 하루 집 안에 고립되어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냉장고 안의 음식들도 바닥이 나고… 맹물에 타먹는 코코아의 밍밍함(화요일에 먹었던 핫쵸코와는 전혀 다른 맛, 포근한 행복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맛)은 여지껏 상황을 재미있게만 생각했던 아이들의 얼굴을 그늘지게 합니다.

폭설

금요일이 되도록 제설차가 와 주지 않자 우리의 주인공은 가족을 위기에서 구해낼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합니다.(슈퍼 파워의 원천인 머리카락이 잘린 걸 보니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에서 머리가 잘린 이후에 일어난 사건이군요 ^^)

폭설

테니스 라켓으로 설피를 만들어 신고, 구입한 생필품들을 싣고 오기 위한 썰매도 준비를 한 주인공은 가족들을 위해 모험에 나섭니다.

그리고, 가게에 가는 길에 이웃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헤매기도 하고, 이웃들이 눈사람 만드는 걸 거들기도 하고, 나무 위에 올라가 주변을 살펴 보기도 합니다. 눈밭에 누워 천사도 만들어 보고, 이글루 탐험에 눈싸움까지… 대문 접지를 활짝 펼치면 주인공이 집(좌상단)에서부터 가게(우하단)에 도착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한 눈에 보여줍니다.(가족과 이웃들을 위해 용감하게 나섰지만 그래도 아이는 아이죠. 영웅의 길을 걷다 말고 눈사람 만들기에 눈싸움까지… ^^)

폭설

하지만 이 듬직한 모습 좀 보세요. 가게를 찾아 가던 길엔 중간 중간 눈싸움에 천사놀이 등으로 자꾸 샛길로 빠지던 아이가 물건들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선 사뭇 비장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가족들과 이웃들이 자신만을 기다릴 생각을 하니 아이의 마음도 진지해진 걸까요? 아니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자 살짝 겁을 먹은 걸까요? 앙다문 입가로 자신을 반길 가족과 이웃들 생각에 살짝 웃음이 퍼져 나오는 듯 한걸 봐선 겁먹은 건 아닌 듯 하죠? ^^

폭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인공 꼬마는 이웃집마다 들려서 부탁 받았던 물건들을 전해 줍니다. 그리고 이웃들의 미소와 격려에 큰 힘을 얻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대요. 어느덧 날도 저물어 가고 있네요. 아이를 반기며 뛰쳐 나온 가족들과 아이의 감격적인 포옹… 사실 열 살 짜리 아이를 혼자 보내 놓고 엄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이 많았겠어요.

멋지게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온 꼬마는 따뜻한 벽난로 앞에서 자신을 우러러 보며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가족들에게 엄청난 무용담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우유에 탄 따끈하고 달콤한 핫쵸코도 빠지지 않았겠죠?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설피로 사용했었던 테니스 라켓이 주인공 꼬마의 용기를 상징하는 듯 벽난로 위에 당당하게 걸려 있는 모습이네요.

일요일, 드디어 제설차가 도착했습니다. 지붕 높이까지 쌓인 눈때문에 가로막혔던 이웃들이 일주일만에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마치 문명이 다시 찾아 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는군요. 모처럼 만난 이웃들이 따뜻한 차와 간식을 나눠 먹는 자리에서 꼬마 녀석들이 주고 받는 대화 내용에 웃음이 납니다.

꼬마 1 : 아마 내일은 학교에 갈 수 있을 거야

꼬마 2 : 쳇!

학교 안가도 된다고 신나했던 녀석들이 어느새 학교가 그리워진 모양입니다. ‘쳇!’ 하며 툴툴대던 녀석도 내일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지난 일주일간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의 무용담을 늘어 놓느라 정신 없겠죠? ^^

일전에 소개했던 존 로코의 또 다른 그림책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을 통해 작가는 진정한 영웅은 가족, 친구와 이웃들을 위해 꼭 필요할 때 용기를 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그림책 “폭설”에서는 자신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통해 그러한 용기가 언제 필요한지, 용기있는 행동이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용기의 원천은 가족의 따뜻한 격려라는 사실과 함께 말이죠.

우리 엄마 아빠들은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없나요? 크건 작건 어린 시절 스스로 뿌듯하게 여겼었던 추억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한 번 들려주는 건 어떨까요? 약간의 과장과 뻥튀기를 적절히 섞어서 감칠 맛 나게 말이죠. 엄마 아빠의 용기에 대한 전설을 들으며 우리 아이들도 마음 속에 가족과 이웃을 위한 용기의 씨앗을 싹틔울 수 있게 말입니다! ^^


존 로코의 다른 그림책들

앗, 깜깜해 | 우리가 바로 진짜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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