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주는 그림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오빠와 손잡고』는 여동생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어린 남매 이야기고, 『큰오빠』는 제목처럼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큰오빠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경제적 결핍으로 인해 엄마 아빠 대신 온종일 동생을 돌봐야만 하는 오빠가 견뎌내는 하루의 무게, 재혼가정에서 관계의 결핍을 겪던 아이가 이부(異父) 동생과 맺어 가는 가족의 의미, 두 오빠의 삶을 채워주는 것은 어쩌면 그들이 짊어진 결핍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오빠와 손잡고

오빠와 손잡고

글/그림 전미화 | 웅진주니어
(2020/09/07)

철거를 앞둔 재개발 지역에서 미처 이사를 가지 못한 채 남겨진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용역깡패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지만 엄마 아빠는 어린 남매 둘만 남겨둔 채 일터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 동생을 돌보는 건 고스란히 오빠의 몫입니다. 오빠 역시도 아직 어리지만 말이죠. 동생은 오빠가 함께 있어서 든든하지만 오빠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버겁기만 합니다.

놀이터에서 놀다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온 남매는 불이 켜진 걸 보고 반가워 달려가지만 아이들을 기다린 건 엄마 아빠가 아니라 용역깡패들입니다. 자기네 집이 그들에게 짓밟혀 아수라장이 되는 걸 아이들은 그저 숨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 아빠가 돌아와 챙길만한 것들만 간신히 수습한 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갑니다. 아직 허물어지지 않은 집을 찾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오빠와 손잡고

전미화 작가는 동생과 오빠의 표정을 통해 두 남매가 느끼는 삶의 무게를 다르게 그려냈습니다. 계속해서 표정이 보이는 동생과 달리 파란색 모자를 꾹 눌러쓴 오빠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오빠의 표정이 드러나는 건 용역깡패들을 피해 숨어 있는 남매를 아빠가 발견하고 양팔로 꼭 안아줬을 때입니다. 아빠 품에 안겨 안도의 숨을 내쉬는 듯한 오빠의 표정은 하루 종일 아이가 얼마나 두려움과 불안에 떨었을지 보여주는 듯해서 더욱 마음이 아파집니다.


큰오빠

큰오빠

글/그림 임양 | 샘솟다
(2024/01/31)

제목 탓에 앞서 소개한 『오빠와 손잡고』처럼 여동생이 들려주는 오빠 이야기일 것 같지만 화자는 여동생이 아니라 오빠입니다. 부모가 이혼 후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아이. 가끔씩 아빠를 만나며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엄마가 재혼을 합니다. 새아빠가 생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이 생겼어요. 다들 기쁜 일이라며 떠들지만 아이 마음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동생 돌보느라 자기는 엄마에게 뒷전인 것 같아 마음 아픈데… 언제부턴가 자꾸만 자신의 곁에 달라붙는 동생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낍니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생, 툭하면 자기 옆으로 오는 동생이 자신에게 ‘오빠~’하고 부른 날 이부(異父) 남매는 드디어 가족이 됩니다.

큰오빠

동생을 안고 나가면 사람들이 내가 아빠인 줄 알아요.
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아요.
난 큰오빠이니까요.

조금은 건조한 듯한 느낌으로 들려주는 짤막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해주는 그림책 『큰오빠』. 한편으로는 아이들 눈에 우리 어른들이 철없어 보일 때도 있겠구나, 아이들이 잘 자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제대로 자리 잡고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우리 어른들이 얼마나 세심하게 살피고 지켜줘야 하는지 새삼 느끼게 만드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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