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야
책표지 : 이야기꽃
비밀이야

글/그림 박현주 | 이야기꽃
(발행 : 2016/11/30)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아이들은 늘 무언가를 키우고 싶어 해요. 학교 앞에서 파는 노란 병아리부터 고양이, 강아지, 햄스터, 소라게, 장수풍뎅이, 금붕어…… 엄마의 잔소리가 없다면 아마도 지나치는 모든 생명체가 우리 집에서 살다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책 “비밀이야”에 나오는 아이들도 그래요. 세상에나~ 할 정도로 별별 동물 친구들을 다 키우고 싶어 하거든요.

비밀이야

비 내리는 오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두 아이가 작은 방에서 각자 자기 세계에 빠져있어요. 가방도 양말도 벗어던진 누나는 스마트폰 삼매경이고 리모콘을 쥐고 있는 동생은 텔레비전에 푸욱 빠져있어요.

텔레비전를 보고 있던 동생이 누나에게 말했어요. 친구네 집처럼 강아지를 키우면 좋겠다구요. 그러자 누나는 엄마가 했던 말을 동생에게 그대로 전달합니다. 강아지는 똥 싸고, 털 빠지고, 짖기 때문에 안된다구요. 그러자 동생이 늑대는 어떠냐고 다시 물었어요. 마침 텔레비전에 멋진 늑대가 나오고 있었어요.

비밀이야

“늑대는 밤마다 울잖아.
시끄럽고 무서워.”

남매의 상상 속에서 한밤중 하울링 하는 늑대 소리에 온 동네가 깨어납니다. 아랫집 아저씨는 위층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고 동네 사람들 모두가 화난 얼굴로 남매네 집을 향해 소리치고 있어요. 늑대보다 이웃들의 반응이 더 무섭습니다. 음, 늑대를 집에서 키우기는 좀 무리(?)가 있군요.

비밀이야

동생은 포기하지 않고 누나에게 물었어요. 늑대가 안 된다면 하마는 어떨지, 캥거루는 어떨지, 기린은 어떨지…… 그 때마다 누나는 동생에게 그 동물들을 키울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야무지게 답을 합니다.

동물을 키울 수 없는 저마다의 이유를 들은 동생은 시무룩 풀 죽은 표정이고 스마트폰을 보면서도 꼬박꼬박 동생에게 대답을 해주는 누나는 잔뜩 화난 표정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동물을 키울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한 건 동생 마음이나 누나 마음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비밀이야

공룡을 키우는 것은 어떤지 물어보나 마나 답이 빤하죠. 이미 멸종된 동물인데…… 듣다 듣다 누나는 일어나 앉으며 동생을 쾅! 쥐어박았어요. 이래서 저래서 다 안된다니 가뜩이나 속상한데 누나한테 한대 맞기까지 한 동생은 이때다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어요.

공룡은 어떨지 묻는 동생의 제안에 ‘나 불렀어?’하는 것처럼 텔레비전 속에서 쑤욱 고개를 내밀던 티라노사우루스 표정이 머쓱해 보여 웃음을 자아냅니다.

비밀이야

단둘 뿐인 작은 공간 속에서 서로를 외면한 채 각자 짧은 질문과 대답만을 반복하던 남매는 이제 서로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시작합니다. 울음보가 터진 동생을 달려주기 위해 누나가 키워 보자고 제안한 동물은 거북이였어요. 거북이는 조용하니까 거북이를 키우면 괜찮을 것 같다구요. 마음이 풀어진 동생은 이때다 하고 코끼리도 키워보자 하고 치타도 키워보자고 하고 양도 키워보자 합니다.

키우면 안 되는 부정적 이유들이 이제는 그 동물을 키우면 좋은 이유로 바뀌면서 화면은 색채와 온기를 띄기 시작합니다. 온갖 동물들과 함께 하는 상상 속 세상에서 아이들은 해맑게 웃고 있어요.

별똥별이 쏟아지는 들판에서 포근한 양 떼들에 둘러싸여 아이들이 편안한 자세로 누워 웃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기대어 잠든 양 떼들 사이로 거북이도 치타도 행복하게 잠들었어요.

비밀이야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 남매가 누워있는 작은 방, 두 아이는 쥐고 있던 스마트 폰이며 텔레비전 리모콘을 모두 내려놓았어요. 동생이 거북이랑 코끼리랑 치타랑 양이랑 같이 사는 걸 엄마가 허락 해줄 것 같냐고 묻자 누나가 말합니다.

“비밀로 해야지.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엄마 몰래 어떻게 같이 살아?”
“나도 몰라. 그건 함께 생각해 보자.”

창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데 남매의 행복한 상상으로 가득 찬 조그만 방은 흰 구름이 두둥실 뜬 넓디넓은 초원으로 변신했어요. 그 속에는 엄마에게는 비밀인 동물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비밀이야”는 행복한 상상을 통해 현실에서 결핍 된 것, 불가능 한 것을 잊고 즐거움에 빠진 남매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녹아있는 그림책입니다. 따로따로였던 각자의 세상에서 벗어나 함께 하는 상상의 세상 속에는 아이들만의 천국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품고 있는 세상은 참 커다랗고 아름답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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