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그림 조원희 | 글 전미화 | 문학과지성사
(2024/03/28)


한 남자가 조용히 하늘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깊고 그윽한 눈동자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똥별을 닮았어요. 그림책을 통해 묵직한 울림을 전해 주었던 전미화, 조원희 두 작가는 함께 작업한 그림책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요?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그림책은 입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사랑과 이해, 배려, 수용, 포용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입으로는 배려와 이해, 사랑과 수용을 말하면서도 아주 작은 차이만 보이면 거리낌 없이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게 두 작가는 묻습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지, 당신의 모습은 여기 어디에 있는지……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하늘에서 아이가 떨어졌다.

이야기는 두 주먹 불끈 쥔 채 하늘에서 거꾸로 떨어지는 한 아이 모습에서 시작됩니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표정이에요.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야무지고 단단한 아이에게 빛이 났다.

캄캄한 밤하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디에도 발붙일 곳 없는 아이의 혼란스러운 상황이겠지요. 하지만 아빠는 그 깊은 어둠 속에서도 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사랑하니까,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에요. 아빠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빙그레 미소 지으며 커다란 두 손으로 조심스레 아이를 받았어요.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단단히 설 수 있도록, 더 이상 암흑뿐인 세상을 홀로 외롭게 떠돌지 않도록.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놀랐는지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받아준 사람을 바라보고 있어요. 꼭 쥐고 있던 두 주먹이 활짝 펴졌습니다.

별을 닮은 아이는 주황색, 그 별을 품은 아빠는 밤하늘을 닮은 청록색, 그렇게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사람들은 아이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매우 무례하고 끈질기다.

하지만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입, 흘깃거리는 눈길… 자라면서 아이는 혼란 속에 빠져들었어요. 스스로를 외로움 속에 가두고는 심술쟁이, 떼쟁이, 욕쟁이가 되어가는 아이 앞에서 아빠는 온몸이 텅텅 비어갑니다. 떼쓰고 소리치고 울면서 세상을 거부하는 아이 역시 온몸이 텅텅 비어갔어요. 단단하고 야무졌던 그 아이가요.

아빠는 아이를 등에 업고 하늘이 잘 보이는 곳을 찾아갔어요. 그곳에서 아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너는 하늘에서 떨어졌어.
수많은 것들 사이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어.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게 너라는 게 중요해.”

세상에 많고 많은 별들 중 의미를 지닌 단 하나의 별, 너… 아이를 품어주는 아빠의 커다란 팔과 넓은 가슴은 어떤 상황, 어떤 조건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사랑과 믿음을 지닌 신화 속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세상 모든 아빠는 아이에게 하늘이고 우주예요. 어디에서 왔는지 중요하지 않아요. 그게 우리라는 게, 우리가 이 시간에 여기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 중요하죠.

놓았던 두 손을 꼭 잡고 두 사람은 함께 산을 내려갑니다. 총총 한결 가벼워진 아이의 발걸음, 아빠의 커다란 몸이 아이에게 살짝 기울어져 있어요. 그렇게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뭉클합니다. 그 둘 앞에 놓인 겹겹의 산은 전미화 작가의 『씩씩해요』에서 모녀가 함께 바라보던 그 겹겹의 산을 떠오르게 합니다. 앞으로도 헤쳐가야 할 수많은 산들이 두 사람 앞에 또 하나씩 닥쳐 오겠지요. 하지만 두 손 꼭 잡고 잘 헤쳐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산 너머 해가 쏘옥 고개를 내미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전미화 작가의 글과 생략과 절제의 미를 담은 조원희 작가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여기 우리 이렇게 사랑하는데 어떤 조건이 더 필요할까요? 내 눈엔 이 아이만 보이는걸요. 이 아이가 아니면 안 되는걸요. 방황하는 모든 별들이 넓은 품을 가진 거인에게 안겨 사랑받고 사랑하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세상이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모두를 품어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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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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