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에게 잘해 줄 것

거미에게 잘해 줄 것
책표지 : Daum 책
거미에게 잘해 줄 것

(원제 : Be Nice To Spiders)
글/그림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 | 옮김 정화진 | 미디어창비
(발행 : 2018/03/20)


“Be Nice to Spiders”라는 원서 제목을 그대로 살려 “거미에게 잘해 줄 것”이라고 지은 번역 그림책 제목이 마음이 듭니다. ‘거미에게 잘해 주어야 하는 열 가지 이유’라거나 ‘세상에서 제일 멋진 거미’, ‘최고의 ~’라는 수식어가 붙은 너무 거창하고 요란한 제목은 소박하고 정겨운 이야기와는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초판이 1967년에 발간된 오래된 그림책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도 눈을 반짝반짝거리며 재미있어할만큼 따뜻한 스토리를 가진 그림책입니다.

거미에게 잘해 줄 것

꼬마 빌리가 작은 상자를 소중하게 안고 울타리를 따라 걸어갑니다. 그런데 빌리의 표정이 좀 묘해요. 뭔가 서운해 보이기도 하고 걱정스러워 보이기도 해요. 빌리가 그 상자를 동물원 문 앞에 두고 간 모양이에요. 관리인 아저씨가 동물원 문을 열다 편지와 함께 놓인 상자를 발견했거든요. 편지에는 ‘이사 갈 아파트에서 동물을 키울 수 없다고 해서 두고 가니 헬렌을 잘 돌봐 달라’고 쓰여있었어요. 아저씨가 상자를 열자 그곳에서 거미가 튀어나왔어요. 헬렌은 여덟 개의 다리로 번개처럼 달아나 버렸어요. 그 거미가 바로 꼬마 빌리가 부탁한 헬렌이에요. 거미에게 잘해 줄 것

도망친 헬렌이 거미줄을 타고 내려간 곳은 사자 우리였어요. 그런데 사자들의 심기가 뭔가 굉장히 불편해 보이네요. 어마어마하게 많은 파리들 때문에 사자 가족은 아주 성가셨어요. 쫓아도 쫓아도 윙윙대며 들러붙는 파리떼들 때문에 사자들은 귀찮아서 어쩔 줄 몰라 했지만 헬렌은 그 광경을 보고 아주 신이 났어요. 헬렌은… 거미니까요. ^^

거미에게 잘해 줄 것

파리떼를 보았으니 곧바로 작업을 시작해야겠죠? 헬렌이 비단실을 뽑아 거미줄을 치는 광경을 순서대로 보여줍니다. 가장 먼저 테두리를 만들고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줄을 친 후 촘촘하게 소용돌이 모양을 만드어 가는 헬렌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 마당 구석에서 무당거미가 거미줄 치는 것을 신기하게 지켜보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이제 남은 것은 파리가 걸리기를 기다리는 일 뿐! 거미줄 한가운데 앉아 헬렌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방긋 웃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헬렌 덕분에 사자 우리가 깨끗해졌어요. 통통하게 살이 오른 헬렌은 이제 다음 장소로 옮겨갑니다.

거미에게 잘해 줄 것

헬렌은 코끼리 우리에서, 얼룩말 우리로, 그리고 또 다른 동물들의 우리를 찾아 동물원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거미줄을 치고 파리를 먹어 치웠어요. 헬렌이 옮겨간 장소마다 헬렌의 거미줄이 흔적으로 남아있어요. 헬렌 덕분에 깨끗해진 우리에서 동물들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내게 됩니다.

이 그림책은 반복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림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은 다음에는 어떤 동물이 나올까, 거미는 어떤 동물을 찾아갈까 궁금해지게 되죠. 파리가 가득한 우리 안에서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지었던 동물들이 헬렌 덕분에 쾌적해진 우리 안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 줍니다.

거미에게 잘해 줄 것

그런 헬렌에게 어느 날 시련이 찾아옵니다. 시장님이 동물원을 살피러 오기로 하자 관리인 아저씨는 직원들에게 청소를 하면서 곳곳에 있는 거미줄까지 없애 달라고 말했거든요. 조 아저씨가 거미는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고 말했지만 지저분해 보인다는 이유로 헬렌의 거미줄은 모두 제거되고 말았어요. 시장님에게 깨끗한 동물원이라고 칭찬을 받았지만 거미줄이 사라진 동물원에는 다시 파리가 들끓기 시작합니다. 헬렌이 몰래 숨어지내는 낙타 우리만 빼고요.

동물원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낙타 우리를 꼼꼼하게 살피던 조 아저씨가 그 이유를 알아냈어요.

“저길 보세요! 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어요!
저 위에 있는 거미 보이죠? 파리를 다 잡아먹고 있잖아요.
낙타들만 멀쩡한 이유는 거미가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지난번에도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던 거예요.”

이제 동물원에는 새로운 규칙이 생겼답니다. ‘거미에게 잘해 줄 것!’이라는… ^^ 동물원 직원들도 해내지 못하는 일을 척척 해내는 거미이니 당연히 모두가 거미에게 잘 해주어야겠네요. 헬렌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한 동물원에서 오히려 헬렌이 동물들을 보살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자기 몫을 해내며 열심히 살아가는 작은 거미 헬렌의 이야기 “거미에게 잘해 줄 것”을 만든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은 “All Falling Down”으로 1952년 칼데콧 명예상, “폭풍우가 몰려와요”로 1953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우리에게는 앞서 말한 칼데콧 수상작보다 남편과 함께 만든 “개구쟁이 해리”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죠. 개구쟁이 강아지가 주인공인 해리 시리즈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부드러운 선 위에 사랑스럽게 그린 편안한 그림이 이 그림책 속에도 아주 잘 나타나있다는 걸 느꼈을 겁니다. 이 그림책은 마거릿 블로이 그레이엄이 글과 그림을 모두 작업한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그림책의 힘이 느껴지는 그림책,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와 읽는 재미가 가득 담긴 그림책의 고전 “거미에게 잘해 줄 것”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One Reply to “거미에게 잘해 줄 것”

  1.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네요. 잘 봤습니다. 꼭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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