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요, 아빠
책표지 :고래뱃속

그런데요, 아빠 (원제 : Mais Papa )
마티외 라브와 | 그림 마리안느 뒤비크 | 옮김 임나무 | 고래뱃속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가장 신기하기도 하고 살짝 두렵기도 했던 말은 “그런데요, 엄마~”라며 시작하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이게 모야?”를 지나 무분별하게 남발(?)했던 “왜?”라는 질문이 끝나자 시작된 “그런데요.”는 신선한 설레임과 함께 웬지모를 두려움을 안겨주었죠. 그래서인지 전 이 그림책 제목만 보고도 빵~ 터졌습니다. 고릴라 아빠는 호기심꾸러기 아이들의 ‘그런데요, 아빠’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증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그런데요, 아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된 모양입니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잘자라며 다정하게 인사했어요. 그런데, 이 두 꼬맹이들이 아빠에게 이렇게 말을 하네요.

그런데요, 아빠. 잠옷을 안 입었어요!

흠흠흠, 아빠가 너무 서투른걸요. 잠옷도 갈아입지 않은 아이들에게 다짜고짜 잘자라고 인사 먼저 하다니요.^^

다음 장으로 넘기면 잠옷으로 갈아입은 아이들에게 아빠가 다시 잘 자라고 인사를 해요. 그러자 아이들이 이번엔 인형이 없다고 얘길 합니다. 아빠가 인형을 갖다주고 다시 잘 자라고 인사 했어요. 음, 그런데 이 번엔 아이들이 “그런데요, 아빠~”하고 부르더니 물을 안 마셨다고 말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들은 자라고 하면 물을 찾는 모양이네요.^^

그런데요, 아빠

물을 마신 아이들은 드디어 자려고 누웠고 아빠는 또다시 자상하게 아이들에게 잘자라 인사를 했는데, 아이들이 하는 말,

그런데요, 아빠. 침대가 없네요!

그러고보니 아이들의 잠자리가 뭔가 빠진 듯 허전하고 어색했던 이유가 침대 때문이었나 봐요. 다음 장을 펼치면 포근한 침대가 짠~하고 나타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까지는 아직도 멀었어요. 아이들은 잘자라고 인사하는 아빠에게 “그런데요, 아빠”하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거든요.

그런데요, 아빠

잠옷을 안 입었다부터 시작해, 인형이 없다, 물을 안 마셨다, 침대가 없다, 바닥과 벽이 없다. 벽장이 없다, 달님이 없다는 말도 안되는 것 같은 아이들의 요구가 있지만 그 때마다 아빠는 아이들이 잠자리에 필요한 것들을 척척 대령합니다. 아이들이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그런데요, 아빠” 하고 아빠에게 뭔가 조르고 나면 다음 장엔 하나 둘 잠자리에 필요한 것들이 척척 생겨나면서 새하얗던 배경이 차분하게 채워지며 포근한 잠자리로 차츰 변신 해갑니다. 그와 함께 고양이도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가족과 함께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어요. 잠 잘 생각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의 마음을 고양이가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요, 아빠

벽장 속 괴물, 침대 밑 괴물도 잡고 달님도 창가로 데려 온 아빠는 한 번의 짜증도 없이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그런데요, 아빠

그리고 깜빡 까먹은 뽀뽀도 쪽!해줬어요. 뽀뽀까지 마쳤으니 더 이상 요구할 것이 없겠다 싶은 순간~ 창의력 대장 아이들이 생각해 낸 것은 엄마의 뽀뽀였어요.

그런데요, 아빠

엄마의 뽀뽀를 받고 있는 아이들 앞에서 자상한 아빠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세상에나! 아빠가 너무 많은 걸 빠뜨렸구나.
내일 밤에는 다 적어 와야겠다.

그런데요, 아빠

이제야 완성된 아이들의 잠자리, 아빠가 마지막으로 “잘 자라, 얘들아!”하고 인사를 했는데, 그사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아이들이 뭔가를 또 얘기 하려고 하네요.

그런데요, 아빠……

그런데요, 아빠

그림책 “그런데요, 아빠”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아이들은 아빠에게 무어라 말을 했을까요? (너무 쉬운 질문인가요?^^)

글을 쓴 마티외 라브와와 그림을 그린 마리안느 뒤비크는 부부 그림책 작가로 두 아이의 아빠와 엄마라고 합니다. 실제로 갖은 핑계를 대며 잘 시간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자지 않으려고 궁리를 하는 자신들의 아이들에게서 그림책의 아이디어를 얻어 “그런데요, 아빠”를 만들었다고 해요. 아이들을 재우려 애쓰는 아빠와 두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잘 시간을 미루는 능청스럽고 사랑스런 아이들의 모습을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아빠의 글에 따뜻한 색연필 그림으로 가족의 잠자리 풍경을 그려낸 엄마, 그래서 이 그림책은 엄마와 아빠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커다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모양입니다.

잠자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엄마 아빠 마음은 조급해지기 마련이죠. 늦게 자면 행여나 키가 크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생활 리듬이 깨질까 우려도 되구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아이들과 적당한 선에서 잠자리 규칙을 세워야 하지만 가끔 한 번씩은 늦게 자고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세요. 아이 입장이 되어 아이의 관점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자녀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어떻게 이해해 주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제 딸도 가끔씩 잠자지 않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기를 아빠랑 하곤 했어요. 물론 그런 날이면 다음 날 점심 때가 다 되어서야 깨곤 했죠… 악동 부녀 둘 다 말입니다. 아마도 아빠와의 관계가 지금껏 좋은 것을 보면 아빠의 이런 아이 마음 읽어주기 이벤트 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을 재우기까지 아빠와 엄마의 사랑과 이해를 코믹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낸 그림책 “그런데요, 아빠”,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읽어 보세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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