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뭘까요? 어떤 때 위로가 필요한가요? 위로받고 싶을 때 어떤 위로를 받고 싶나요? 살면서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위로하기는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내가 힘들 때 누가 와서 위로하려 드는 걸 반기지 않는 타입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난 위로 받는 게 싫은데 상대방은 가끔 내가 위로해 주길 바라곤 하니까요. 위로 안 해주면 서운해 하고 막상 위로랍시고 해 주면 그게 위로냐며 또 서운해 하고…

어떤 위로가 좋은 위로인지 찾아봤습니다. ‘위로의 3원칙’이란 게 있더군요. 첫 번째는 상대의 감정을 읽어 주는 겁니다. “화가 났구나, 우울했구나” 하는 식. 이걸 명료화(validation)라고 한답니다. 두 번째는 정상화(normalizing). “그런 상황에서 화가 나는 게 당연해.” 처럼 상대의 감정 반응이 그 상황에서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알려주는 거라고 합니다. 세 번째는 상대방의 진정한 가치를 승인(affirmation) 혹은 확인, 지지해주는 것이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소중한 존재야.”“이렇게 힘든 일을 겪었지만 네가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 참고자료: 친구를 위로하는 방법, 위로의 3가지 원칙(정신의학신문, 2018/05/13)

아 그렇구나… 하게 되는 좋은 말인 것은 분명한데… 현실에서 위에 인용한 기사에서 나오는 것처럼 위로 받으러 온 친구에게 얘기해주려면 말하는 저도 오글거리겠지만 상대방 놈은 아마도 머리카락이 곤두서지 않을까 싶은데… 감성 메마른 사내들이라 그런 거겠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뜻 다가가 위로를 전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로를 잘 하고 싶지만 위로를 잘 하는 방법은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최대한 우리의 진심을 담아 건네는 수밖에는…

오늘은 ‘위로’를 담은 그림책들을 골라봤습니다. 위로의 의미를 담은 그림책도 있고, 위로하는 방법과 위로의 말들을 담은 그림책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 작가들이 건네는 토종 위로만 정리했습니다.

※ 순서는 가나다 순입니다.


가끔씩 나는

가끔씩 나는

글/그림 조미자 | 핑거
(발행 : 2020/02/01)

움직이지 않는 나,
움직이지 않는 세상.
다시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내 마음속 가끔의 나의 모습들.

흥분, 우울, 불안, 두려움, 설렘… 때로는 점점 빨라지거나 느려지고 또 어떤 때는 점점 커지거나 점점 작아지는 우리 마음. 내 삶의 반경 안에서 흐르는 세상의 속도와 내 마음이 불일치할 때 우리들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하고 주눅드는 것 아닐까요? 그럴 때 누군가 가만히 내 곁에 있어주는 것, 말없이 다독여주는 것 그게 바로 위로입니다. 나의 리듬으로 세상과 함께 움직이게 곁에서 도와주는 것, 그게 바로 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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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를 올리고

가드를 올리고

글/그림 고정순 | 만만한책방
(발행 : 2017/11/20)

넘어지는 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한다.
하지만 일어서는 것은 여전히 힘겹다.
때때로 나를 일으켜 준 이름 모를 권투 선수에게 이 책을 보낸다.
오늘도 일어서는 당신에게도.

한 해를 열심히 살아내고 연말연시 즈음이면 늘 생각나는 그림책입니다. 관중 하나 없이 텅 빈 여백 위에 목탄화로 그려낸 두 주먹의 필사적인 몸부림. 고정순 작가가 그려낸 위로는 지쳐 쓰러진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 다시 두 주먹 불끈 쥐고 축 처진 가드를 다시 올릴 수 있게 하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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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디팡팡

궁디팡팡

글/그림 이덕화 | 길벗어린이
(발행 : 2019/02/27)

작은 숲속 마을에 ‘궁디팡팡 손’이 있어.
‘궁디팡팡 손’이 ‘궁디팡팡’을 해 주면
상처 받은 마음이 약을 바른 것처럼 스르르 낫지.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 궁디팡팡.

궁디팡팡 받으러 오는 시무룩한 얼굴들이 토닥토닥 궁디팡팡 받고 나서 황짝 웃으며 돌아가는 모습, 언제나 ‘괜찮아 괜찮아. 토닥토닥 궁디팡팡’ 해 주던 커다란 손이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질 않자 ‘궁디팡팡 손’을 기다리던 이웃들끼리 서로서로 궁디팡팡 해 주는 모습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너희도 주위를 둘러봐. 궁디팡팡이 필요한 친구가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야.’ 라는 말로 마무리하며 우리 사회에서 위로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 연대가 필요함을 일깨워주기도 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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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울 때에

네가 울 때에

글/그림 홍순미 | 봄봄
(발행 : 2020/09/18)

괜찮아?
하늘이 높고 푸른 바람이 부는 날.
네가 울 때에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위로는 바로 내 곁에 있는 친구입니다. 위로 해 주고 싶은 친구, 위로 받고 싶은 친구, 내가 울 때 언제나 내 곁에 있어줄 친구. 때로는 나 대신 실컷 욕해주고, 때로는 ‘괜찮아?’하고 다정하게 물어봐 주고, 때로는 그냥 주저리주저리 아무 얘기나 늘어놓으며 내 곁을 지켜주는 그런 친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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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

눈물바다

글/그림 서현 | 사계절
(발행 : 2009/11/02)

모두들 미안해요.
하지만…
시원하다, 후아!

엉망진창인 하루. 궁디팡팡도 친구의 위로도 아무런 힘이 되지 않는 날. 그런 날은 실컷 우는 수밖에요. 나의 눈물에 온 세상이 다 잠겨 버릴 때까지. 감정을 숨긴 채 마음 속 밑바닥에 꾹꾹 눌러 담지만 말고 실컷 울어보라고, 그러고 나서 개운하게 ‘시원하다, 후아!’ 하며 다 내뱉고 다시 웃을 수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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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방방

마법의 방방

글/그림 최민지 | 미디어창비
(발행 : 2020/04/10)

뛰어 볼까?
한 번 더!

실컷 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모두 다 잊고 땀에 흠뻑 젖도록 몸을 써보는 건 어떨까요? 온종일 심심했던 아이가 트램폴린 타고 방방 뛰어올라 우주까지 날아갔다 온 것처럼 말이죠. 여럿이 하는 운동 말고 걷기, 달리기, 등산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땀을 뺄 수 있는 운동이 좋습니다. 걷고 또 걷고, 달리고 또 달리고, 오르고 또 오르다 보면 지금껏 나를 괴롭히던 것들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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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해

속상해

글/그림 이혜리 | 보림
(2022/09/15)

아이: 선생님 가위가 속상하대요!
선생님: 어머나, 왜?
아이: 으응, 잘 못 자르니까요.
선생님: 가위야, 괜찮아. 천천히 하고, 또 하면 잘할 수 있어.

그림책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가위질이 제 뜻대로 되질 않아서 속상한 아이에게 ‘가위야, 괜찮아~’ 하며 건네는 선생님의 엉뚱하지만 다정한 위로. 아이들용 보드북으로 나왔지만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좋은 위로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축 처진 입꼬리, 시무룩한 표정. 뭔가 속상한 일이 있나 봐요. 대수롭지 않은 이유일 거라 지레 짐작하지 마세요. 아이는 제법 심각하답니다. 아이의 속상함을 아이 눈높이에서 공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아이’를 ‘나’ 또는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로 바꿔도 그대로 의미가 통하는 작가 후기를 통해 이혜리 작가가 건네는 위로는 ‘공감’입니다.


쓰담쓰담

쓰담쓰담

글/그림 전금하 | 사계절
(발행 : 2019/09/26)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잘 지내요?’, ‘오늘 어땠어요?’, ‘괜찮아요.’ 하고 말을 건네고 싶어요.
그림책으로 쓰담쓰담 하는 사이가 되면 좋겠어요.

‘궁디팡팡 손’에 이어 이번엔 ‘쓰담쓰담’ 해주는 손입니다. 우리들 마음이 시시각각 어떻게 변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마음을 또 어떻게 따라가서 위로해주면 좋을지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누군가를 쓰담쓰담해 주며 위로해 주는 손, 그 손은 지금 제 손일 수도 있고 여러분의 손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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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글/그림 전미화 | 웅진주니어
(발행 : 2017/11/01)

난 춤추는 공룡이오.
단지 당신이 우울하다는 소식을 들었소.

함께하지 않겠소?

내가 우울하다는 소식을 듣고 난데없이 찾아온 춤추는 공룡 마이클. 마이클은 내 기분이나 의사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막무가내로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신나게 한바탕 흔들어대고는 기껏 한다는 말이 ‘함께하지 않겠소?’… 이게 뭐지? 하면서도 풋풋풋! 핫핫핫! 으써으써! 오아~우~ 리듬을 타는 마이클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원! 투! 스리! 포! 살랑살랑~ 아예~아예! 앗싸!

위로는 다정하고 세심해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전미화 작가가 보여주는 거칠고 투박한 낯선 위로. 힘들고 외로워 보이는 누군가에게 뭐라 위로해 주어야 할지,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고민하느라 주저하기보다는 먼저 손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아주라고 말하는 것 아닐까요? ‘함께하지 않겠소?’… 진심이 담긴 이 말 한 마디야말로 닫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위로라고 말입니다.

『어느 우울한 날 마이클이 찾아왔다』 리뷰 보기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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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이맘
쟌이맘
2024/01/26 15:10

<궁디팡팡> 아이도 넘 좋아했던 그림책, 반가운 마음에 흔적 남기고 갑니다 &^^ 이덕화 작가님의 <백개의 달과 아기공룡>도 넘 사랑스러워요, 추천 꾹~

이 선주
Editor
2024/01/29 09:23
답글 to  쟌이맘

쟌이맘님 잘 지내시죠?
“백 개의 달과 아기 공룡”도 넘 사랑스럽죠?
책 읽어주시는 아름다운 풍경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집니다.^^
행복 가득한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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