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은 깨지기 쉬우면서도 단단합니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하지요.
알은 쉽게 깨질 것 같지만 매우 단단합니다.
알을 세로로 쥐면
아무리 힘을 줘도 금이 가지 않습니다.
알이 이렇게 단단할 수 있는 것은
활 모양으로 휘어지는 완벽한 곡선 형태 때문입니다.알은 알을 품어 주는 부모 새의 무게를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알에 대한 지극한 예찬이 담긴 ‘알, 자연이 만든 기적’이라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의 두 번째 이야기는 알의 완벽한 곡선 형태에 대한 설명입니다. 몇 줄 되지 않는 글에 알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튼튼한 아치 형태의 건축물에 견줄만한 완벽한 곡선 형태 덕분에 알은 깨지기 쉬우면서도 단단하고, 그래서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다는 설명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면서 또 다분히 철학적입니다.
‘알은 알을 품어 주는 부모 새의 무게를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라는 마무리는 이 그림책이 지식 그림책일 뿐만 아니라 철학 그림책이기도 함을 아주 명쾌하게 보여줍니다. 이 점이 바로 이 책의 매력입니다. 그런 면에서 원작을 한글로 옮기는 작업을 한 이명아 번역가를 칭찬하고 싶습니다. 번역이 서툴거나 정성을 쏟지 않았다면 작가가 전하는 지식은 전달할 수 있었겠지만 철학적 메시지까지 담아내지는 못했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글을 읽어 내려가며 부자연스러움 없이 행간의 의미까지 깊이 살펴보게 되는 것은 모두 옮긴 이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알 : 모든 생명의 시작』에는 알에 관한 마흔두 가지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중에서 한 가지라도 궁금한 이야기가 있다면 이 그림책 꼭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 알 : 자연이 만든 기적
- 곡선의 완벽함
- 알 수집
- 새알 : 조란학
- 알의 모양
- 알의 색
- 색이 다채로운 알들
- 유럽 로빈과 미국 로빈
- 위장하기
- 알의 내부 : 구조
- 알의 내부 : 병아리의 생성
- 코끼리새
- 코끼리새 알의 실제 크기
- 벌새 : 가장 작은 알
- 타조 알
- 알 크기 비교하기
- 둥지 : 다양한 둥지의 세계
- 둥지 틀기의 장인들 : 바야위버(노랑가슴베짜는새)
- 주머니 둥지 : 꾀꼬리
- 둔덕 둥지 : 홍학
- 구멍 둥지 : 딱따구리
- 진흙 둥지 : 절벽제비
- 바닥 둥지 : 흰올빼미
- 굴을 둥지 삼는 새들 : 물총새
- 절벽 둥지 : 바다오리
- 플랫폼 둥지 : 황새
- 뻐꾸기
- 황제펭귄
- 곤충의 알
- 곤충 알의 모양
- 개구리 알 : 양서류
- 파충류
- 바다거북
- 물고기 : 송어 알
- 오리너구리
- 예술과 종교, 신화에 나타난 알
- 예술과 종교
- 신화
- 전통
- 파베르제의 달걀
- 알 공예
- 황금알
알 : 모든 생명의 시작
(원제: Das Ei)
글/그림 브리타 테켄트럽 | 옮김 이명아 | 여유당
(2023/09/25)
※ 2018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스페셜멘션작
브리타 테켄트럽의 작품들은 감성 풍부한 그림과 단순함 속에 명징한 통찰이 깃든 글이 참 매력적이죠. 깊은 통찰을 짧은 글로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과 그녀만의 풍부한 감성이 어우러지면 아주 멋진 지식 그림책 한 권이 만들어지나 봅니다. 2016년 『날씨 이야기』(북뱅크, 2017)에 이어 오늘 소개한 『알 : 모든 생명의 시작』까지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 스페셜멘션에 두 번이나 선정된 것을 보면 말이죠.
알, 자연이 만든 기적
알은 언제나 우리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태초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또한 세계 곳곳의 오랜 종교와 신화에서 알은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숭배받아 왔습니다. 흠잡을 데 없는 모양과 매끈한 감촉, 놀랍도록 아름다운 색을 보면 알은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완전한 물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에 대한 예찬으로 시작하는 『알 : 모든 생명의 시작』은 90여 쪽으로 두툼하지만 브리타 테켄트럽의 감성이 깃든 그림과 알과 관련된 풍부한 이야기 거리들을 짤막한 글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지식 그림책입니다. 한 장 한 장 푹 빠져 읽다 보면 어느새 맨 마지막 쪽의 ‘황금알’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겁니다. 생물학과 생태학에 대한 이야기들이지만 한 줄 한 줄 곱씹어 보며 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깊은 철학 역시 만나 보시길~.
※ 함께 읽어 보세요 : 알이 데굴데굴 그림 사전(레나 회베리 / 너머학교 / 2023)
알은 우주의 신비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서 책님, 잘 지내고 계시죠? 소식 궁금했습니다.
알, 내용도 그림도 너무 좋아요. 서책님이 좋아하실 그림책이라 확신합니다.
깊이, 정확히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생명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책입니다. 공유해도 되지요?^^
최영옥 편집장님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댓글과 공유 감사합니다! ^^ 여유당의 좋은 그림책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