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그치면
책표지 : 북스토리아이
눈이 그치면

글/그림 사카이 고마코 | 옮김 김영주 | 북스토리아이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 2009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올 겨울은 갑작스럽게 닥친 지독한 한파로 며칠 고생을 하긴 했지만 서울에는 이렇다 할 만큼 큰 눈이 내리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겨울이라면 한두 번쯤은 발목까지 오는 눈을 밟으며 겨울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글쎄요, 눈이 내리는 것이 신나는 일인지 걱정스러운 일인지 어른이 된 지금은 조금 헷갈리기도 하네요. 어린시절에는 눈 내리는 날을 그토록 손 꼽아 기다리곤 했는데 말이죠.

눈이 그치면

눈이 그치면

앞면지에서부터 내리는 눈은 속표지에 이르기까지 펑펑 내립니다. 한밤중  소리 없이 사각사각 내리는 눈 풍경으로 “눈이 그치면”은 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눈이 그치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어제 밤부터 눈이 너무 많이 내리는 바람에 유치원이 쉬게 되었다구요. 눈이라는 말에 아기 토끼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려고 했지만 엄마는 눈이 그칠 때까지는 밖에 나갈 수 없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마음이 급해진 아기 토끼는 엄마가 설거지 하는 동안 몰래 베란다에 나가 작은 눈덩이를 하나 만들어 보았죠.

눈이 그치면

어제 밤부터 내린 눈은 하루종일 그칠 줄 몰랐어요. 그래서 아기 토끼는 유치원에 가지 못했고 엄마는 장을 보러 나갈 수 없었고 멀리 출장 갔던 아빠는 비행기가 뜨지 못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어요.

엄마가 베란다로 나갔어.
나도 따라 나갔어.
밖은 춥고, 아주 고요해.
지나가는 자동차도 없어.
지나가는 사람들도 없어.
사각사각 눈 내리는 소리만 들릴 뿐.

엄마 곁에 나란히 선 아기 토끼는 뒷짐을 지고 창 밖 눈 내리는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눈이 그치면

날리는 눈 외에는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없는 고요한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아기 토끼가 말했어요.

“이 세상에 엄마랑 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끝없이 내리는 눈때문에 고요함과 적막감에 휩싸인 세상을 바라보면서 마치 세상에 둘만 남겨진 것 같다는 말이 한편의 영화 대사같네요.

눈이 그치면

하루 종일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렸던 아기 토끼는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어서 눈이 그쳤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아기 토끼는 들뜬 마음이 되어 눈이 그쳤으니 밖에 나가자고 엄마를 졸라댔어요. 아주 잠깐만이라며 엄마는 아기 토끼의 옷을 단단히 입혀 주었어요.

종일 밖에 나가고 싶어 눈이 그치기만을 기다렸던 아기 토끼의 잔뜩 들뜬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장면입니다. 한밤 추위 속에서 눈을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이 어쩌면 이렇게도 익숙한 장면처럼 느껴질까요? ^^

눈이 그치면

새하얀 눈 위에 남겨진 엄마와 아기 토끼의 발자국. 아기 토끼는 작은 눈덩이 큰 눈덩이를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한참을 놀다보니 손도 시리고 콧물도 찔끔! 그 모습을 본 엄마는 내일 또 하자며 아기 토끼를 데리고 들어가셨어요.

내일이요.
내일 또 하는 거예요!

한 손에는 작은 눈덩이 하나를 들고 집으로 향하며 내일 또 하자는 엄마의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아기 토끼. 내일 또 이렇게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기쁜 것은 바로……

눈이 그치면

이제 곧 아빠도 돌아오실 거야.
눈이 그쳤으니까-.

내일이면 아빠가 돌아오신다는 사실입니다. ^^ 아빠가 오시면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아기토끼의 작품도 멋지게 완성되겠죠.

2009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된 “눈이 그치면”은 화려한 색감도 특별히 재미있는 사건도 들어있지는 않지만 아기 토끼의 눈을 통해 눈 내린 하루의 일상을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을 빛나게 하는 것은 회색빛 묵직한 느낌으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눈이 내린 날, 아기 토끼가 세상을 바라보면 느끼는 다양한 감정 – 설레임에서 걱정으로, 약간의 두려움으로 변해 가는 아기 토끼의 마음이 눈이 그치자 즐거움으로 변하는 마음 – 을 작가  사카이 고마코는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글과 그림으로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어린시절 꾸었던 꿈결처럼 보는 이의 눈길을 오래도록 붙잡는 그림책 “눈이 그치면”, 손도 발도 꽁꽁 얼어붙게 하는 차가운 눈이지만 눈은 어른들에게는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추억이고 아이들에게는 한겨울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하죠. 아마도 한철 잠시 머물다 떠나기에 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똑같은 모양입니다. 그림책을 다 읽고나면 ‘아,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눈이 한 번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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