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 2017/04/06
■ 마지막 업데이트 : 2020/05/18


가온빛을 시작하면서 시공주니어 그림책을 소개할지 말지를 놓고 가온빛지기들끼리 고민을 했었습니다.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 초기부터 해외 그림책들을 들여왔었기 때문에 시공주니어란 출판사는 대부분 잘 아실 겁니다. 그리고 그 출판사가 전두환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사실도 말이죠.

굳이 우리가 소개하지 않아도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책들은 아이들에게 노출이 잘 될테니 불매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온빛에 소개하지는 말자는 의견도 있었고,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니 소개하되 원서를 사서 보라고 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고민하고 망설이며 리뷰한 시공주니어의 그림책이 100여 권이나 되더군요.

그런데, 전두환과 그의 가족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얼마 전 이순자는 자서전을, 전두환은 회고록을 아들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습니다. 참회록이 아닌 자서전과 회고록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거짓과 망발이 들어 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우리도 망설이거나 고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가온빛은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그림책은 소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발행한 글들까지 삭제하지는 않겠지만 오늘 이후로는 시공주니어 책은 더 이상 가온빛에서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왜 이러는지 혹시나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두 권의 그림책과 최근 보도된 두 건의 기사를 공유합니다.

■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담은 그림책 : 아빠의 봄날 / 오늘은 5월 18일

■ 회고록 남긴 전두환 참회록 남긴 계엄군(2017/04/04)

T Times 기사 원문 보기

수많은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고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귀중한 생명을 앗아버렸고 평생 불구자로 만들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가슴 아프고 죄스러워 마음속에 긴 그림자를 간직하고 있다

– 계엄군 출신 최모씨 ‘5.18 회고’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 전두환 “발포명령 없었다”?…검증해보니(2017/04/03)

전체 영상 보기

전두환 회고록 팩트체크 전두환 회고록 팩트체크 전두환 회고록 팩트체크 전두환 회고록 팩트체크 전두환 회고록 팩트체크


<내용 추가>

기존 글들을 삭제하지는 못하지만 평소 조회수가 높은 아래 컨텐츠들 내의 그림책 목록에서 시공주니어의 책들은 모두 삭제했습니다.(각 연도별 추천 그림책 목록에서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된 책은 2014년 70권 중에서는 12권, 2015년 101권 중에서는 3권, 2016년 101권 중에서는 6권이었습니다.)

삭제 작업을 한 번에 할 수가 없어서 매일 조금씩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작업이 완료된 컨텐츠는 아래와 같습니다.


<내용 추가 : 2017/04/09>

본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공유했었는데 댓글 중 우리 작가들이 입을 피해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질문과 반발이 예상되기에 해당 내용과 그에 대한 저희의 답변을 본문에도 공유합니다.

■ 댓글 : 이번 결정이 그림책 작가들에게 공정한가 생각해보십시오. 결국 약자인 작가들만 고통받는 구조예요.시공사에서 그림책을 낸 작가들은 전두환 일가와 공범입니까? 과연 이 나라에 정당한 기업이 있기나 한가요?

■ 가온빛 : 근래에 ‘선의’란 말이 한창 인기가 있었죠. 어떤 선의를 갖고 하시는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지와 거리가 먼 말씀을 하시는 것에 대해 굳이 반박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선의를 위해 우리 작가들 모두 고통받는 약자고, 이 나라에 정당한 기업은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 지나치지 않나 생각됩니다.

본문 찬찬히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꺼낸 얘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지난 사흘간 이슈화 하고 싶어하는 몇몇 기자분들의 연락도 받았습니다만 우리 작가님들께 피해가 갈까 싶어 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목도하며 차오르는 분노를 그냥 꾹 참고 넘기기엔 저들의 파렴치함이 너무 지나쳤습니다.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겁니다. 단지 그 뿐입니다.

최근에 소개한 “작은 눈덩이의 꿈”은 2016년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로 선정했을만큼 우리 멤버들 모두 맘에 쏙 들어했던 그림책입니다. 이번에 해당 목록에서 지울 때 마치 내 그림책을 지워 버리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가님에게도 미안했구요. 그런데, 어제 이 글 보고 이재경 작가님이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바람에 저희들 마음이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가 가온빛을 얼마나 더 오래도록 유지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계속하는 동안은 우리 작가들의 그림책들 더 많이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용 추가 : 2018/05/23>

■ 전재국 시공사 지분 매각

2018년 5월 9일 시공사는 전두환 일가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관련 계약 및 절차가 마무리 되는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합니다. 매각 배경에 대해서 현재 시공사 대표인 이원주 씨는 “그동안 시공사가 저자 섭외에 어려움이 많았다”(아래 연관기사 중 헤럴드경제 기사 참조)라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다만, 허핑턴포스트의 기사를 보면 지분 매각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다 끝났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인수한 이는 현재 대표인 이원주 씨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보이고, 이원주 씨는 지난 30년간 시공사를 키워온 주역이라고 하니 말입니다(‘전두환 장남이 시공사를 설립 29년 만에 매각했다’, 허핑턴포스트, 2018/05/09)

<내용 추가 : 2020/05/18>

■ 전재국, 매각했다던 회사 꼼수로 지배권 유지

2013년 추징금 징수 압박 받던 전재국은 자진납부계획서를 통해 자신이 소유한 도서유통업체 북플러스를 매각하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도된 바에 따르면 편법으로 지배권을 유지한 채 그동안 해당 업체의 법인카드를 뻔뻔하게 사용해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기사만 보더라도 지난 2018년 시공사 매각 역시 꼼수에 지나지 않을 거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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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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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김현경
2017/04/06 14:52

감사합니다.

최민화
최민화
2017/04/07 10:19

결정에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

삐딱냥이
삐딱냥이
2017/04/07 10:32

헉… 시공주니어가 전두환 회사인지 몰랐어요… ㅜㅜ 오늘부터 저도 불매 시작합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삐딱냥이
삐딱냥이
2017/04/07 10:45
답글 to  삐딱냥이

생각해보니 풍문으로 들었던거 같기도 하네요… 한 번의 검색으로도 바로 나오는 시공사 설립자는 전두환의 아들 전재국이군요. 피비린내 나는 더러운 돈으로 세운 출판사… ㅠㅠ 집에 있는 책을 내다 버리지도 못하고… 참… ㅠㅠ

최선희
최선희
2017/04/07 20:16

어려운 결정하셨네요. 구매한책들 중에는 정말 재미있고 좋은책들이 많아 차마 버리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구매는 하지 않아야겠어요.

박지현
박지현
2017/04/08 01:10

용기있는 결정이십니다. 지지합니다.

오은정
오은정
2017/04/10 18:39

저는 왜 진작에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는 글이네요.
양심에 따른 결정이라고 생각하며 지지합니다.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정향철
정향철
2017/04/12 11:52

용기있는 결정, 응원합니다. 힘!!!

두민맘
두민맘
2017/04/13 22:45

지지합니다!!!!!

Ildo Kim
2017/04/14 19:01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봄산
봄산
2017/04/28 22:24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것을 글 속에서 충분히 알겠습니다. 지지합니다.

생각쟁이
생각쟁이
2017/04/28 23:28

정말 쉽지 않은 결단에, 응원합니다.
다만, 그림책 자체에 편견이 생길까,,,, 우려되는 건 사실이예요….
그림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투쟁하다 보면? 더 나은 방법도 생기겠죠??
작가님들도 다른 출판사들도 소신있는 선택을 하시기를…

최현주
2017/05/02 17:21

옳은 결정이십니다! 저도 이런 이유로 시공주니어 책은 되도록!!되도록 꾹/!@!! 참고 사지 않고있습니다.
아이에게 뭐가 옳은것인지 엄마가 먼저 결정해줘야 할것같아서요.

심미숙
심미숙
2017/05/10 10:08

가온빛 님의 결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지식인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

까밉
까밉
2017/06/11 09:04

응원합니다.

배쓰
배쓰
2017/06/12 02:55

다른 불매들은 하면서도 시공주니어에 대해서는 제가 사지 않는 것으로만 하고 적극 알리거나 권하고 있지 않았는데, 정신이 퍼뜩 드네요. 행동하는 모습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Kwak Hoyah
Kwak Hoyah
2017/06/28 09:59

저도 시공주니어 책을 도서실에 구입하는데 있어서 매번 고민했었는데…응원합니다.

김미선
김미선
2017/10/15 15:34

지지합니다.

Kwak Hoyah
Kwak Hoyah
2017/10/17 07:55

전두환 회고록 재출간을 보고 시공사의 책은 희망도서를 제외하고 수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 역시 시공사의 책은 구입하지 않으려고요…^^

김혜연
김혜연
2017/12/09 02:05

와..정말 대단하시네요..당신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합니다. 항상 지지할께요

김은영
김은영
2017/12/09 11:59

이렇게 아픈 역사를 잊고 살았습니다.
지지합니다.

문크리스탈
문크리스탈
2018/02/19 18:48

소중한 결정에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

dlwjdtnr
dlwjdtnr
2018/04/25 20:00

네~…
글에서 오랜 시간의 고민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되니까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줄 때 펴낸 곳도 알려 주는데 우리의 아픈 역사와 연관해서 생각해 보진 않았네요.
고민이 결정…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이선영
이선영
2018/12/11 14:13

지지합니다.

레몬트리
레몬트리
2021/04/04 07:27

어렵지만 용기있는 결정에 지지를 보냅니다.

저도 아이 어릴때 그 이야기를 듣고
차선책으로 도서관에서 대여하거나
중고를 구입하곤 했었어요.

책은 좋은 작품이 많은데
차마 새 책을 살 수가 없더라고요.
응원합니다.

쟌이맘
쟌이맘
2021/12/06 09:57

늦게나마 가온빛의 결정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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