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을 하나의 선으로 본다면 결국 우리는 죽음으로 치닫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 선 끝의 죽음이 아닌 선 위의 삶을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들 삶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그림책 아홉 권을 소개합니다.

죽음에 대한 그림책들의 내용은 크게 죽음의 의미를 다룬 것과 떠나는 이의 시선으로 죽음 또는 남겨진 이들을 바라보며 그린 것, 그리고 남겨진 이가 떠난 이를 그리워하며 애도하는 것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죽음을 다룬 대부분의 그림책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담겨 있기는 합니다. 그래서 아래에 소개하는 아홉 권을 굳이 세분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쓰임새에 맞게, 읽는 그날의 느낌에 따라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 그림책 순서는 가나다 순입니다.


납작한 토끼

납작한 토끼

(원제 : Flata Kaninin)
글/그림 바두르 오스카르손 | 옮김 권루시안 | 진선아이
(2019/06/18)

차가운 길바닥에 납작하게 달라붙은 채 죽어 있는 토끼를 발견한 개와 쥐. 토끼를 조금이라도 더 잘 떠나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친구의 모습을 보며 그저 추상적이기만 했던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납작한 토끼』 리뷰 보기


내가 함께 있을게

내가 함께 있을게

(원제 : Ente, Tod Und Tulpe)
글/그림 볼프 에를브루흐 | 옮김 김경연 | 웅진주니어
(2007/10/31)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볼프 에를브루흐 무려 10년에 걸쳐 완성한 그림책입니다. 죽음을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힘든 일이란 뜻이겠죠. 안데르센상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을 모두 받은 작가답게 죽음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고찰을 그림책 속에 잘 담아냈습니다.

『내가 함께 있을게』 리뷰 보기


사과나무 위의 죽음

사과나무 위의 죽음

(원제 : Der Tod Auf Dem Apfelbaum)
글/그림 카트린 셰러 | 옮김 박선주 | 푸른날개
(2016/10/01)

독특하게도 죽음에게 새하얀 옷을 입히고 순둥순둥하게 그려낸 이 그림책은 죽음이 없다면 과연 삶은 어떻게 될까 묻습니다. 영원히 살 수 있었지만 결국은 죽음을 선택한 여우 할아버지를 죽음이 꼬옥 안아주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인 그림책입니다.

『사과나무 위의 죽음』 리뷰 보기


상자 속으로 들어간 여우

상자 속으로 들어간 여우

(원제: Füchslein in der Kiste)
글/그림 안트예 담 | 옮김 유혜자 | 한울림어린이
(2022/03/17)

아기자기한 이야기 속에 죽음의 의미,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골고루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여우, 먼 여행을 떠난 여우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토끼들을 통해 안트예 담이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도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겨지는 것’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어느 늙은 산양 이야기

글/그림 고정순 | 만만한책방
(2020/10/12)

죽음이 두려운 진짜 이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 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깨닫고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죽기 위해 이곳저곳 찾아 다니는 늙은 산양을 보며 노년의 삶과 그 뒤로 이어질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고정순 작가답게 인상적으로 쓴 헌사도 꼭 확인해 보세요.


오소리의 이별 선물

오소리의 이별 선물

(원제: Badger’s Parting Gifts)
글/그림 수잔 발리 | 옮김 신형건 | 보물창고
(2009/03/10)

안트예 담이 『상자 속으로 들어간 여우』를 만들 때 이 그림책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초판이 1984년에 나왔는데 이 시기 그림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소박하고 포근한 감성의 그림책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죽음보다는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걱정하는 오소리 할아버지와 그 이웃들의 이야기 보고 나면 ‘아, 죽음이 다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하실 겁니다.


잘 가, 작은 새

잘 가, 작은 새

(원제 : The Dead Bird)
그림 크리스티안 로빈슨 | 글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 옮김 이정훈 | 북뱅크
(2017/03/25)

공원에서 발견한 작은 새의 주검을 묻어주고 장례식을 치러준 후 매일매일 무덤가에 찾아가 애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마치 놀이의 한 장면처럼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죽은 새를 찾아와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날마다 잊지 않고 싱싱한 새 꽃들로 무덤가를 꾸며 주었어요. 아이들이 작은 새를 까맣게 잊어버릴 그 어느 날까지.’ 아이들처럼 장난스럽지만 산 자들에게 죽음이 어떻게 잊혀지는지 잘 보여주는 마지막 장의 글귀가 인상적입니다.

『잘 가, 작은 새』 리뷰 보기


할머니의 팡도르

할머니의 팡도르

(원제 : I Pani D’oro Della Vecchina)
그림 비올레타 로피즈 | 글 안나마리아 고치 | 옮김 정원정박서영 | 오후의소묘
(2019/12/2)

‘나랑 갑시다.’라고 말하며 할머니를 찾아왔던 죽음의 사신, ‘이제 갑시다’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미련 없이 죽음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할머니. 사방에 흩뿌려진 팡도르는 할머니가 세상에 남긴 사랑과 행복입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떠났어요. 죽음에게 사랑과 행복 그리고 삶의 기쁨을 가르쳐 주고 솜사탕처럼 가볍게…

『할머니의 팡도르』 리뷰 보기


할아버지의 섬

할아버지의 섬

(원제 : Grandad’s Island)
글/그림 벤지 데이비스 | 옮김 이야기별 | 예림아이
(발행일 : 2016/01/30)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어린 손주의 아픔과 그리움을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할아버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은 곳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다고, 편안한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실 거라고 상상하는 꼬마 시드를 통해 애도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섬』 리뷰 보기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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