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 2017/04/06
■ 마지막 업데이트 : 2017/08/20


가온빛을 시작하면서 시공주니어 그림책을 소개할지 말지를 놓고 가온빛지기들끼리 고민을 했었습니다.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 초기부터 해외 그림책들을 들여왔었기 때문에 시공주니어란 출판사는 대부분 잘 아실 겁니다. 그리고 그 출판사가 전두환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사실도 말이죠.

굳이 우리가 소개하지 않아도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책들은 아이들에게 노출이 잘 될테니 불매운동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온빛에 소개하지는 말자는 의견도 있었고,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는 게 우리의 목적이니 소개하되 원서를 사서 보라고 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고민하고 망설이며 리뷰한 시공주니어의 그림책이 100여 권이나 되더군요.

그런데, 전두환과 그의 가족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얼마 전 이순자는 자서전을, 전두환은 회고록을 아들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통해 출간했습니다. 참회록이 아닌 자서전과 회고록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거짓과 망발이 들어 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우리도 망설이거나 고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가온빛은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그림책은 소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발행한 글들까지 삭제하지는 않겠지만 오늘 이후로는 시공주니어 책은 더 이상 가온빛에서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왜 이러는지 혹시나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두 권의 그림책과 최근 보도된 두 건의 기사를 공유합니다.

■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담은 그림책 : 아빠의 봄날 / 오늘은 5월 18일

■ 회고록 남긴 전두환 참회록 남긴 계엄군(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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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고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귀중한 생명을 앗아버렸고 평생 불구자로 만들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가슴 아프고 죄스러워 마음속에 긴 그림자를 간직하고 있다

– 계엄군 출신 최모씨 ‘5.18 회고’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 전두환 “발포명령 없었다”?…검증해보니(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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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회고록 팩트체크 전두환 회고록 팩트체크 전두환 회고록 팩트체크 전두환 회고록 팩트체크 전두환 회고록 팩트체크


<내용 추가>

기존 글들을 삭제하지는 못하지만 평소 조회수가 높은 아래 컨텐츠들 내의 그림책 목록에서 시공주니어의 책들은 모두 삭제했습니다.(각 연도별 추천 그림책 목록에서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된 책은 2014년 70권 중에서는 12권, 2015년 101권 중에서는 3권, 2016년 101권 중에서는 6권이었습니다.)

삭제 작업을 한 번에 할 수가 없어서 매일 조금씩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작업이 완료된 컨텐츠는 아래와 같습니다.


<내용 추가 : 2017/04/09>

본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공유했었는데 댓글 중 우리 작가들이 입을 피해에 대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비슷한 질문과 반발이 예상되기에 해당 내용과 그에 대한 저희의 답변을 본문에도 공유합니다.

■ 댓글 : 이번 결정이 그림책 작가들에게 공정한가 생각해보십시오. 결국 약자인 작가들만 고통받는 구조예요.시공사에서 그림책을 낸 작가들은 전두환 일가와 공범입니까? 과연 이 나라에 정당한 기업이 있기나 한가요?

■ 가온빛 : 근래에 ‘선의’란 말이 한창 인기가 있었죠. 어떤 선의를 갖고 하시는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지와 거리가 먼 말씀을 하시는 것에 대해 굳이 반박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 선의를 위해 우리 작가들 모두 고통받는 약자고, 이 나라에 정당한 기업은 없다고 말씀하시는 건 지나치지 않나 생각됩니다.

본문 찬찬히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꺼낸 얘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지난 사흘간 이슈화 하고 싶어하는 몇몇 기자분들의 연락도 받았습니다만 우리 작가님들께 피해가 갈까 싶어 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목도하며 차오르는 분노를 그냥 꾹 참고 넘기기엔 저들의 파렴치함이 너무 지나쳤습니다.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겁니다. 단지 그 뿐입니다.

최근에 소개한 “작은 눈덩이의 꿈”은 2016년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로 선정했을만큼 우리 멤버들 모두 맘에 쏙 들어했던 그림책입니다. 이번에 해당 목록에서 지울 때 마치 내 그림책을 지워 버리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가님에게도 미안했구요. 그런데, 어제 이 글 보고 이재경 작가님이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바람에 저희들 마음이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희가 가온빛을 얼마나 더 오래도록 유지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계속하는 동안은 우리 작가들의 그림책들 더 많이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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