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국어대사전에 ‘포용’은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임’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안아주는 것이 바로 포용입니다.

강은교 시인은 「우리가 물이 되어」라는 시에서 포용의 마음으로 물이 되어 만나자고 합니다. 혹여 서로 다른 각자의 속성들로 삐그덕 거린다면 우선은 불로 만나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리고 그 불이 지난 뒤 흐르는 물로 만나자고 합니다.

가온빛의 그림책 이야기가, 늘 함께해 주시는 가온빛 독자들 모두가 불이 되어 반목과 갈등, 편견과 혐오를 불태워 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흐르는 물이 되어 만날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

포용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보게 해주는 그림책 아홉 권입니다.


나뭇잎

나뭇잎

(원제 : Leaf)
글/그림 잔드라 디크만 | 옮김 최현빈 | 찰리북
(발행 : 2018/02/09)

‘나뭇잎’은 얼음을 타고 떠밀려온 북극곰에게 숲속 동물들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매일같이 숲속을 돌아다니며 나뭇잎을 모으는 북극곰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붙여준 이름이에요. 처음 보는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에 자신들과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짓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던 동물 친구들은 북극곰 ‘나뭇잎’에게 먼저 다가간 까마귀들 덕분에 북극곰을 괴물이 아닌 자신들과 똑같은 동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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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라

밀어내라

글 이상옥 | 그림 조원희 | 한솔수북
(발행 : 2019/12/20)

한 무리의 펭귄 이야기를 통해 차별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혐오 그리고 관용, 공존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생김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가 밀어낸 것은 무엇인지, 과연 우리가 밀어내려고 했던 것들을 완벽히 밀어낼 수는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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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글/그림 정진호 | 비룡소
(발행일 : 2016/06/02)

보는 방향이나 위치에 따라 모든 사물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안이냐 밖이냐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같은 사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보일 수 있기에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욱 더 안정된 세상 속에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과 따뜻한 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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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와 보리스

아모스와 보리스

(원제 : AMOS & BORIS)
글/그림 윌리엄 스타이그 | 옮김 김경미 | 비룡소
(2017/02/24)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 『멋진 뼈다귀』,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등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포용 그림책은 바로 『아모스와 보리스』입니다.

저렇게 작은 생쥐가 어떻게 나를 돕겠다고?
몸집은 작아도, 아모스는 마음이 정말 따뜻해.
나는 아모스를 사랑해.
정말로 보고 싶을 거야.

바다로 모험을 떠난 생쥐 아모스가 조난당했을 때 고래 보리스의 도움으로 구조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이별에 앞서 아모스는 보리스에게 약속합니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생긴다면 언제든 기쁜 마음으로 보리스를 돕겠다고. 그말을 듣고 보리스는 웃죠. 저렇게 작은 생쥐가 자신을 어떻게 도울 수 있겠냐면서요. 하지만 그 웃음은 비웃음이 아닙니다. 아모스의 진심 어린 마음에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한 웃음이죠.

뭍에서 사는 생쥐, 바다에서 사는 고래, 서로 만날래야 만날 수 없는 두 존재가 나누는 우정을 담은 이 그림책을 통해 윌리엄 스타이그는 우리로 하여금 관계와 포용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합니다. 각자만의 답을 찾아 보라고…

포용은 더 나은 자가 자신보다 못한 이를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 상대방을 나의 가치나 기준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요? 아모스와 보리스의 우정을 통해 제가 배운 포용의 의미입니다.


왼손잡이 달팽이

왼손잡이 달팽이

(원제 : The Snail With The Right Heart, A True Story)
글 마리아 포포바 | 그림 핑주 | 옮김 김선영 | 라임
(2021/11/25)

껍데기 무늬뿐 아니라 몸속 내장 기관의 좌우 자리가 바뀌어 태어난 돌연변이 달팽이 제레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성의 가치, 생명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그림책입니다. 우리와 ‘다른’ 존재가 배척해야 할 대상, 이상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닌 신비하고 놀라운, 사랑스러운, 포용해야 할 존재라고 작가들은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야말로 변화와 혁신을 위한 씨앗 같은 존재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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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를 믿나요?

인어를 믿나요?

(원제 : Julian is a Mermaid)
글/그림 제시카 러브 | 옮김 김지은 | 웅진주니어
(발행 : 2019/11/22)

여성스러운 모습의 인어가 되고픈 사내아이 줄리앙과 그래서 조금은 주눅들어 있는 듯한 손자를 깊은 사랑으로 감싸주고 응원해 주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소수자는 논쟁과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공감의 대상임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제시카 러브는 자신의 첫 작품인 이 그림책에서 자아 및 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한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기 몸에 대한 긍정은 인간 존엄의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것이며 반드시 존중하고 지지해줘야 할 가치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책 한 권으로 다양한 그림책 상들을 휩쓸며 세계에서 주목 받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피부색, 성별, 나이, 종교, 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꿈꾸는 대로 살고 각자의 개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향한 작가의 꿈을 우리 모두 지지한다는 방증이라 생각됩니다.

제시카 러브의 또 다른 그림책 『결혼식에 간 훌리안』(보물창고 / 2021)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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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늑대입니다만

저는 늑대입니다만

(원제 : Imagine a wolf)
글/그림 럭키 플랫 | 옮김 김보람 | 불의여우
(발행 : 2021/06/28)

그림책을 펼치면 본문에 앞서서 세 장의 그림이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눈을 감고 늑대를 상상해 보라고, 어떤 모습이냐고… 그리고 곧 체념이 이어지죠. 여러분이 상상하는 늑대의 모습이 어떤 걸지 잘 알고 있는 늑대의 체념입니다.

늑대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상징하고 있어요. 이 그림책은 늑대의 이야기를 통해 겉모습, 혹은 직접 실체를 확인하지 않고 떠도는 소문만으로 누군가를 쉽게 판단해 버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기 좋게 풍자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늑대를 통해 세상의 고정관념에 맞서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어요. 오해와 편견에 상처받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면 우리는 늑대의 진실한 면을 결코 알 수 없었겠지요. 흐르는 눈물 속에서도 툭툭 털고 일어나는 늑대의 진정한 용기, 진실은 꼭 드러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늑대가 아무리 노력해도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꼭 한 가지만은 우리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바로 포용의 자세로 늑대를 바라봐 주는 것 말입니다.

『저는 늑대입니다만』 리뷰 보기


파랑이와 노랑이

파랑이와 노랑이

(원제 :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
글/그림 레오 리오니 | 옮김 이경혜 | 파랑새
(발행 : 2003/04/20)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포용을 가장 잘 설명한 그림책은 바로 이 그림책 『파랑이와 노랑이』입니다.

나와 다른 존재를 믿고 좋아한다는 건 둘이 서로를 닮아가는 것 아닐까요? 각자 둘이었던 파랑이와 노랑이가 하나의 초록이가 된 것처럼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각자의 정체성이 흡수되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에요. 초록이의 눈물 속에 원래의 파랑이와 노랑이가 그대로 들어있었듯이요. 더 넓고 풍성한 세상을 여는 힘은 이해와 사랑! 색깔이 혼합되어 하나가 되고 다시 분리되는 장면을 통해 레오 리오니는 그 심오한 이야기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랑이와 노랑이』 리뷰 보기


한 번 더 쪽쪽

한 번 더 쪽쪽

글/그림 정성훈 | 비룡소
(발행 : 2018/05/03)

무시무시한 사자가 토끼 한 마리를 맹렬히 쫓습니다. 결국 구석에 몰린 채 모든 걸 포기하고 두 눈을 꼭 감은 토끼. 그런데 사자가 힘조절을 잘못한 걸까요? 한 입에 쏙 들어간게 아니고 사자의 입과 토끼의 입이 부딪히고 맙니다. ‘쾅~’이 아니라 ‘쪽~’하고 말이죠. 🥰 순둥이로 변한 동글동글 귀여운 사자와 볼이 발갛게 물든 어색한 표정의 토끼를 뒤로 하고 수많은 뽀뽀들이 이어집니다~ 쪽! 쪽! 쪽!

‘다름’을 받아들일 용기와 세상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만 있다면 우리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림책 『한 번 더 쪽쪽』이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누구와 쪽! 하고 싶나요?

『한 번 더 쪽쪽』 리뷰 보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그림책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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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선
이강선
2024/03/16 10:30

매번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선주
Editor
2024/03/25 08:32
답글 to  이강선

고맙습니다. 강선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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