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달라도 모두 한 아이

파올로, 장, 쿠르트, 유리, 지미, 시우, 파블로,
일곱 아이는 모두 여덟 살 어린이예요.
파올로는 갈색 머리, 장은 금발, 쿠르트는 밤색 머리.
조금 달라도 이들은 모두 같은 어린이.
유리 살갗은 하얀 빛, 시우 살갗은 노란 빛.
극장에 가면 파올로는 스페인어로, 지미는 영어로 영화를 보지만,
그래도 이들은 모두 같은 어린이.
또 하나, 웃는 소리도 같아요.
이들은 모두 같은 어린이.

자, 어느새 일곱 아이가 모두 자라 어른이 되었으니
서로를 적으로 돌리고 전쟁을 할 수는 없어요.
이들 일곱은 모두 한 사람이니까요.

로마에 사는 파올로, 파리에 사는 장, 베를린에 사는 쿠르트,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유리, 뉴욕의 지미, 상하이의 시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파블로.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다른 피부색을 갖고 살아가는 일곱 아이들.

서로 만난 적도 없고 모든 게 다른 것 투성이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같은 점들도 많아요.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고,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자기만의 꿈을 키우죠. 모두 잘 웃어요. 잘 들어보면 일곱 아이의 웃음 소리가 똑같을지도 몰라요. 모두 똑같이 여덟 살입니다. 모두 같은 어린이예요.

그 일곱 아이가 모두 자라 어른이 되었으니 서로를 적으로 돌리고 전쟁을 할 수는 없을 거라는, 이들 일곱 모두 한 사람이니 서로를 미워하거나 밀어내는 일을 없을 거라는 작가의 말을 곱씹어 봅니다.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과 쉽게 친구가 되는 어린이의 마음, 언제나 활짝 웃을 줄 아는 어린이의 마음, 그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바람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전쟁, 그곳에 이 그림책 속에서 활짝 웃는 일곱 아이들의 웃음이 다시 피어날 수 있기를…


조금 달라도 모두 한 아이

조금 달라도 모두 한 아이

(원제 : Uno et sette)
그림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 글 잔니 로다리 | 옮김 조한 | 현북스
(2024/01/09)

『조금 달라도 모두 한 아이』는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으로 이 땅 위의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되찾길 바라던 잔니 로다리의 바람을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으로 활짝 피어나게 한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그림이 인상적인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재능교육에서 2002년에 『일곱이지만 하나』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조금 달라도 모두 한 아이’보다는 ‘일곱이지만 하나’라는 예전 제목이 원제와 내용에 더 잘 맞지 않나 생각됩니다.

잔니 로다리의 글은 1962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동화집 『Favole al telefono』에 수록된 글입니다. 절판되긴 했지만 『전화로 들려 주는 짤막동화』(웅진주니어, 1998)라는 제목으로 한글판도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원서는 70여 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지만 한글판에 실린 것은 40여 편 정도여서 ‘Uno et sette’가 포함되었었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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