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
책표지 : Daum 책
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

(원제 : El día que olvidé cerrar el grifo)
글/그림 루시아 세라노 | 옮김 김지애 | 씨드북
(발행 : 2016/04/25)


물고기와 아이가 마주보고 있는 표지 그림이 시선을 끕니다. 늘 ‘아, 깜빡하고~’란 말을 달고 사는 저에게 왠지 모를 친근감을 불러 일으키는 그림책 제목  “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 때문에 빙긋 웃습니다.

표지 그림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하고 물고기와 마주하고 있는 아이가 오늘의 이야기 속 꼬마 주인공입니다. 목욕을 하고는 깜빡하고 수도꼭지를 안 잠그고 잠든 아이, 그날 따라 잠은 또 어찌나 잘 오던지… 아이는 쿨쿨 잠이 들어버렸어요. 그리고 꿈인지 상상인지 모를 세계가 아이 앞에 펼쳐집니다.

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

아침에 깨어나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졌어요. 천장이 낮아진 걸까, 내가 커진 걸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는  아이… 분명 어젯밤 잠들 때까지만 해도 침대 발치에 창문이 있었는데, 창문이 저 아래로 내려가 버렸네요.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지만 아이는 그냥 아무 일 아닌 척 하기로 했어요.

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

어젯 밤 깜빡하고 수도꼭지를 안 잠그고 잠든 바람에 온 동네가 물바다가 되었어요. 하지만 주인공 꼬마처럼 다른 아이들 역시 아무 일 아닌 척했대요. 스쿨버스를 이렇게 타고 가면서 아무 일 아닌 척, 늘 있어왔던 일인 척 능청스럽게 구는 운전수 아저씨 모습도 아이들 모습도 너무 귀엽네요. 이렇게 학교에 도착하고 보니 교장 선생님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어요. 짜릿한 이 순간까지도 간결하면서 담담하게 표현해 더욱 웃음이 납니다.

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

하루 아침에 물바다가 된 동네는 새로운 이웃들로 넘쳐났지만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쉽지가 않아요. 물에 젖은 채로 지내는 것을 싫어하는 어른들을 위해 잠수함도 만들었어요. 하지만 갇혀 지내는 것이 싫은 꼬마는 혼자 밖에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

이렇게 오래 지내다 보니 아이는 물고기로 변하고 말았어요. 늘 입고 다녔던 줄무늬 티셔츠에 빨간 바지 차림 그대로 아이는 줄무늬 몸통에 빨간 꼬리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로 변했답니다. 때론 자신보다 작은 물고기를 쫓으며 즐겁게 놀 때도 있었지만 가끔은 이렇게 줄행랑을 칠 때도 있었죠.

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

이제 꼬마는 다른 물고기들과 어울리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지만 이번에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깜빡 잊고는 미끼를 덥석물었습니다. 생선구이가 될 뻔한 위기일발의 순간! 아이는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것은 꿈일까요? 아니면 아이의 상상일까요? 생선구이가 되어 버릴지도 모를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 뿐입니다. 바로 ‘밥 먹자!’하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죠. ‘밥 먹자’라는 말은 아이가 어떤 세상에 있던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아이를 현실 세계로 데리고 오는 세상 모든 엄마의 공통 소환 주문입니다.^^

아이를 낚은 커다란 배의 정체와 그렇게 불려간 아이 앞에 놓인 저녁 반찬까지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깜빡하고 수도꼭지 안 잠근 날”은 상상과 모험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마법도 상상도 모험도 모두 내게 진짜 일어날 법한 소재로 보여주면 더욱 실감나고 재미있기 마련이죠. 깜빡하고 수도꼭지를 안 잠그는 건 아이건 어른이건 누구나 종종 겪는 실수입니다. 그 작은 실수를 소재로 ‘만약에~’라는 상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참 기발하고 즐겁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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