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마

셀마

(원제: Selma)
글/그림 유타 바우어 | 옮김 엄혜숙 | 키위북스
(2022/12/05)


‘행복이란 무엇일까?’ 문득문득 이 질문을 떠올려보곤 합니다. 진한 아침 커피 향기에, 문득 올려다 본 파란 하늘에, 친구가 보낸 짧은 안부 문자 한 줄에…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이 느낌이 행복인 걸까요?

독일에서 2002년에 출간된 이후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셀마』는 행복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그림책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민음사에서 처음 출간했었고 20년 만인 2022년에 키위북스에서 새로 내놓았습니다.

근심 가득한 표정의 늑대는 위대한 산양을 찾아가 물어보았어요.

행복이란 무얼까요?

행복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늑대가 조언을 해주는 산양 보다 상위 포식자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행복이 힘이 세고 강하다고 해서 더 쉽게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죠.

위대한 산양은 늑대에게 어미 양 셀마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셀마는…

셀마

매일 아침 해가 뜨면
셀마는 풀을 조금 먹고…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고 운동을 하다가 또 풀을 먹고 저녁이면 친구인 마이어 부인과 수다를 좀 떨다 밤이 되면 잠자리에 들었어요. 시간이 더 주어진다 해도 셀마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침이면 풀을 좀 먹고 아이들을 돌보고 운동을 한 다음 또 풀을 먹고 마이어 부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잠자리에 드는 것. 그게 셀마의 삶이었지요.

셀마

복권에 당첨된다면? 그래도 셀마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해 뜰 무렵 풀을 마음껏 먹는 것으로 시작해 밤이면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이 셀마의 일상이었어요.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복권에 당첨되면 풀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 정도? 셀마의 표정이 전보다 조금 더 편안해 보이고 웃음도 많아졌지만 그렇다고 일상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찾아오진 않아요. 여전히 셀마는 아침에 일어나면 풀을 먹어야 하고 또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고 자신을 쫓는 늑대를 피해 힘껏 달아나야 해요. 저녁이면 친구인 마이어 부인과 마음껏 수다도 떨어야 하고요. 그게 인생입니다.

재미있는 건 친구와 실컷 수다를 떨고 난 셀마가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행복이 무엇인지 물었던 첫 장면의 늑대는 나오지 않아요. 늑대의 질문으로 시작해 셀마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나죠. 열린 결말로 끝나는 이 이야기는 결국 그 답은 독자 스스로 찾아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 늑대가 바로 그림책을 읽는 우리인 셈이죠. 그림책을 다 읽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세요. 행복이란 무얼까요?

행복이란 별게 아닌 우리 삶 그 자체라고 말하는 그림책 『셀마』, 복잡하고 힘들고 어려워 보이는 삶도 사실은 아주 단순한 원리로 작동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 유타 바우어는 작은 판형 속에 최소한의 선과 색을 사용한 그림과 단순 반복되는 이야기로 행복의 원리를 심플하게 그려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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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책
2023/11/24 07:39

유타 바우어 그림책 좋아하는데 도 읽어 봐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박선미
박선미
2023/11/25 22:49

매일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갑자기 사랑스러워질까요? 이런 의문이 들 때 이 책을 만났어요. 삶은 매일 같아도 다른 모습으로 내 옆에 있음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것. 그걸 얘기하고 싶었던 책이었답니다.

쟌이맘
쟌이맘
2023/11/28 10:30
답글 to  박선미

선미님, 다시 북클럽에서 뵈야 할터인데! 유일하게 얼굴과 이름 목소리를 선명히 기억하고 있는 선미님, 남은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늘 그림책과 함께 즐거운 나날들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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