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기운이 만연한 4월이지만 우리에겐 잔인한 달입니다. 그저 먹먹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남의 마음이 이럴진대 당사자들의 가슴은 오죽할까요. 그래서 그냥 아무 말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 가슴으로 흐느낍니다.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 그리움을 가슴 깊이 새긴 채 온 마음을 다해 떠나간 이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모습들을 아름답게 그려낸 그림책 여섯 권입니다.
※ 그림책 순서는 가나다 순입니다.
곰과 작은 새
그림 사카이 고마코 | 글 유모토 가즈미 | 옮김 고향옥 | 웅진주니어
(2021/08/11)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사카이 고마코 특유의 먹먹한 느낌의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친구의 죽음, 이 세상에 내 편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내가 뭘 해도 늘 응원하고 내 곁을 지켜주던 친구의 부재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곰은 작은 새를 놓아주지 못합니다. 나무 상자를 만들어서 작은 새의 주검을 그 안에 넣고 어디든 가지고 다닙니다. 곰은 과연 친구를 떠나 보낼 수 있을까요?
그날은
(원제 : Ce jour-là)
글/그림 피에르 엠마뉘엘 리에 | 옮김 한석현 | 미래엔아이세움
(2023/02/15)
하얀 눈옷을 입은 숲을 흰색이 아닌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깔들로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다양한 색깔들은 할머니를 추억하는 아이의 기억들입니다. 하늘하늘 내리는 눈, 솔방울, 오솔길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 그 모두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색깔들입니다. 할머니를 향한 그리움 가득한 아이의 독백이 인상적입니다.
당신을 마지막으로 봤던 때가 기억나질 않아요.
그렇지만 당신의 손을 꼭 잡았던
그 순간만은 기억합니다.
까치밥나무 열매가 익을 때
(원제 : Quand Les Groseilles Seront Mures)
글/그림 요안나 콘세이요 | 옮김 백수린 | 목요일
(발행 : 2020/10/22)
다시 만날 수 없는 이에 대한 그리움의 고백 같은 이 그림책은 작가가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후 만든 작품입니다. 미세한 감정들로 연결된 그림책 곳곳에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사무치게 배어있는 회한이 느껴지는 그림책입니다.
나와 없어
글/그림 키티 크라우더 | 옮김 이주희 | 논장
(2022/08/10)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아픔을 겪는 한 부녀가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두 사람만의 새로운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소개는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조악한 것 같지만 완벽하리만치 섬세하고 치밀한 키티 크라우더의 작품은 다른 이의 해석을 곁들이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느낌으로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입니다.
나의 할망
글/그림 정은진 | 반달
(발행 : 2020/11/25)
제주의 겨울바람, 푸른 바다, 애틋한 추억과 그리움을 만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쇠약해진 할머니를 싣고 휠체어를 끌며 바다를 달리는 아이, 우리도 함께 그 기억을 달려갑니다. ‘영원히’라는 짧은 단어 속에 담긴 아득히 긴 시간을 생각해 봅니다.
여우 나무
(원제 : The Memory Tree)
글/그림 브리타 테큰트럽 | 옮김 김서정 | 봄봄
(2013/11/05)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숲속 공터에 누워 영원한 잠에 빠져든 여우. 여우에게 늘 의지했던 동물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 여우와 함께 했던 추억을 나눕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오렌지 나무가 자라서 여우가 그랬던 것처럼 크고 넉넉한 품으로 숲속 친구들을 보살펴 줍니다. 브리타 테켄트럽 특유의 다정함이 가득한 이 그림책은 죽음으로 인한 상실의 아픔, 위로와 치유, 추모의 의미를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잘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