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 2014/11/02
■ 마지막 업데이트 : 2017/05/05


엄마가 집에 없는 날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 것 일까요? 요즘 아빠들은 예전과 달리 엄마 못지않게 요리도 잘하고, 엄마를 대신해서 책도 잘 읽어주고, 재미있게 놀아주는 친구같은 아빠지만 그래도 엄마의 빈 자리는 아빠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똑같이 커다랗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 테마에서는 엄마가 집에 없는 날 아빠와 보내는 시간을 그린 그림책들을 모아 봤습니다. 그림책 속에서 아이와 아빠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한 번 살펴 볼까요?


아빠랑 있으면 행복해
아빠랑 있으면 행복해

(원제 : Avec moi c’est comme ça)
나딘 브룅코슴 | 그림 마갈리 르위슈 | 옮김 이주희 | 상수리
(발행 : 2013/04/30)

엄마는 영화를 보러 간 날 저녁. 아빠가 클라라 목욕도 시켜 주고, 밥도 해주고 잠도 재워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받아놓은 목욕물은 미지근하고 악어도 바닥에 가라 앉았다며 클라라는 아빠에게 툴툴 댔습니다.

아빠랑 있으면 행복해

“엄마하고 목욕할 때는 물이 정말 따뜻해요. 악어가 막 내 발도 물고요.”

그 말을 들은 아빠는 악어 인형을 클라라의 발로, 배로, 코로 들이대며 마구마구 장난을 치고 물을 튀깁니다. 클라라는 아빠의 장난에 꺄르륵 거리며 좋아합니다. 아빠는 온통 거품 투성이, 물투성이인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이렇게 소리 칩니다.

“아빠는 원래 이래!
목욕하면 거품투성이, 물투성이지.
자, 얼른 잠옷 입자. 저녁 먹을 시간이다.”

아빠와의 거친(?) 목욕 시간이 끝나고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입니다. 아빠는 클라라의 잠옷을 뒤집어 입히고, 숟가락이랑 그릇도 아무렇게나 놓고 수프도 짜게 끓였어요. 클라라가 다시 투덜대자 냉장고에서 컵케이크를 꺼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랑 있으면 행복해

“아빠는 원래 이래!
저녁밥은 짠 수프랑 예쁘고 달콤한 케이크지.”

이제 이야기 하나 듣고 클라라를 재울 시간이예요. 하지만 꼬마등을 켜고 천천히 이야기를 읽어주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큰 등을 환하게 켜 놓고 이야기도 너무 빨리 읽었어요. 또다시  클라라가 투덜거렸죠. 아빠는 이번엔 또 뭐라고 이야기 할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빠가 큰 등을 끄고 꼬마등을 켜고 천천히 이야기 책을 읽어줍니다. 엄마가 해줬던 그대로요. 그리고 나서 두 번째 이야기를 골라서 클라라에게 읽어줍니다. 클라라는 아빠랑 있어서 오늘 밤엔 이야기를 두 편 들었습니다.

이제 불을 끄고 자야할 시간이예요. 클라라는 엄마처럼 뽀뽀해 달라며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아빠랑 있으면 행복해

아빠는 빙그레 웃으며 클라라의 뺨에 뽀뽀를 해주고 두 번째로는 코에, 세 번째로 이마에 입술을 내밀고 돼지 뽀뽀도 해줍니다. 클라라는 너무 행복했어요. 엄마 없을 때 이마에 돼지뽀뽀까지 받았으니까요. 클라라가 아빠에게 너무 좋다 말하니 아빠가 쿡쿡 웃으며 말합니다.

 “아빠는 원래 이래!
이야기 두 개에 뽀뽀 세 개.”

불을 끄고 잠 자리에 든 클라라는 사르르 잠 들며 속삭입니다.

“아빠, 오늘 한 거 우리 또 해요. 네?”

엄마와는 조금 다른 아빠의 서툴고 거친 사랑을 듬뿍 받으며 행복해 하는 클라라의 미소에 그림책을 읽으며 함께 웃게 되네요. 프랑스 아빠들도 “아빠는 원래 그래.”라고 하는가봐요. 아빠들은 시공을 초월해 원래 그런걸까요? 덕분에 엄마의 외출이 훨씬 더 자유로워질 것 같은 분위기네요. ^^

엄마 없는 반나절이 클라라와 아빠에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잘 해보려고 했지만 엄마와는 다소 다르고 서툰 아빠의 모습, 하지만 딸 클라라의 투덜거림에 아빠는 재치있게 대처합니다. 그렇게 아빠만의 방식으로 딸과 교감을 나누며 보내는 오붓한 시간은 아이에게 오래오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네요. 아마도, 다음 번에 클라라는 엄마에게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 아빠는 목욕할 때 거품투성이 물투성이인 것 신경 안 쓰고 놀아준다구요. ^^


아빠! 머리 묶어 주세요
아빠! 머리 묶어 주세요

글/그림 유진희 | 한울림어린이
(발행 : 2013/11/20)

동생을 낳으러 엄마가 병원으로 떠난 사이 아빠와 지내게 된 은수. 아침이 되자  은수는 유치원에 갈 준비를 스스로 마치고 아빠에게 머리를 묶어 달라고 하면서도 아빠가 머리를 잘 묶어 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어요.

아빠! 머리 묶어 주세요

은수의 걱정대로 머리 묶는 것이 영 서툴기만 한 아빠는 은수에게 하루만 머리를 풀고 가라고 이야기 해요. 하지만 은수가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아빠는 대충 양갈래로 묶어주었어요. 사실 양갈래 머리도 아빠는 힘들게 묶어준 건데 은수는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불만입니다. 엄마는 예쁘게 묶어주는데 말이에요. 게다가 오늘따라 유치원에서는 친구가 머리를 에쁘게 땋고 와서 은수에게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엄마 생각이 더욱 간절한 은수.

은수는 엄마가 언제 오는지 아빠에게 자꾸 물어봐요. 아빠가 이유를 물어보니 금요일에 생일파티 하는데 아빠가 머리를 땋아줄 수 있을지 걱정인가 봅니다. 아빠는 당연히 땋을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은수야, 걱정하지 말고 자. 아빠가 생일파티 하는 날에는 머리 예쁘게 땋아 줄게.”

아빠! 머리 묶어 주세요

아빠는 생일 날 은수 머리를 땋아주기 위해 은수의 조그만 인형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을 해요. 은수를 재우고도 연습하고, 심지어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가방 사이로 인형을 꺼내놓고 맹연습을 합니다. 인형 들고 머리 땋기를 연습하고 있는 아빠 모습 짠하네요.

아빠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머리 땋기 연습을 했는데 저녁을 준비하다가 그만 손을 다치고 맙니다. 그래도 아빠는 다친 자신의 손보다 은수가 더 걱정이예요.

아빠! 머리 묶어 주세요

손을 다치는 바람에 생일 아침 은수 머리를 땋아주지 못한 아빠는 다음을 약속하며 대신 은수에게 예쁜 머리띠를 선물해 주었어요. 하지만 은수는 기분이 영 별로인가봐요. 잔뜩 풀 죽은 채로 유치원에 들어서는데, 은수의 머리띠를 본 친구들이 모여들어 모두들 예쁘다고 이야기 합니다. 은수도 기분이 좋아졌어요. “아빠가 사 주신 거야.”라고 말하면서 활짝 웃는 은수. 어깨도 으쓱~ ^^

며칠이 지나 은수가 예쁘게 머리를 하고 오자 유치원 선생님이 은수에게 물어보셨어요.

“은수야, 오늘 머리 정말 예쁘네. 엄마랑 아기가 집에 왔구나?”
선생님이 미소 지으며 은수에게 물었어요.

“네. 그런데 이 머리는 아빠가 해 주셨어요!
우리 아빠 솜씨 멋지죠?”

은수는 이제 머리 묶는 일은 아빠에게 부탁을 한답니다. 그런 은수 옆에서 아빠 역시 자신만만한 표정입니다. 엄마는 아기를 안고 흐뭇하게 웃고 있구요. 엄마 없는동안, 아빠가 할 수 있게 된 일이 하나 더 늘었네요.^^

표지그림에서 빗과 머리끈을 들고 누군가에게 머리를 묶어달라는 듯한 은수 눈빛이 향한 사람은 엄마가 아닌 아빠였던 모양이예요. 처음 아빠를 못 미더워했던 그런 표정은 온데 간데 없네요.

그림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머리 예쁘게 묶는 방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함께 들어있으니 은수 아빠처럼 열심히 연습해놓으면 엄마없는 날 아빠도 숨겨놓았던 재능인 양 솜씨를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딸내미의 무한 신뢰와 아빠에 대한 사랑은 덤입니다.^^


돼지책
돼지책

(원제: Piggybook)
글/그림 앤서니 브라운 | 옮김 허은미 | 웅진주니어
(발행 : 2001/10/15)

※ 아래 그림책 사진들은 영문본입니다. 웅진주니어에서 출간한 “돼지책”은 한글본이니 오해 없으시길… ^^

돼지책

아름답고 조용한 마을에 피곳 부부가 두 아들과 함께 멋진 집에서 살고 있었어요. 피곳씨와 아이들은  아침마다 빨리 밥을 달라 말한 후, 아주 중요한 직장으로, 아주 중요한 학교로 갔습니다.(가만히 앉아 엄마만 외쳐 부르는 아이들 얼굴처럼 아빠가 펼쳐 읽는 신문 속 그림들도 모두 엄마를 부르고 있는 듯 그려졌네요.)

피곳씨와 아이들이 가고 나면 엄마는 혼자 설거지며, 청소 등 집 정리를 모두 마치고나서야 일을 하러 나갈 수 있어요.

돼지책

저녁이 되면 아주 중요한 학교에 갔다온 아이들과 아주 중요한 회사에서 돌아온 피곳씨는 빨리 밥을 달라 엄마에게 재촉합니다. 그렇게 피곳 씨와 아이들이 저녁을 먹고 TV를 보며 쉬고 있으면 엄마는 홀로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다림질을 하고 먹을 것을 조금 더 만듭니다.

돼지책

그런 어느날 저녁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벽난로 선반에 봉투만 남겨둔 채로요. 편지에는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말만 써있었어요. 실제로 엄마가 사라진 순간부터 집 배경(콘센트나 문 손잡이, 벽지무늬, 꽃병 등)등이 돼지 얼굴로 변해가고 있었구요. 편지를 읽을 무렵 아빠의 손도 돼지발로 변했습니다.

돼지책

돼지로 변한 세 사람은 직접 저녁 밥을 지어 먹어야 했어요. 요리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맛도 아주 끔찍했어요. 다음날 아침에도 세 사람은 시간이 오래 걸려 끔찍한 요리를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설거지도 청소도 하지 않은 집이 점점 돼지우리처럼 더러워지는 것은 맛 없는 요리보다 더 끔찍한 일이었어요.

예전에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엄마 없는 끔찍한 날들, 그나마 먹을 것도 다 떨어지자 세 사람은 진짜 돼지처럼 집 안 구석을 구석을 뒤지며 먹을거리를 찾아다닙니다. 바로 그 순간 세 사람 앞에 거짓말 처럼 짠~ 엄마가 나타났습니다.

돼지책

세 사람은 엄마에게 무릎을 꿇고 제발 돌아와 달라고 빌었죠. 세 사람 앞에 다시 나타나는 순간 엄마는 그 이전의 어둡고 생기를 잃은 모습이 아닙니다.

돼지책

이제 세 사람은 엄마가 하던 일들을 나누어 맡습니다. 설거지와 침대 정리와 다림질은 기본이고, 엄마를 위해 요리도 해주었습니다. 엄마는 행복해졌습니다.

날카로운 상징과 풍자로 그려진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 행복한 가정은 엄마 한 사람만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가족 모두가 서로 돕고 함께 할 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주는 그림책 “돼지책”은 가족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거라 생각이 듭니다.


※ 2014년 11월 2일 발행한 원문 중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된 그림책은 2017년 5월 5일 삭제하였습니다.(삭제 근거 : 앞으로 시공주니어 그림책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2 Comments
오래된 댓글부터
최근 댓글부터 좋아요 순으로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김희숙
김희숙
2015/05/30 23:15

돼지책을 만3세 유아에게 들려주려는데요 ~ 내용이 조금 어려우니깐 다시 재해석을 해야되는데 …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줄 수 있을까요~?

Mr. 고릴라
Admin
2015/05/31 00:02
답글 to  김희숙

책 내용은 본문에 소개된 글 참고하시면 될듯 합니다. 그런데, 서너살배기들에게는 아직 조금 어려울까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들이 대부분 그렇듯 “돼지책” 역시 그림의 전개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충분히 의미 전달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우선은 아이가 자신만의 해석을 하도록 지켜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서 엄마 아빠랑 함께 이야기 나누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게 아이와 함께 하는 좋은 책 읽기 아닐까 생각됩니다.

2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