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보낸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맞이하는 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나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서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는 분들도 있을 테고 낮 동안 끝내지 못한 일을 서둘러 마무리하느라 조바심치며 보내는 분들도 있겠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분들도, 해도 해도 넘쳐나는 일에 치여 온전히 자기 시간을 갖지 못한 채 허둥지둥 보내는 분들도 잠시 한숨 돌리고 읽어보면 좋을 책 두 권을 준비했어요. 밤의 이야기를 다룬 키티 크라우더의 그림책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밤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밤, 따스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이 전해주는 행복한 밤의 기운을 느껴 보세요.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

(원제 : Scritch Scratch Dip Clapote!)
글/그림 키티 크라우더 | 옮김 파비앙 | 미디어창비
(2017/08/28)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

아기 개구리 제롬은 밤이 찾아오는 게 무서워요. 잘 시간이라는 엄마 말에 이내 근심 가득한 얼굴이 되고 말죠. 매일 밤 아빠가 제롬을 꼬옥 안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엄마가 제롬을 꼭 안고 뽀뽀를 해주며 잘 자라고 인사해주지만 제롬은 쉽사리 잠들지 못해요.

‘이제 내 방에 나 혼자야. 침대에도 나 혼자 있고,
내 마음속에도 혼자야.”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

어둠은 혼자 남은 제롬을 삼킬 듯 무시무시하게 느껴집니다. 엄마가 거실 불까지 켜 두었지만 방에 남은 제롬이 느끼는 것은 ‘나 혼자’라는 사실 뿐이에요. 그러니 잠이 쉽게 찾아올 리 없어요. 심지어 멀쩡했던 방 안에서 ‘삭삭, 짹짹, 퐁퐁'(원서에서는 이 소리를 원서 제목 그대로 ‘Scritch Scratch Dip Clapote’로 표현했어요) 하는 이상한 소리까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

그러니 어린 제롬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엄마 아빠 방으로 달려가는 일입니다. (흠, 개구리가 사는 집이라 발목까지 물이 찰방 찰방~) ‘삭삭, 짹짹, 퐁퐁’ 소리가 난다는 제롬의 말에 아빠의 표정이 참 재미있습니다. 피곤과 짜증 속에서도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하는 표정, 다들 아시죠? ^^

“아기 개구리야, 그건 툭하면 밤에 나는 소리란다.
침대로 다시 돌아가자.”

이제야 잠들었나 싶으면 어느새 엄마 아빠 방으로 도망쳐 오는 제롬, 결국은 별수 없이 엄마 아빠 사이에게 제롬을 재웠어요. 하지만 이번엔 아빠의 잠이 달아나 버렸어요. 좁은 침대에서 뒤척이던 아빠는 결국 고단한 몸을 이끌고 제롬의 방 침대로 가 누웠습니다. 그렇게 막 잠이 들려는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삭삭, 짹짹, 퐁퐁’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

이번에는 아빠가 제롬을 깨우러 갔어요. 어둠에 잠긴 연못가 커다란 연잎 위에 앉아 들려오는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아빠와 제롬. 어둠 속에서 소리의 정체가 하나하나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삭삭’ 두더지가 굴을 파는 소리, ‘짹짹’ 밤새가 우는 소리, ‘퐁퐁’ 은색 물고기가 물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소리… 아빠와 나란히 앉아 아름다운 밤 풍경을 바라보던 제롬이 미소를 짓습니다.

“있잖아요, 아빠. 이제 밤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밤 풍경 속에서 제롬과 아빠가 평화롭게 잠이 듭니다. 커다란 연두색 연잎 위에 작은 연잎을 덥고 포근하고 다정하게… 밤의 소리가 자장가가 되어 그 둘을 다정하게 재워줍니다.

어린 시절 혼자 잠드는 밤이면 유난히 귀가 예민해지곤 했어요. 어른들은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참으로 심란하고 심각하기까지 했던 밤의 소리들. 키티 크라우더는 그 밤의 소리를 소재로 달콤하고 따뜻한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어요. 마음까지 표현한 개구리 가족의 생생한 표정들, 곳곳 디테일하게 그려낸 귀엽고 사랑스러운 풍경들까지 빙그레 미소 지으면서 보게 되는 그림책, 아득한 어린 시절 향수가 떠오르는 그림책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입니다.

※ 이 그림책은 2003년 주니어김영사에서 “난 이제 하나도 무섭지 않아”란 제목으로 출간되었었고 2017년 미디어창비에서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란 제목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이 글은 2017년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된 책을 보고 작성했습니다.


밤의 이야기

밤의 이야기

(원제 : Sagor Om Natten)
글/그림 키티 크라우더 | 옮김 이유진 | 책빛
(발행 : 2019/11/13)

원서 발행 시점에서 보면 앞서 소개한 “내 방에 괴물이 있어요!”“밤의 이야기”는 15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출간된 그림책입니다. 전작이 개구리 가족의 밤 이야기라면 “밤의 이야기” 속에는 엄마 곰과 아기 곰이 등장해요. 이 그림책 속 배경 역시 밤이지만 마냥 컴컴하고 어두운 밤이 아닌 핑크색이 스며든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밤으로 묘사되었어요.

밤의 이야기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들은 으레 엄마 아빠를 졸라댑니다. 목이 마르다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다거나 책을 더 읽어달라 거나 혹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이죠. 그림책 속 아기 곰도 엄마를 졸랐어요. 이야기 세 개만 해달라고요(아기 입장에서는 ‘세 개만’이지만 엄마 입장에선 ‘세 개나’입니다 ^^).

아기 곰의 요청대로 엄마는 아기 곰에게 차례대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림책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세 가지 이야기, 잠잘 시간을 알려주는 밤 할머니 이야기, 블랙베리를 따다 숲에서 길을 잃은 아이 이야기, 잠을 잊은 부 아저씨 이야기…

밤의 이야기

깊은 숲속에 밤을 지키는 밤 할머니가 살고 있어요. 밤 할머니가 하는 일은 밤마다 징을 울려 세상 만물을 잠자리에 들게 하는 것이었죠. 지이이잉! 지이이이잉!(밤 할머니가 치는 노란 징은 모양도 우리 징과 비슷하게 보이네요. 번역에는 소리를 ‘지이이잉!’으로 표현했지만 원서에는 ‘Doooooong- Dooooong’ 이렇게 표현되어 있어요.)

“하늘이 깜깜해졌어요. 이제 별을 믿어요.
별이 우리를 내일로 데려갈 겁니다.”

2분만 더 놀고 싶다는 물고기도 작은 잎사귀를 가져와야 한다는 꼬마 개미도 졸리지 않다 투정하는 담비도 모두 잠자리로 보내고 밤 할머니도 굴속 집으로 돌아갔어요. 이제 밤 할머니도 하늘의 별을 따러 가야 할 시간이거든요.

밤의 이야기

블랙베리를 찾아 숲속 깊이 들어왔다 그만 길을 잃게 된 소라, 어느새 숲에 밤이 찾아왔어요. 박쥐 야코 몰로는 길을 잃은 소라를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재워주기로 합니다. 소라는 우연히 만난 친구의 호의 덕분에 포근하고 아늑하고 편안하게 잠이 듭니다. 힘들고 피곤한 하루를 보냈지만  내일 아침이면 분명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밤의 이야기

밤마다 잠이 오지 않는 부 아저씨는 잃어버린 잠을 찾으러 숲을 찾아갔다 물가에서 수달 친구 오토를 만납니다. 오토의 조언대로 물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신기하게도 잠이 쏟아졌어요.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하고 행복한 잠에 빠지면서 아저씨는 생각합니다. 잠이 오는 것이 물놀이 덕분인지, 오토가 시를 쓴 돌을 찾아낸 덕분인지, 정말 좋은 친구를 둔 덕분인지…

아마도 이 모든 것이 아저씨의 잃어버린 잠을 데리고 온 것 아닐까요? 잠이 오지 않는 밤, 찾아가 이야기 나눌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 부 아저씨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밤의 이야기

엄마의 사랑 가득한 밤 이야기를 무려 세 개나 듣고 잠자리에 든 아기 곰, 엄마는 아기 곰에게 뽀뽀를 하고는 속삭여주었어요.

“내일로 데려다줄 별을 하나 골라 보렴.”

그 별이 아기 곰을 꿈속으로 데리고 갑니다. 누구보다 편안한 밤, 아기 곰은 엄마 이야기 속 주인공들과 함께 행복하게 잠들었어요. 밤에 스며든 핑크빛은 엄마의 사랑일까요? 살며시 스며든 밤이 편안한 잠을 밀고 옵니다. 밀려온 잠이 분명 행복한 내일을 데리고 올 거예요.

옛이야기처럼 신비로운 이야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독특한 등장인물들, 어느새 아기 곰이 되어 엄마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밤의 이야기”, 우리도 오늘 밤 내일로 데려다줄 별 하나, 골라볼까요? 저기 밤하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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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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