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쪽쪽
책표지 : Daum 책
한 번 더 쪽쪽

글/그림 정성훈 | 비룡소
(발행 : 2018/05/03)


공감, 이해, 소통, 포용과 관용이 무엇인지를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정성훈 작가의 신간 그림책 “한 번 더 쪽쪽”은 제목만 들어도 마음이 간질간질 부드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 그림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사자와 토끼입니다. 사자와 가젤의 이야기로 역지사지의 입장을 전달했던 “사자가 작아졌어”의 사자와 원하는 힘을 얻게 되었을 때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책 “토끼가 커졌어”의 주인공 토끼가 “한 번 더 쪽쪽”에서 만났습니다. 이번 그림책에서는 사자가 얼토당토않게 작아졌다거나 토끼가 무시무시하게 커지지 않아요. 본래의 모습 그대로 등장해 색다른 관점으로 이해와 관용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한 번 더 쪽쪽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숨 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토끼는 사자를 피해 다급하게 도망치고 사자는 토끼를 맹렬하게 쫓습니다. 커다란 사자를 피해 커다란 강을 건너고 높은 산을 넘어 토끼는 온 힘을 다해 달아났지만 어느 순간 막다른 길에 이르렀어요. 더 이상 달아날 곳이 없습니다. 높은 절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토끼는 난감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고 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보는 이의 마음도 바짝 쪼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한 번 더 쪽쪽

어흥!

사자는 이때다 하고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토끼에게 달려들었어요. 이글이글 타오르는 시뻘건 불길처럼 표현한 그림이 성마른 사자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빨간색으로 쓴 ‘어흥!’이란 글자 속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사자의 살기가 응축된 것 같아 무시무시하게 느껴집니다. 사자에게 한 입도 안 될 만큼 작고 여린 토끼는 구석에 몰린 채 위기를 맞았어요. 이렇게 끝이구나 토끼의 마음이 되어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순간!

한 번 더 쪽쪽

쪽!

일시정지 버튼이 눌린 느낌입니다. 숨이 콱콱 조여오는 이 순간 얼토당토않게 토끼에게 뽀뽀를 해버린 사자, 토끼도 놀랐지만 사자는 더더욱 놀란 눈을 하고 있어요. ^^ 무시무시해 보이던 사자가 한순간 귀요미로 변신했습니다. 뜻밖의 장면에 보는 이들도 잠시 일시정지 상태가 되었다 와하하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립니다. 예상치 못하게 ‘어흥!’이 ‘쪽!’으로 변한 순간입니다.

한 번 더 쪽쪽

뽀뽀의 힘은 참 위대합니다. 어느새 순둥이로 변한 동글동글 귀여운 사자와  토끼가 볼이 발그스레 물든 채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어요. 하루 종일 이들을 따라다니던 해도 그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어요.(텔레토비의 아기 해님 같은 미소입니다.^^)

“아니, 쟤네 좀 봐!
흠… 흠… 그럼 나도?”

해가 뒤로 휙 돌아 긴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가 달에게 다가가더니 ‘쪽!’ 하고 뽀뽀했어요. 낮과 밤이 만나는 순간 세상이 온갖 빛깔로 물들었어요. 해와 달의 뽀뽀를 지켜보던 이들의 마음이 사르르 번지면서,

한 번 더 쪽쪽

다들 쪽쪽 뽀뽀를 하기 시작했죠. 달라도 같아도 좋아도 싫어도 모두 모두 뽀뽀 ‘쪽!’, 공룡과 작은 새도 쪽! 코끼리와 나비도 쪽! 악어와 나무늘보도 쪽! 애벌레와 이파리도 쪽! 푸른 용과 하얀 호랑이도 쪽!

모습이 달라도 상관없어요. 크기가 달라도 괜찮아요.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일은 잊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은 ‘쪽!’,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가장 달콤한 언어 ‘쪽!’

돌고 돌고 돌아 다시 사자와 토끼에게로 장면이 돌아왔어요. 초록빛 가득한 숲속에서 뜻하지 않은 뽀뽀에 그만 어색해져 그저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던 사자와 토끼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처음 쫓고 쫓기던 그 순간이 다시 생각났으려나요? 사자와 토끼의 남은 이야기는 그림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토끼와 사자가 쫓고 쫓기던 숲속에서 시작된  뜻하지 않은 화해와 사랑은 시공간을 뛰어넘으며 널리 널리 전파됩니다. 낮과 밤이 만나는 하늘, 푸른 용과 하얀 호랑이가 만나는 신화의 공간, 동화 속 인어가 등장하는 깊은 물속과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넓은 바다에 이르기까지 사랑이 닿지 못할 곳은 없습니다. 사랑을 전하는 마음은 크고 넓고 끝이 없으니까요.

부드럽게 번져가는 색감으로 사랑의 마음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아름답게 전달하면서 그림책 장면마다 깨알같이 숨겨둔 여기저기 뽀뽀하는 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놓치지 마세요.

그림책을 덮고 나면 슬그머니 옆자리 짝꿍에게 부드러운 눈길을 주게 되는 그림책 “한 번 더 쪽쪽”, 작가는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와 쪽! 하고 싶나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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