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인터뷰는 2023년 3월 22일에 발행한 <가온빛 레터 플러스> 50호 중에서 ‘그림책으로 만난 사람’에 실렸던 글입니다. ‘그림책으로 만난 사람’은 그림책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만의 그림책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또 함께 나누는 코너입니다.

※ <가온빛 레터 플러스>는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 밤 9시에 보내드리는 유료 레터입니다. 구독료는 월 5천원이며 3개월, 6개월, 12개월 단위로 구독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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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빛 북클럽>을 통해 알게 된 백슬기님은 잘 웃는 청년이고, 생각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 애쓰는 청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청년이기도 하고요. 한두 번 보면서는 잘 웃어서 참 좋다 싶었고, 몇 달을 지켜보니 그 웃음 뒤에 적잖은 고민들과 그 고민들을 헤쳐나가려 애쓰는 게 느껴져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일 년 가까이 지켜본 백슬기님은 삶을 즐길 줄 아는 멋진 청년이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그림책 작가 준비중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는지, 그림은 어떤 느낌일지, 어떤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지…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묻고 답했던 이야기들을 간추려서 소개합니다.

※ Tip!
잘 웃는 옆집 청년 백슬기님의 이야기 읽기 전에 아래 플레이리스트 먼저 틀어 주세요. 2023년 2월 13일에 보낸 첫 번째 질문지에 답변 작성하면서 백슬기님이 들었던 음악입니다.

아침을 여는 커피 한 잔 같은 음악들 감상하기

잘 웃는 옆집 청년 백슬기

Q. 백슬기님 본인에 대한 한 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백슬기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4당5락 느낌으로 코피 흘리며 공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그냥 잘 웃고 다니는 옆집 청년이라 여기시고 제 인터뷰 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가온빛 북클럽>, <가온빛 레터 플러스>, <가온빛 그림책 수업> 등 가온빛에서 진행하는 모든 유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계신데 그 이유가 뭘까요? 그림책 작가를 준비중인 백슬기님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A.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책 북클럽은 어떤 걸까 궁금해서 호기심에 <가온빛 북클럽>에 참가했었고요. 참여해 보니 혼자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감상보다 여럿이서 같이 읽을 때의 감상이 훨씬 풍부하고 다채롭더라고요. 특히 그런 다양한 자극들 덕분에 문득 떠오르는 새로운 생각들이 너무 멋진 거예요! 혼자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텐데 말이죠. 혼자 가면 빠르게 가지만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이런 건가 봅니다.

<가온빛 레터 플러스>는 작년 여름 <가온빛 북클럽>이 쉬어갈 때 너무 허전해서 질러버렸습니다.😅

<가온빛 그림책 수업>은 스토리북을 쓰려면 그림책을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책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알고 싶어져요. 다른 모든 수업들이 영감 가득했지만 <그림책의 이해와 활용> 6회차 수업이었던 ‘테마별 그림책 감상’에서 그동안 막혔던 부분이 갑자기 풀리는 경험을 했어요. 그날 수업이 끝난 후 한동안 갈무리 못했던 스토리라인을 정리하고 나니 새벽 3시가 넘었더라고요. 하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고 너무 감사했어요. 다시 또 막히는 순간이 찾아 오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 발자국 더 나아간 것이 좋아요. 늘 영감 가득한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Q.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는 누구인가요?

A. ‘가장’이라는 질문에 고민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나까지 깨어나서 마구 놀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작가님’이라는 기준을 놓고 고민해 보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백희나 작가님과 존 클라센 작가님이라 생각됩니다.

백희나 작가님 좋아합니다! “달 샤베트”(책읽는곰, 2014)와 “어제 저녁”(책읽는곰, 2011) 너무너무 재밌어요! 계속 그 공간에 있다고 상상하게 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존 클라센 작가님 좋아합니다! “내 모자 어디 갔을까?”,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모자를 보았어” 모자 시리즈 3권 너무 애정 해요! 매번 읽을 때마다 캐릭터에 맞춰서 성대모사도 하게 되고, 혼잣말도 하게 되고, 입으로 BGM도 깔면서 놀게 되네요.

 

Q. 백슬기님의 인생 그림책을 세 권만 고른다면 어떤 작품들일까요?

A. ‘인생 그림책’이라는 표현에서 저에게 ‘그래, 더 살아봐야겠다.’ 라고 위로와 용기를 얻었던 그림책 두 권과 읽을 때마다 새로운 포인트에서 공감이 가는 사랑에 관한 그림책 한 권이 생각났어요.

어스름 나라에서

어스름 나라에서

(원제 : I Skymningslandet)
그림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 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옮김 김라합 | 창비
(2022/01/24)

가온빛 북클럽을 통해 처음 알게 되고 구매했던 책인데요. 저 역시 하루 중에 가장 기다리는 시간대가 노을 지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그림책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괜찮아.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아.” 라는 말이 주인공이 아니라 제게 건네는 위로로 느껴져서 참 좋아요.

특히, 북클럽 시간에 다른 멤버가 감성 촉촉한 목소리로 읽어주셨던 것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을 때는 항상 그분 목소리랑 비슷하게 흉내 내서 읽게 되더라고요! 그때의 느낌을 살리고 싶나 봐요.

“어스름 나라에서” 리뷰 보기

 

마음 문소현 썸북스

마음

문소현 | 썸북스
(2022)

<SI그림책학교> 선배 작가님의 첫 그림책인데요. 책 내용 자체에 위로를 엄청 받아서 북토크 중에 처음으로 눈물이 왈칵 났었어요. 꿋꿋하게 길을 걸어가는 강아지에게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마지막 장면만 보면 ‘그래, 더 살아봐야겠다.’는 마음에 코끝이 찡해져요.

썸북스 소개 보기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원제 : Les lettres de l’ourse)
글/그림 고티에 다비드마리 꼬드리 | 옮김 이경혜 | 모래알
(2018/12/24)

편지 문장 하나 하나에 그리움이 가득 묻어나서 읽는 저까지 가슴 끝이 아려 온 그림책이었어요. 아무래도 장거리 연애 중이라 더 와닿나 봐요. 여행 곳곳에서 새를 향한 곰의 다양한 그리움 표현 덕분에 읽을 때마다 공감되는 문장이 다르더라고요. 마치 내가 쓴 편지처럼 그날의 그리움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 매번 달라지는데 그게 참 신기하고 좋아요.

또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을 때 ‘새가 예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는 한결같은 반응이 나와서 재밌었어요. 제가 그랬거든요.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리뷰 보기

 

Q. 가온빛 북클럽 모임에서 이야기 나눌 때 원래는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다고 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전공은 무엇이었고,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 어떤 분야에서 일했었는지 궁금합니다.

A. 경영학을 전공했고,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는 광고기획자(AE) 및 콘텐츠 마케터로 3년 정도 일했습니다.

재수할 때 스트레스 풀고 싶어서 여느 스무 살 친구들처럼 머리를 샛노랗게 물들인 적이 있는데요. 이때 미용실에서 잡지를 읽다 ‘직업 인터뷰’ 코너에서 처음 알게 된 직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상품을 기획하고, 매장이란 공간까지 꾸미는 직업을 MD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분들이 다 경영학과를 나왔다고 써있었고, ‘경영학과 가면 이렇게 재밌게 일하나보다~’하며 경영학과를 선택했어요.

MD라는 직업 때문에 경영학과를 선택했고 졸업 후 광고기획과 마케터를 거치며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는데… 어느샌가 그림책 작가를 준비하고 있네요! 😊

이렇게 써놓고 보니 선택의 이유와 결과들이 약간씩 어긋나 보이는 것 같지만 제 안에서는 나름의 한 가지 큰 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늘 제 생각을 표현하고,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영감을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있었거든요. 그 욕구에 충실하며 선택의 상황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니 여기저기 찍힌 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나름 큰 줄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3년간의 직장 생활을 하며 본인에게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구’를 발견하게 된 것이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전공을 선택하기 전이나 취업 전에는 본인에게 그런 욕구가 있다는 걸 깨달을만한 계기가 없었나요?

A. 고등학교 2학년 때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를 출품한 적이 있어요. 이육사 시인을 좋아했고, <광야>라는 시를 특히 좋아했는데,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의 <광야>중에서

이 부분이 너무 감동이라 눈물 찔끔 흘리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재수했나봐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코를 풀고 있어서… ㅎㅎ농담입니다~! 어쨌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시도 써보고, 보컬 레슨을 받거나 드럼도 살짝 쳐 보면서 뭔가를 계속 표현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그 당시엔 그런 행동의 이유를 ‘공부에서 느낀 패배감을 다른 활동으로 풀려고 한다.’라고 저 스스로 생각했어요. ‘예술 쪽으로 가고 싶었다면 진즉에 갔어야 했다. 늦게 이 마음을 발견한 건 그만큼 재능이 없다는 건데, 부족한 재능으로는 예술가로 살아남지 못하고 밥 굶는다..!’ 같은 식의 걱정과 두려움이 제가 진짜 원하는 걸 깨닫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재수를 했던 것은 저 스스로 씻김굿 하는 느낌이었어요. 공부에 대한 패배감을 한 번 털고 가지 않으면 앞으로 인생에서 뭘 하든 ‘공부 못해서’란 핑계를 대고 살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재수하면서 내가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논술 시험 대비가 주 1회 있었는데 잘 하든 못 하든 그냥 제 생각을 쓰고 담당 선생님에게 피드백 받는 과정이 참 좋았어요. 숨막히는 재수생 시절 논술 대비 시간이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었고 결과적으로는 대학도 논술 전형으로 갔습니다.

경영학과에서 저 자신에 대해 새로 알게 된 또 한 가지는 바로 ‘내가 발표하는 것도 좋아하는구나!’ 였어요. 발표는 목소리, 제스처, PPT 등등 온몸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일이라 느꼈거든요. 그때쯤 ‘논술’, ‘발표’에 대한 공통점을 나름대로 생각했고, ‘경영학과 출신이 가장 창의적으로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는 광고 같다!‘는 생각으로 광고기획자(AE)를 선택했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AE는 광고주와 제작자 사이의 연결고리이지 내 마음껏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마케터로 직군을 옮겨 보기도 했었습니다.

 

Q. 하던 일을 정리하고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총 두 번의 계기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며 회사 생활에 적응되었을 무렵 ‘회사-집’만 반복하는 일상에 문득 위기감이 들었어요. 동갑이었던 동료의 아름답지 않던 권고사직 절차를 목격해서이기도 했고요. 회사만 믿고 직장인으로 머물면 안 될 것 같아 인생 2모작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월급이 크진 않았지만 두 번째 업은 첫 번째 직업이 키워낸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돈 버는 것과 관련 없는, 한 번도 해보진 않았지만 왠지 하면 내가 행복할 것 같고 즐겁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대상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림책이라는 키워드가 마음에 있던 걸 발견하고 그림책 학교를 알아보게 되었고, 예술가를 키워내는 데 촛점을 맞춘 <SI그림책학교>의 커리큘럼이 제가 가장 잘 맞겠다 싶었습니다. 이미 마케터여서 ‘상품’을 위한 콘텐츠는 만들고 있으니 ‘작품’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입학설명회를 들으며 10대 때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 그리고 두려움으로 외면했던 ‘예술가로 살고 싶은 마음’을 다시 꺼내보게 되기도 했어요. 이때가 2020년 2월이었는데, 그림책 작가가 되는 과정을 바로 시작하진 못했어요.

‘회사랑 학교랑 병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잠시 고민하던 차에 회사 일이 정말 바빠졌거든요. 2019년에 맡았던 SNS 채널보다 좀 더 큰 채널을 맡게 되면서 해야 할 것도, 공부도, 부담도 다 커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놀랍게도 정신 차렸을 때는 ‘인생 2모작’에 대한 생각과 계획, 심지어 입학설명회를 갔었던 사실조차도 잊어버리고 일만 했었더라고요..!

그리 아름답진 못하지만 두 번째 계기 덕분에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어했던 것을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었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어요.

2020년에 몸담고 있던 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며 분위기가 좋지 않았어요. 그런 분위기에서 새로 온 팀장님 역시 부담이 컸었는지 일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에 대한 압박이 아주 심했고, 저 역시 예외일 수는 없어서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잘 해보려는 마음에 팀장님이 저를 대하는 태도를 무조건 수용하고 따르려고 했었는데 그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일이 점점 재미 없어지고 급기야 어느 일요일 저녁에 월요일이 오는 게 너무 무서워서 펑펑 울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먹게 되었죠.

나름 ‘최고의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는 문화를 가진 곳이었음에도 회사 생활은 더 이상 못하겠다 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불안하고 어렵고 힘들어도 온전히 나로써 살아갈 수 있고 나의 강점을 더 강하게 키우며 존재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2021년 2월 퇴사한 후 잠시 쉬면서 마음 건강을 돌보며 같은 해 8월 여름학기부터 <SI그림책학교>에서 작가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Q.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그림이나 예술작품 또는 그림책이나 그림책 작가가 있나요?

A. SI그림책학교 조선경 쌤이요. 2020년 2월 입학설명회에서 선경 쌤께 받았던 인상들 덕분에 제 안에 표현하고 싶고, 예술가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단 걸 인지하게 됐거든요. 그때 선경 쌤께 받은 인상은 시간이 걸리는 일에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고 하셨던 말씀도 기억에 남고요. 그래서 시대 감정과 시대 철학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그것과 동시에 좋은 작업은 좋은 컨디션에서 나오니 작가로 오랫동안 작업하려면 먹고 마시는 것과 더불어 매일 운동도 해야 한다고 하셨던 말씀도 기억에 남아요.

선경 쌤을 만난지 1년 반이 넘어가는데요. 어떤 사람을 다 안다고 말하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입학설명회 때 하셨던 말씀들이 그냥 말뿐이 아니라 삶으로 온전히 살아내고 있는 분이란 것을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Q. 조선경 작가가 사부님이셨군요. 사부님의 그림책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과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마고할미

마고할미

조선경, 정근 | 보림
(2006/02/06)

혼자 제주도 여행을 10박정도 다녀왔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제주도 설화를 접하고 너무 재밌다고 생각했었어요.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산방산을 보고 ‘와 누가 띡!하고 떼어다 놓은 것처럼 갑툭튀네.’라고 생각했었는데요. 마침 근처 책방 사장님에게서 산방산은 마고할미가 한라산 봉우리를 떼어 던져서 생겼다는 설화를 듣게 되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긴 시간을 뛰어넘어 비슷한 생각을 하다니, 이게 설화의 재미구나!’를 느꼈어요.

그러다 <SI그림책학교>에 다니며 이 그림책을 알게 되었고, 그 책의 형식이 너무 찰떡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엄청 큰 마고할미를 일반적인 네모난 책에 담으면 설화의 생생함을 온전히 담기 어려울 것 같은데 선경 쌤께서 마고할미 자체의 생동감을 잘 살려내셔서 참 좋았어요.

 

이것은 돌이 아니다, 조선경, 썸북스

이것은 돌이 아니다

조선경 | 썸북스
(2017)

선경 쌤의 그림책 하나 더 소개하고 싶어요. “THIS IS NOT A STONE”이란 그림책입니다. 이 책은 ‘하나의 돌은 돌이자 다른 모든 것이다. 금이기도, 은이기도, 햇살이기도, 먼지이기도 하다.’는 수많은 의미를 시처럼 한 장 한 장 표현한 책인데요. 선생님이 이 책을 소개하시면서 이 돌을 잠잘 때나 화장실 갈 때나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때나 어디든 주머니에 넣고 일주일 정도 같이 살다 보면 더 이상 길에 굴러다니는 돌이 아니게 된다고, 그때부터는 정말 금이기도 하고 은이기도 하고 먼지이자 햇살이기도 한 존재가 된다고 하셨던 말씀이 엄청 인상 깊었어요.

썸북스 소개 보기

 

그래서인지 엇비슷한 아이디어를 저도 모르게 낸 적이 있었어요. 한창 여러가지 그림책 프로젝트를 하던 2학기 과정 중이었는데요. 제 프로젝트 이름은 ‘SALLY’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사실 다 같다(모두 SALLY다). 모두 다른 가치를 가진 것 같고, 심지어 가치의 차이까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다 똑같은 SALLY일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다양한 인종과 나이대의 사람, 다양한 동식물, 무생물인 물건들까지 모두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리고, SALLY라고 표기를 하는…

요약하자면 이런 아이디어였어요(굳이 많고 많은 이름 중 SALLY인 이유는 제 이름과 발음이 비슷하기도 해서 저도 모르게 끌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silly: 어리석은 바보 같은’이란 단어랑도 발음이 비슷해서, 뭔가 언어유희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어요).

언젠가 제가 내공이 더 쌓였을 때 단순히 이름만 SALLY로 붙이는 것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스토리 연출과 더 깊어진 이미지 표현으로 만들고 싶은 책이에요!

 

Q. 작업실에 가득한 그림들에 대해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같은 듯 다른 그림들이 한 쌍씩 있는 걸 보면 메모리 카드 같기도 한데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인가 봅니다. 어떤 작업인가요?

잘 웃는 옆집 청년 백슬기

A. 아, 같은 듯 다른 그림 한 쌍… 제대로 보셨어요. <SI그림책학교> 3학기 과정인 컨셉츄얼북 프로젝트로 진행한 메모리카드 게임 작업인데요. 기존의 메모리카드 게임과 다른 점은 완전히 같은 그림과 문구는 없다는 점이에요. 제가 대상을 보고 느끼는 아이러니함, 블랙유머를 한 쌍의 그림과 문구에서 이어지도록 담았습니다.

잘 웃는 옆집 청년 백슬기

잘 웃는 옆집 청년 백슬기

잘 웃는 옆집 청년 백슬기

잘 웃는 옆집 청년 백슬기

 

Q. 어떤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가요?

A. 누군가에게 ‘잘 살고 있고, 그렇게 더 살아봐도 된다’ 고 깊게 응원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이런 목표를 가진 것이 얼마 안 되었어요. 앞에서 소개했던 “마음”(문소현 / 썸북스 / 2022)을 읽으며 독자로써 깊은 위로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그림책이 주로 삶의 아름다운 면들을 얘기하는데, 나까지 꼭 그래야 할까? 삶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조금은 시니컬하게 담아도 가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문소현 선배님의 “마음”을 통해 깊숙하게 찡~ 밀려오는 위로와 용기를 받아보니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순간을 줄 수 있다면 하고 바라게 되었어요.

 

Q. 누군가에게 응원이 되는 그림책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백슬기님의 첫 번째 응원 대상은 과연 이 사회에서 어떤 이들일까요?

A. 돈, 공부 외에도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려는 사람들 을 응원하고 싶어요. 조금 더 다른 가치를 추구해도 괜찮을까? 고민하는 사람들도 응원하고 싶어요. ‘이 나이 때는 적어도 이 정도 돈은 모아야지. 적어도 이 정도 규모의 회사는 다녀야지. 적어도 인서울 대학은 가야지.’ 처럼… 각종 나이대에 맞춰 계속해서 요구사항은 달라지지만, 들여다보면 단 하나의 가치만을 기준으로 끊임없이 줄 세우기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 부터 과도하게 경쟁시키다 보니 너무 이른 나이부터 최대 속도로 최대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쉼 없이 달리도록 만드는 것 같아요. 경주마에게 눈가리개를 씌운 채 오로지 기수가 원하는 목표만을 향해 돌진하게 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자라다 보니 그 기준에서 미달되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게 되고, 미달되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죄책감을 안겨 주고, 때로는 잘못된 우월의식을 심어주는 것 같아요. ‘내가 이걸 이루기 위해 내 모든 삶의 행복을 바쳤는데, 그걸 못 이룬 너는 모든 행복을 잃어도 싸!’ 같은 무섭고 잔인한 생각을 서슴없이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모두 불안이 큰가 봐요. 공부나 돈 그 외의 가치를 조금 더 보살피고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도 된다는 믿음이 없는 것도 같고요.

저를 포함해서 우리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우리 삶에 좀 더 다양한 가치가 들어와도 된다는 것을 응원하며 말하고 싶어요. 1월 한 겨울 낮에 쬐는 햇빛의 색깔과 5월 봄에 쬐는 햇빛의 색깔이 어떻게 다른지 작년과 다르게 새롭게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도 멋진 성장이고, 성취라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요.

잘 웃는 옆집 청년 백슬기

Q. 본인의 첫 그림책이 나오면 가장 먼저 누구에게 선물하실 건가요? 아마도 그분께 드릴 때 책에 서명도 하고 몇 자 적기도 할 것 같은데 어떤 말을 써서 드리고 싶나요?

A. 아빠, 엄마께 선물할거예요.

이 세상에 초대해줘서 고마워요❤️그리고 내 삶을 나조차 끌어갈 힘이 없을 때에도 늘 나를, 그리고 내 꿈을 응원하고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많이 사랑해요.

라고 써드리고 싶습니다!

 

Q. 백슬기님에게 그림책이란?

A. 물 같아요. 물은 지구의 70%를 이루고 있기도 하고 사람 몸에서도 70%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그림책도 우리 삶을 담고 있고 내 주변 이야기를 담고있는 것 같아요. 70%의 우리를 담고 있다면 나머지 비어있는 30%는 독자 개개인의 인간미 또는 독자를 위한 여유공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제가 엄청난 ‘물 먹는 하마’라서 물을 정말 많이 마셔요.💦 일상에서 괜히 조급해진다거나 갑자기 피곤함이 느껴질 때 물 한 잔 마시면 뭔가 살아나면서 조급함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림책 읽을 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Q. 백슬기님에게 가온빛이란?

A. 그림책 작가로 키워준 엄마. <가온빛 북클럽>이나 <가온빛 그림책 수업> 후에는 늘 영감을 가득 받고 작업을 디벨롭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림책 작가로 커갈 수 있게 영양 가득한 집밥(=좋은 그림책)을 잔뜩 요리해주시는 엄마 같아요. 가온빛 덕분에 그림책과 관련된 좋은 대화, 좋은 경험, 좋은 놀이, 좋은 영감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Q. 그럼 그림책 작가로 키워준 아빠도 있나요?

A. SI그림책학교 조선경 쌤입니다. 우선, 남자분이시기도 하고요. 뭔가 사냥을 알려주는 아빠의 느낌이랄까요…! 사냥을 배우다보면 무기를 다루니까 엄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감성적인 부분 보다는 이성적인 영감을 가득 채워주시면서 저를 키워주시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백슬기님이 좋아하는…

아래는 ‘백슬기님이 좋아하는 ○○○’이란 주제로 짤막짤막하게 나눈 일문일답 따로 정리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
새콤한 맛을 좋아해요. 아주 새콤하게 잘 익은 김치찌개가 소울 푸드예요. 제 입맛에 딱 맞춘 저만의 레시피로 만든 🍅 토마토돼지김치찌개, 토마토라면 🍅을 좋아합니다. 혼자 살아서 좋은 점은, 토마토돼지김치찌개에 돼지고기를 왕창 넣고 왕창 새콤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데요. 혼자 살아서 단점이라면 왕창 넣을 재료 장보기부터 요리, 설거지를 함께 할 사람, 너무 맛있는데 공감할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좋아하는 장소
햇빛이 쏟아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해요. 햇빛 받으며 걷는 것도 엄청 좋아하고요. 햇빛이 쏟아지는 카페를 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공간이 주는 힘이 느껴지면 참 좋더라구요! 그래서 이촌에 있는 중앙박물관도 좋아해요. <그림책의 이해와 활용> 마지막 수업에서 이선주 에디터가 중앙박물관 달항아리 앞에 앉아 위로 받곤 한다고 했을 때 엄청 반가웠어요! 엄청 큰 건물에서 느껴지는 힘, 높은 천장에서 뻥 뚫린 느낌이 좋아요! 특히 마음 심란할 때 상설 전시관에 불상을 보러가면 참 좋더라구요. 불교인도 아니고 종교도 따로 없지만요. 은은히 웃고 있는 엄청 큰 불상, 돌이 주는 질감에 전시실의 조명이 돌에 부딪쳐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느낌… 요런 것들이 위로가 됐었어요. 내 고민까지 작아지고 부드러워지는 느낌이었어요. 보통 평일 낮에 가다 보니 제가 대관한 것처럼 관람할 수 있어서 저는 불상 있는 곳에서 한참을 앉아있다 오곤 합니다.

좋아하는 책
도스토옙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요! 고전 문학 읽기가 재밌는 도전이 된 첫 번째 책이에요. 부끄럽게도 책을 읽으며 살아오지 않아서… 작년 가을에 처음 접하고 12월에 완독을 했어요. 😅 왜 도스토옙스키가 대문호인지 조금이라도 느껴본 책이었어요. ‘어떻게 전혀 다른 인간 군상을 마치 자신의 인격인 것처럼 표현했지?’ 너무 생생해서 놀랐어요. 표도르 빠블로비치 이야기에서는 ‘작가 본인이 호색한에다 부끄럼도 모르는 철면피의 사람인 것 아냐?’ 싶다가도 조시마 수도원 장로님의 이야기에서는 ‘이런 조시마 장로를 만들어낸 작가가 세상의 지혜를 고요히 들여다볼 수 있는 현인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읽으면서 ‘나 혹시 호사가인가?’싶은 느낌이 들도록, 또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드는 작가의 장치들이 너무 멋졌어요! 저도 모르게 까라마조프가에 얼마만큼의 자극적인 이야기가 있나 궁금하게 되고, 호들갑을 떨게 되더라고요. 저처럼 행동하는 소설 속의 호사가들이 저 대신 혼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민망했지만 그마저 멋지고 좋았어요.

좋아하는 영화
<반지의 제왕>. 중학생 때 빠져 살았던 영화예요. 엄청난 자연 경관과 전쟁, 고난 속에서도 친구들과의 우정이 지속되는 그 모습이 너무 부럽고 좋았었어요. 감독판 DVD를 따로 구매해서 다보는데 3~4일 걸리는 것을 시시때때로 보고 또 봤던 기억이 있어요.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 중에 누가 더 좋아요?
박찬욱 감독이 좀 더 좋아요. 모두가 내면에 숨겨두거나 충격적이어서 피하고 싶은 그런 인간의 밑바닥들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하신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더글로리> 드라마를 보고 나서 남자친구가 “이런 복수극의 사골 국물 같은 찐하고 더 깊은 맛의 영화가 있다~”해서 <복수는 나의 것>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요. ‘아, 캐릭터에게 필연적인 서사는 이렇게 부여하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면서, ‘인간은 ‘소중한 존재’의 가치 회복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을 던질 수 있구나.’ 새삼 우리 안에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누구나 그런 힘을 갖고 있고, 누구나 그런 소중한 존재를 갖고 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좀 더 신중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입니다.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 힘은 가족 안에서부터 시작되는구나.’를 느꼈어요. 사춘기 시절 엄마 아빠와 너무 힘든 마찰을 겪으면서 저도 비관론적이고 염세적인 10대를 보냈었는데 그 시절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 영화였어요. 가족의 인정과 사랑이 부재하면 정말 온 우주를 위험에 빠트릴 만큼 큰 허무주의를 만들 수 있구나, 그 정도로 그건 큰 아픔이구나, 내가 나약했던 것이 아니라 그건 그 정도로 큰 아픔이라고 말해주는 게 정말 위로였어요. 옛날에 안아주지 못했던 10대의 제가 생각나서 많이 울면서 봤던 영화에요. 그리고 저는 사실 지금까지도 ‘성공’,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계속 지속 되는 것 같은데… 사막을 내려다 보는 돌 장면에서는 그냥 그 고요가 너무 큰 위로이자 공감이었어요. 그 고요를 또 느끼러 영화관에 또 가고싶네요. 돌 장면부터 끝날 때까지 펑펑 울어서… 눈탱이가 밤탱이 되었던 영화였지만 너무도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노래
저는 노래 하나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듣는 편이라서 시기별로 많이 듣던 노래들이 있어요.

  • 10cm의 <새벽4시>는 21살 때 첫사랑이기도 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 전쟁같은 사랑을 하던 시기에 방황하며 많이 듣던 노래예요. 지금도 들으면 그 때의 고민하던 새벽과 학교 주변 풍경들이 생각나요.
  • LANY의 노래는 2018년도에 항상 전체 재생으로 듣곤 했는데, 그중에서도 <13>, <Super Far>를 특히 많이 들었어요. 광고 아카데미를 다니던 때라서 팀원들이랑 밤새 광고 캠페인을 만들고 공모전에도 제출하고 했던 날들이 떠올라요. 지금도 노래를 들으면 밤샐 때의 몽롱함이 느껴져요. 그래서인지 약간 멀미도 나서 요즘은 오래 못들어요.😂 노을 지는 시간에 항상 들으면서 아카데미 수업을 갔었어서 잠실역 근처의 노을지는 하늘도 생각나요. LANY 너무 좋아해서 내한공연을 왔을 때도 갔었어요! 2019년 8월 8일에 혼자 올림픽경기장 콘서트에 가서 라이브 듣고 너무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 92914의 노래는 회사 다닐 때도 많이 들었는데, 퇴사하고 난 후의 시간들이 더 많이 생각나는 노래예요. <Okinawa>, <Someday>, <9> 등은 특유의 차분하고, 봄볕 같은 느낌 덕분에 위로를 많이 받았던 노래들이에요.
  • 가사 있는 노래들이 조금 정신 사납게 느껴질 때 듣는 좋아하는 클래식 곡들은 드뷔시 <달빛> 조성진 연주 버전, 에릭사티 <짐노페디 1번>, 슈만 <트로이메라이> 호로비츠 연주 버전, 스미노 하야토씨가 편곡한 쇼팽 에튀드 <New Birth>, 이런 곡들이 좋아요. 밤에 자기 전에 들으면 눈물이 핑~ 도는 묘한 마법같은 곡들인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예비신랑 이승훈씨요! 이 사람 덕분에 ‘내가 이런 사랑을 주고받으려고 태어났구나.’라고 생각해요. 왜 사람들이 자신의 짝을 찾으려고 하는지 덕분에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 사람이랑 같이 영화를 보거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찐한 영감을 주고받는 것 같아요! 저와 공감하고 생각하는 결이 비슷하지만 훨씬 깊고 너그러운 사람이다 보니 나도 같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배우게 되고 깊어지는 것 같아요.

사람 백슬기를 사랑해주는 것도 있지만 작가 백슬기를 같이 키워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삶에 주눅 들지 말라고 아낌없이 응원해 주고 제가 찌글찌글하게 그려도 한없이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엄마 아빠 외에도 세상에 또 있을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해요.

본인의 MBTI는?
저는 ENFP 입니다! ‘재기발랄한 활동가, 스파크형’이라고 나오네요~!

실제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과 MBTI의 특성이 잘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요즘은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보다는 집에 잘 붙어있어서 E가 아닌 I로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꾸준히 연간/주간/일간 계획도 세우고 나름 현실적인 치밀함도 많이 생겨서 P보다는 J가 나올 것도 같았는데, 여전히 ENFP로 나와서 재밌었어요🤣

아무래도 계획 세우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걸 하나의 상상활동 처럼 여기다보니 계획과 다르게 충돌적으로 놀러나가고 뜻밖의 일들을 만나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혼자서 고요히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지만, 친구들 혹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에너지를 듬뿍 받아오기도 하고요.

인터넷에서 웃긴 짤들에서 보이는 ENFP에 대한 특징들은 ‘리트리버의 인간 버전이라 할만큼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애정을 표현함. 기분파 그래서 충동적으로도 보임.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몽상가이기도. 반복되고 틀에 박히는 걸 못견뎌 함‘ 등이 있는데요. 뭔가 너무 헐렁~한 캐릭터로 비춰지는 것 같아 억울(?)하지만 딱히 제게 없는 특징은 또 아니라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저는 ENFP가 아주 맞는 것 같아요😂

 

※ SI그림책학교 과정 소개

백슬기님처럼 비전공자이거나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분들을 위해서 그림책 작가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지금까지 본인이 거쳐 온 과정과 앞으로 해야 할 과정들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학교에서 배우며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21년도 8월 여름학기를 시작으로 SI그림책학교에서 작가를 준비하고 있어요. 지난 2월에 마지막 학기를 시작했습니다!

각 학기 과정에 대한 설명에 앞서, 제가 다니고 있는 그림책학교는 유아동을 위한 그림책/ 동화책을 포함해 그래픽 노블, 플립북, 컨셉츄얼북, 디자인북 등등 이미지 작업을 거친 모든 그림책을 다루고 있어요. 또, 학교는 ‘썸북스’라는 독립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 1학기는 재료를 탐구하면서, 선과 형태에 배웠던 시간이었어요. 생전 처음 모노프린트도 해보고, 에칭도 해보고, 누드모델 드로잉도 해보는 시간이었어요.
  • 2학기는 그림책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서 배우고, 각 그림책 형식에 맞춰 아이디어를 내고, 그림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재료 탐구와 그림의 롤모델 탐구도 동시에 했기 때문에, 리소 프린팅과 실크 스크린도 처음 해봤던 시간이었고요. 제 그림의 롤모델은 영국 미술 작가 David Shrigley입니다.
  • 3학기는 1,2학기 때 배웠던 것을 바탕으로 내게 잘 반응했던 재료를 가지고, 내게 잘 반응했던 그림책 형식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키는 학기였어요.
  • 4학기는 이전까지 준비했던 각자의 프로젝트에서 세부적인 디벨롭을 끝내고, 최종 이미지를 만들고 (통과되면) 출판을 시작하는 학기에요!

저는 3학기에 컨셉츄얼북(Conceptual book) 프로젝트에서 제안했던 ‘메모리카드 게임’(뒤집어 둔 카드를 하나씩 확인하며 위치를 기억하고, 같은 모양의 카드를 찾아 짝을 맞추는 게임)을 주요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잘 웃는 옆집 청년 백슬기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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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이승훈
2023/04/03 21:24

항상 웃으며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요

홍선수
홍선수
2023/04/03 22:48

인터뷰 글 잘 읽었습니다~

읽는 중간 중간 가슴이 찡~하게
눈물이 핑!~
그랬구나!
그렇구나!
생각의 깊이가 다르구나!

이세훈
이세훈
2023/04/03 23:38

이것저것 안해본것이 없다시피 한
산에 올라가 이끼캐서 키우는 작가님..

Last edited 1 year ago by 이세훈
조현진
조현진
2023/04/04 13:18

곁에있으면 항상 좋은에너지를 나눠주시는 슬기작가님 인터뷰글까지도 밝고 정돈된 느낌이 한가득이에요ㅡ! 좋은글과 생각 나눠주셔서 슬기님께도 가온빛에도 감사해요 !

유혜진
2023/04/06 17:01

슬기님^^ 인터뷰 글 잘 읽었습니다. 북클럽 때 밝고 생각이 깊어서 많이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요. 도전하시는 꿈의 길 응원 할 게요! 그림책 나오면 꼭~ 소식 전해주세요^^* 서점으로 달려 갈게요~~~^^

박선미
박선미
2023/04/07 18:36

슬기님 인터뷰 글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삶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항상 했지만 글보니 더 생생해집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이기순
이기순
2024/05/01 19:42

와~~ 줌 화면으로만 보다 이렇게 인터뷰 글로 만나니 더 반갑네요~ 항상 밝은 모습에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전해주는 슬기님이 이런 분이셨군요~~ 좋은 그림책 만드실거라 믿습니다. 책 나오면 꼭 사서 볼께요~~~~ 항상 홧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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