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바렌고는 1990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미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토리노의 IED에서 3년간 일러스트레이션 과정을 거쳐 작가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반 시절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 Maurizio Quarello의 워크샵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일러스트레이터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 IED의 논문 준비 과정에서 만나게 된 인연으로 다비드 칼리와 여러 작품을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Il disegno è sempre stato con me, è stato un gioco quando ero bambina, uno sfogo da adolescente e un lavoro adesso che sono adulta.

그림은 항상 나와 함께 했다. 어려서는 놀이였고, 10대 때는 감정을 분출하는 출구였고, 어른이 된 지금은 직업이 되었다.

위에 인용한 글은 모니카 바렌고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을 소개한 내용 중 일부입니다.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등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고, 『작가』는 2022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이탈리아에 있는 몬테로사 산기슭에서 지내며 이탈리아, 프랑스, 대만, 한국의 출판사들과 함께 그림책 작업을 하고 있고, 우먼카인드 등의 잡지들에 그림과 칼럼을 싣는 일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 소개된 모니카 바렌고의 그림책은 모두 다섯 권입니다. ( ) 안은 한글판 제목.

  • 2013 POLLINE(사랑의 모양)
  • 2014 UN GIORNO SENZA UN PERCHÈ(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 2016 NUVOLA(구름의 나날)
  • 2019 LO SCRITTORE(작가)
  • 2021 FELICITÀ NE AVETE?(마녀의 매듭)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로 처음 만난 모니카 바렌고의 그림의 첫 인상은 다정함과 알쏭달쏭함이었습니다. 갈색톤의 차분한 느낌의 그림은 얼핏 다정한 듯하지만 글과 그림을 오가며 이리저리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봐도 좀처럼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게 그림책에 마냥 머물게 하는 무언가가 바로 모니카 바렌고의 그림의 매력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를 시작으로 『작가』, 『구름의 나날』, 『사랑의 모양』, 『마녀의 매듭』까지 그녀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내 안에 무언가 작은 꿈틀거림이 느껴집니다.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려고 움찔대는 듯한 느낌. 그림을 통해 작가와 소통을 하면 할수록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서 봉오리를 맺습니다. 그림책을 덮는 순간 마침내 내 안의 꽃이 피어납니다. 그것은 사랑이고, 변화와 도전이며, 지나간 추억에 대한 아련함입니다. 그렇게 피어나 또 내일을 향해 오늘을 살아갑니다.

오늘은 우리를 피어나게 하는 작가 모니터 바렌고의 그림책 다섯 권을 함께 읽겠습니다. ‘소개하겠습니다’가 아니라 ‘함께 읽겠습니다’라고 쓴 이유는 제가 짤막하게 소개한 글만 보고 모니카 바렌고의 작품들을 판단하지 말고 꼭 구해서 직접 읽어 보라는 당부를 드리고자 함입니다. 글이 마음에 든다면 읽고 또 읽어 보세요. 그림이 가슴을 파고 든다면 보고 또 보세요. 여러분의 가슴 속 씨앗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말입니다.

※ 그림책 순서는 한글판이 아닌 원작 초판 출간연도 순입니다.


사랑의 모양

사랑의 모양

(원제 : Polline)
그림 모니카 바렌고 | 글 다비드 칼리 | 옮김 정원정, 박서영 | 오후의소묘
(2022/04/20)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피어난 꽃 한 송이. 그 꽃을 발견한 여자. 여자는 매일 꽃을 보러 옵니다. 정성을 다해 돌봐주죠. 꽃은 매일 새로 피어나 여자를 더욱 더 끌어당깁니다. 꽃을 향한 여자의 마음이 정점(?)에 달했을 때 꽃은 시들기 시작합니다. 새로 피어나지 못한 채 이미 피어 있던 꽃들 마저 모두 시들어 버려 한 송이도 남지 않았습니다.

꽃이 사라진 겨울 내내 여자는 생각에 잠깁니다. 자기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아름다움은 왜 사라지는 걸까? 무언가를 망치는 것도 사랑인가?

수많은 질문의 끝에서 찾아온 봄.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정원에 나선 여자는 알수 없는 표정에 빠집니다. 다시 꽃이 피어난 곳은 여자의 정원이 아니라 이웃집 정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널 기쁘게 한다면
그건 네가 무엇을 주어서도,
무엇을 돌려받아서도 아니야.
단지 지금,
사랑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

가질 수 없는 사랑도 사랑일까? 새로운 질문에 부딪힌 여자, 다시 찾아온 꽃, 둘의 사랑은 어떻게 정리될까요? 마지막 한 장에 담긴 이야기는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길~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

(원제 : Un giorno senza un perchè)
그림 모니카 바렌고 | 글 다비드 칼리 | 옮김 유영미 | 책빛
(2017/01/30)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보니 나다 씨의 등에 날개 한 쌍이 돋아나 있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돋아난 날개를 문제가 있는 것, 잘못된 것, 잘라내 버려야 할 것으로 취급하는데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할아버지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으니 날개가 생긴 것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격려해 줍니다.

나다 씨 역시 날개를 걱정만 했지 온전히 들여다 보지는 못했었는데 “당신 아주 멋진 날개를 가졌군요!”라며 칭찬해준 풍선 아저씨 덕분에 자신의 날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정말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아가씨가 나타납니다.

드디어 만났네요.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어요.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이유가 바로 이런 거였네요!


구름의 나날

구름의 나날

(원제 : Nuvola)
그림 모니카 바렌고 | 글 알리스 브리에르아케 | 옮김 정림, 하나 | 오후의소묘
(2022/03/21)

가끔 이상한 날이 있죠.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이유 없이 점점 더 꼬이기만 하고, 마치 안갯속을 걷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날. 구름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그런 느낌에 사로잡히는 날. 그렇게 하루종일 시달리고 나면 구름은 잠자리까지 따라와 깊은 밤 푹풍과 천둥같은 악몽으로 돌변하고, 모든 게 슬픔과 두려움에 잠겨 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찾아왔던 구름은 또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집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순간 깨닫지 못할 뿐 구름이 아무 이유 없이 찾아왔던 건 결코 아니라는 사실. 나를 더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 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지난한 어둠의 시간을 지나온 것임을 알고 나면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를 구름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질 겁니다.

아침이에요.
잠에서 깨어보니
구름은 걷혀 있어요.

머리와 가슴 사이 어딘가에서
꽃이
피어나요.

잊지 마세요. 구름의 날이 찾아오는 것은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함이라는 걸.


작가

작가
(원제 : Lo Scrittore)

(2020/10/15)

작가와 함께 사는 반려견의 시선으로 바라본 작가의 일상을 다정하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작업에 푹 빠진 채 반려견의 돌봄 없이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어 보이는 작가의 모습은 아마도 다비드 칼리와 모니카 바렌고 자신들의 모습을 미러링한 것이겠죠.

다비드 칼리와 모니카 바렌고의 조합에서 사랑은 결코 빠질 수 없는 코드인가 봅니다. 반려견의 도움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만남과 사랑은 달달합니다. 사랑을 만나기 이전과 이후의 삶을 비교해 놓은 앞뒤 면지도 놓치지 마세요. 사랑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해주는지를 잘 살려낸 재미난 그림들 마음껏 즐기시길~

참고로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반려견의 모델은 모니카 바렌고의 실제 반려견 그레타라고 합니다.

우리를 피어나게 하는 작가 모니카 바렌고
모니카 바렌고와 반려견 그레타 ⓒ 뉴욕타임스

마녀의 매듭

마녀의 매듭

(원제 : Felicità ne avete?)
그림 모니카 바렌고 | 글 리사 비기 | 옮김 정원정, 박서영 | 오후의소묘
(2022/11/22)

어느 숲속에 살던 심술궂은 마녀와 동물들의 이야기입니다. 마녀는 늘 기분이 좋지 않았고 동물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죠. 마녀는 행복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낚아채 자신의 머리카락 속에 행복을 가둬버리곤 했습니다. 덕분에 마녀뿐만 아니라 숲속에 사는 동물들도 모두 슬픔에 갇혀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슬픔만 느끼며 사는 것에 지친 동물들이 마침내 반격을 시도해 보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그때 오소리가 파티를 열고 마녀를 초대하자는 제안을 하고, 반신반의하면서도 동물들은 파티를 엽니다. 마녀 역시 ‘그냥 가보기만 하는 거야.’라며 마지못해 하는 척 초대에 응합니다.

과연 파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파티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맛있는 비스킷 한 조각,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 그리고 오소리가 함께 춤추자며 내민 손 덕분에 마녀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거든요.

“춤추시겠어요?”
둘은 오래오래 함께 춤을 췄어.
아름다운 춤이었지.

진심으로 내민 환대의 손이 지닌 마법같은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림책 『마녀의 매듭』.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한 편의 우화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은유와 상징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5 2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