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소원

진짜 내 소원

글/그림 이선미 | 글로연
(발행 : 2020/12/25)


몽글몽글 연기와 함께 위로 솟아오르는 그림책 제목은 “진짜 내 소원”, 지금 막 지니와 함께 호리병 속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네요. 컬러풀한 글자 색깔은 저마다 품고 있는 각기 다른 소원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림책 제목을 보면서 묻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그 소원은 진짜 여러분 자신의 소원인가요?

진짜 내 소원

우연히 발견한 호리병을 문지르자 마법처럼 눈앞에 나타난 지니가 아이에게 소원 세 개를 들어주겠다고 합니다. 마치 수많은 이에게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했다는 듯 ‘세 가지만 들어주는 거 알지?’하고 말하는 지니 때문에 웃음이 터졌어요.😄 샤를 페로의 ‘어리석은 세 가지 소원’이란 동화 이후 수많은 요정들이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해 똑같은 말을 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성공 사례가 없는 소원 세 가지. 과연 아이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진짜 내 소원

공부 잘하게 해달라고 말한 첫 번째 소원은 엄마가 일 등을 하는 것으로 이루어졌어요. 공부 잘하게 해달라는 소원은 엄마의 소원이었지 진짜 아이의 소원은 아니었나 봅니다. 돈 많이 벌게 해달라는 두 번째 소원을 말하자 이번에는 아빠에게 근사한 새 차가 생겼어요. 이것 역시 아이의 진짜 소원은 아니었던 거예요. 😱

이제 아이에게 남은 기회는 딱 한 번. 진짜 네 소원이 무언지 잘 생각해 보라는 지니의 말에 아이가 물었어요.

진짜 내 소원이라고?
어떻게 하면 그걸 알 수 있어?

진짜 내 소원

그렇게 시작된 마법사 지니의 ‘진짜 내 소원 찾기’ 특강.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지니는 꽃을 좋아한다면 어떤 꽃이 제일 좋은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지,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음악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때론 싫어하는 것을 아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주었어요. 인생은 나를 찾는 긴긴 여정입니다. 특정한 형체가 아닌 자유자재로 흐르는 선과 현란한 색감으로 자유롭게 변신하는 지니의 모습은 다채롭게 흘러가는 인생을 보는 것 같아요.

그렇구나.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나에 대해 알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세 번째 소원은 일 년 뒤에 말할게.

일 년 후 아이는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결론만 이야기하면 이 이야기 역시 세 번째 소원은 허무하게 끝나요. 하지만 옛이야기 같은 허무함은 아니에요. 세 번째 소원은 허무하게 끝났지만 그 일 년 동안 아이는 진짜 내 소원을 백 가지나 적을만큼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 모습을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는 지니처럼 내 마음도 흐뭇해집니다.

일 년 후 아이의 부름에 지니가 응답하지 않는 이유를 그림책에서 찾아보세요. 모두들 아하~ 하고 한바탕 웃을 수 있을 거예요.🤗 앞면지의 무채색이었던 수많은 호리병들에 뒷면지에서는 알록달록 색깔이 입혀져 있는 것도 살펴보세요.

누구나 자기 자신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살기를 바랍니다. 다른 누군가의 행복이나 바람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닌 진정한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기를 원하죠. 남이 시키는 대로 누군가를 위해 다들 그러니까 그렇게 사는 인생에 지친 이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진짜 네 소원이 뭔지 잘 생각해봐’. 자신을 잘 알고 있어야만 진짜 내 소원을 알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진짜 내 인생을 살 수 있어요.

소원을 통해 진짜 나의 본모습 찾기 프로젝트 “진짜 내 소원”, 날카로운 통찰력 속에 숨어 있는 유머와 위트는 우리 마음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때론 웃음 짓게, 때론 깊은 생각에 잠기게 만듭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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