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지하 공간 활용을 방해하는 단지 내의 보호수(수령 360년 이상)를 옮겨 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심판에 대해 서울시의 보호수 이식 거부는 정당하고 적법한 것으로 판결한 적이 있었습니다(수령 360년 보호수 옮겨 달란 요구 거부는 적법, 노컷뉴스, 2020/01/29).

작년에는 2014년부터 편백나무 숲 조성에 힘쓰고 있는 은평구청이 편백나무를 심기 위해 봉산 지역에 자연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수십 년간 숲을 지탱해온 팥배나무, 참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등을 베어낸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했습니다(멀쩡한 숲 하루아침에 밀고 편백나무 심는다니… 말이 되나, 오마이뉴스, 2023/04/15).

발전, 성장, 개발, 선진국, 국민소득 $○○○ 달성, 대기업, 강남, 아파트… 오늘의 우리를 만든 키워드들입니다. 이 단어들이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주도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 단어들을 지향하며 살아온 결과로 지금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잃은 것들이 적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무엇을 잃었는지는 저마다 다르겠죠. 어떤 이는 돈을 좇다 가족을 잃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건강을 잃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개인적인 것 말고 우리 모두가 공통으로 잃는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중에 흙이 있고 나무가 있습니다.

나무를 심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이해할 수 없는 시대. 멀쩡한 나무들을 베어내고 인공적으로 조성한 편백나무 숲은 수십 년 후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품어줄 수 있을까요? 나무의 삶, 나무 이야기들을 담은 열세 권의 그림책을 통해 나무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거인의 침묵

거인의 침묵

(원제: Les Géants tombent en silence)
글/그림 바루 | 옮김 기지개 | 북극곰
(2023/04/05)

바루 작가 좋아하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명료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작가라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거인의 침묵』은 단순함 끝에 다소 섬뜩한 반전으로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베어내는 나무는 그저 나무가 아니라 늘 우리의 삶을 지켜보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던 나무였음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건네고 있습니다.

『거인의 침묵』 리뷰 보기


나무 고아원

나무 고아원

글 이정록 | 그림 박은정 | 동심
(발행 : 2019/07/19)

“나무 고아원”은 아이가 묻고 어른이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나무도 우리처럼 감정이 있고 슬픔과 아픔을 느낀다고,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면 그들의 이야기가 들릴 거라고, 가족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듯 우리도 나무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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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숲을 기억해요

나무는 숲을 기억해요

(원제 : De cómo nació la memoria de El Bosque)
글/그림 로시오 마르티네스 | 옮김 김정하 | 노란상상
(발행 : 2013/01/10)

나무와 사람이 얽히고 설켜 끝없이 순환되는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역사이자 자연과 지구의 역사 아닐까요? 나무와 숲, 자연이 베풀어 주는 선물의 소중함을 배우고 우리 역시 자연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함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작가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책입니다.

『나무는 숲을 기억해요』 리뷰 보기


나무는 정말 놀라워요

나무는 정말 놀라워요

(원제 : Árboles)
글/그림 렘니스케이트 | 옮김 남진희 | 미디어창비
(발행 : 2017/01/31)

나무의 생애를 통해 우리에게 나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일깨워주고, 우리도 나무처럼 살아가길 원하는 작가의 바램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삶에 대한 인내와 열정, 타인에 대한 배려와 희생, 그리고 헌신의 정신을 보여주는 나무의 삶을 꼼꼼히 관찰하고 아이들의 언어로 그려낸 참 예쁜 그림책입니다.

『나무는 정말 놀라워요』 리뷰 보기


나무를 만날 때

나무를 만날 때

(원제: What Do You See When You Look at a Tree?)
글/그림 엠마 칼라일 | 옮김 이현아 | BARN
(2022/10/01)

산책길에서 흔히 만나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우리들이 문득문득 궁금해 했던 ‘이 나무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을까?’, ‘나무는 가지 끝으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이 나무는 몇 살일까?’, ‘나무도 나처럼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느낄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그림책입니다.

『나무를 만날 때』 리뷰 보기


나무를 자르기 전에

나무를 자르기 전에

(원제 : Prima di tagliare un albero)
글/그림 아리안나 파피니 | 옮김 김현주 | 봄나무
(2023/03/23)

나무를 자르기 전에 잠깐 멈춰 보세요.
그리고 숨을 들이켜 보세요.
왜냐하면…
나무의 생명이 여러분의 생명이니까요.

새의 집이고 바람의 목소리이자 우리에게 가을을 선물하는 나무. 추억 가득 깃든 우리 삶이며 우리 아이들이 숨쉬고 살아갈 내일임을 잊지 말자는, 이 세상 모든 나무를 지켜내고 싶은 간절한 노래가 담긴 그림책입니다.


나무와 새

나무와 새

(원제 : L’arbre et l’oiseau)
그림 테레사 아로요 코르코바도 | 글 마일리 뒤프렌 | 옮김 이슬아 | 여유당
(2023/01/25)

서로 다른 생태적 특징과 삶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나무와 새. 이 그림책은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어떻게 인연을 맺고 관계를 발전 시키며 공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합니다. 나무의 존귀함을 잊지 말라고, 나무와 새에게서 숲과 동물과 우리를 둘러싼 모든 자연과 공존하는 지혜를 배우라고.


나무의 마음

나무의 마음

그림 박은정 | 글 이정록 | 단비어린이
(2023/04/05)

나무도 말을 할 줄 안다고, 나무도 눈물을 흘릴 줄 안다고, 나무도 기뻐할 줄 안다고, 나무에게도 마음이 있다고, 그래서 우리 모두 나무의 이야기를 들어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내가 나무를 안으면 동그란 나이테가 나를 안아 준다고, 그렇게 서로 보듬어 만들어진 동그라미로 세상을 꼬옥 안자고 말하는 시인의 섬세한 마음과 박은정 작가의 따스하고 다정한 그림이 잘 어우러져 나도 모르게 나무의 마음을 듣기 위해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됩니다.


나무처럼

나무처럼

글/그림 이현주 | 책고래
(발행 : 2016/04/15)

크고 작은 경험과 다양한 감정을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은행나무의 이야기로 우리의 삶을 진지하면서도 깊이감 있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삶은 둥글게 순환합니다. 하나의 끝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죠. 나무가 바라보는 풍경을 통해 그 이야기를 간결하고 정돈된 문장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줍니다.

『나무처럼』 리뷰 보기


내가 만일 나무라면

내가 만일 나무라면

(원제 : Si yo fuera)
그림 지나 로사스 몬카다 | 글 필라르 로페즈 아빌라 | 옮김 오은 | 뜨인돌어린이
(2023/03/31)

‘내가 만일 나무라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아이는 마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처럼 앞 문장의 단어로 다음 문장을 이어가며 나무도 되어 보고 바람도 되어 보고 사막, 모래, 바다, 고래, 소금, 사슴, 벌새, 꽃, 이슬, 구름이 되는 상상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 이렇게 말하죠.

그러나 나는 구름이 아니고,
이슬이 아니고, 꽃이 아니고,
새나 사슴이나 고래가 아니고,
바다나 모래나 사막도 아니어서…

나는 나무가 자랄 수 있게 씨앗을 심고
바람 소리에 맞춰 나뭇가지들과 춤출 거야.

이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순환하고 있다고, 아름다운 자연과 오래도록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한다고 말하는 그림책 『내가 만일 나무라면』입니다.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글/그림 김선남 | 그림책공작소
(발행 : 2021/06/25)

서로 다른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자기답게 살아가는 세상,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 그 수많은 개성과 다양성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빛나는 세상의 소중함을 나무에게서 배우는 그림책입니다.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리뷰 보기


소나무

소나무

(원제: Furan)
글/그림 리센 아드보게 | 옮김 전시은 | 베틀북

(2023/03/20)

한 가족이 꿈에 그리던 집터를 찾습니다. 높다란 소나무들이 울창한 곳이었죠. 그 가족은 그곳의 소나무들을 거침없이 베어 집을 짓는 목재로 삼았습니다. 마침내 멋진 집을 완성하고 입주를 하긴 했는데… 가족에게 자꾸만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기예르모 델 토로의 기묘한 느낌의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드는 그림책 “소나무”는 우리가 그동안 그림책에서 접하지 못했던 서늘함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인간이야말로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고, 그러니 앞으로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좋을 거라고, 그러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거라고…

『소나무』 리뷰 보기


은행나무

은행나무

글/그림 김선남 | 천개의바람
(발행 : 2019/11/01)

암수 구별이 있는 은행나무의 특성을 잘 살려서 암나무와 수나무가 만나서 사랑하고 가족을 이룬 뒤 자식을 키우고 떠나 보내는, 우리 삶의 여정과 많이 닮은 그들의 한 해 살이를 잔잔하게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은행나무 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김선남 작가의 『은행나무』를 펼치면 나무를 닮은 작가의 삶의 향기가 그윽하게 느껴질 겁니다.

『은행나무』 리뷰 보기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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