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 : 비 내리는 날의 기적

비 내리는 거리에 나가자 졸라대는 손주에게 할아버지는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아이는 마침내 비가 그친 거리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신나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어요. 한바탕 놀이를 끝내고 돌아온 오후,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따스한 코코아를 타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도 알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들은
꾹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단다.”

“Rain : 비 내리는 날의 기적” 중에서

꾹 참고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마음 가득 희망을 꽃피우는 것, 따스한 봄비를 기다리는 초봄 목련 봉우리의 소망 같은 그것… ‘기다림’… 그런 순간을 느껴본 적 있나요?

걷잡을 수 없는 속도에 지친 이들을 위한 ‘기다림의 미학’을 담은 그림책들 느긋하게 찬찬히 음미하면서 마음의 여유와 위안을 얻어 보세요.


“달팽이 학교” – 내 삶의 속도대로

달팽이 학교

달팽이 학교

글 이정록 | 그림 주리 | 바우솔
(발행 : 2017/08/09)

달팽이 학교

선생님이 더 많이 지각하는 학교, 할아버지 교장 선생님이 가장 늦게 도착하는 학교, 그래서 조회도 운동회도 달밤에 해야만 하는 학교, 달팽이 학교입니다. 이웃 보리밭으로 소풍 다녀오는데 일주일, 뽕잎 김밥 싸는 데만 꼬박 사흘이 걸렸죠. 하지만 누구도 보채지 않아요. 서두르지도 않죠. 그게 그들의 속도니까요. 교장 선생님이 이사하는 동안 칸나꽃 빨간 집이 초록 집으로 변하는 건 칸나 꽃의 삶의 속도고, 학생들이 이웃 보리밭으로 소풍 다녀오는 데 걸린 일주일은 해님 달님의 속도일 뿐 달팽이의 속도는 아니니까요.

찬찬히 보듬고 바라보며 사랑하기, 그리고 내 속도를 잃지 않기, 속도에 내 삶을 휘둘리지 않기. 달팽이처럼 그렇게… 달팽이 학교에는 달팽이들만의 속도가 있듯이 내 삶에는 나만의 속도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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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 열매 한 알에 깃든 기다림의 시간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시 장석주 | 그림 유리 | 이야기꽃
(발행 : 2015/10/01)

대추 한 알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 장석주 ‘대추 한 알’ 전문

오랜 기다림의 시간, 대추 한 알 속에 맺힌 수많은 사연, 시인은 대추의 마음을 속속들이 읽어내립니다. 자연은 언제나 일련의 과정에 충실해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모두 겪고 나서야 비로소 눈앞에 드러나는 결실, 과정을 겪지 않고 결과만을 위해 급하게 달려가다 보면 그만 잊고 말아요. 무엇을 위해 지금 이렇게 달리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불안에 떨어야만 하는지.

작은 대추 한 알에 깃든 기나긴 인고의 시간. 기다림이 빨갛고 아름다운 대추 한 알을 빚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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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아주 급한 아주 별난 꼬마 토끼” –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

무엇이든 아주 급한 아주 별난 꼬마 토끼

무엇이든 아주 급한 아주 별난 꼬마 토끼

(원제 : Harry in a hurry)
티머시 냅맨 | 그림 제마 메리노 | 옮김 김현희 | 사파리
(발행 : 2019/05/30)

해리는 언제나 바쁜 토끼랍니다. 밥도 후다닥 먹어치우고 말도 빨리빨리 하고 킥보드도 어찌나 빨리 타는지 주위 풍경이 늘 이렇게 스쳐 지나가버렸죠.

무엇이든 아주 급한 아주 별난 꼬마 토끼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어디든 무엇이든 급하게 쌩~

그런 해리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거북이 톰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해리와 달리 톰은 언제나 느긋해요. 해리는 기다리는 것이 제일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온몸을 다쳐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신세가 되었으니까요.

무엇이든 아주 급한 아주 별난 꼬마 토끼

해리가 제일 싫어하는 일은 ‘기다리기’, 하지만 톰이 킥보드를 고치는 걸 기다리는 동안 해리는 알게 됩니다. 천천히 음식을 먹으면서 음식이 얼마나 맛 나는지, 느릿느릿 산책을 하면서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게 되죠.

속도를 늦추고서야 해리가 알게 된 것은 똑같은 세상도 멈춰 서서 바라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너무 빨리 달려가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것,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 킥보드를 타고 쌩쌩 달리던 해리의 모습이 돌아볼 줄 모르고 그저 달리고만 있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까요?

바람에 햇살에 시시각각 변하는 창밖 풍경, 어제와 다른 밤하늘, 싱그러운 풀꽃들, 나무들, 하얀 구름, 반짝이는 별, 달…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느끼면서 천천히 걸어 보세요. 잠시 발길을 멈추고 세상을 바라보세요. 걷는 동안 나와 마주해 보세요. 그러면서 비우고 그러는 동안 마음을 채워 보세요.


“엄마, 잠깐만!” – 잠깐의 여유가 가져다주는 행복

엄마, 잠깐만!

엄마, 잠깐만!

(원제 : Wait)
글/그림 앙트아네트 포티스 | 옮김 노경실 | 한솔수북
(발행 : 2015/07/30)

엄마, 잠깐만!

바쁜 출근길. 엄마가 재촉하며 아이에게 ‘빨리 가자!’고 종용하지만 아이는 그런 엄마의 조바심엔 아랑곳하지 않아요. 산책 나온 강아지, 공사장의 아저씨, 공원에서 오리들에게 아침을 나눠 주는 아저씨와 오리들, 아이스크림 트럭, 수족관의 물고기들, 화단에 내려앉은 나비…… 그리고 출근길의 수많은 사람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아이에겐 신비한 모험이고 멋진 풍경인가 봅니다.

엄마의 바쁜 걸음걸이를 뒤따르는 아이의 눈빛에 순수한 호기심과 세상에 대한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그런 아이는 서둘러 버스를 타려는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아 세우고는 말했어요.

“엄마, 진짜 진짜로 잠깐만요.”

엄마, 잠깐만!

아이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무지개, 엄마는 아이를 품에 앉고 함께 고운 무지개를 바라봅니다.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만끽할 수 있는 진짜 행복입니다.

매일같이 다니던 길도 자동차로 지날 때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갈 때, 그리고 걸어갈 때 모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는 사실, 조급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가만히 바라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답니다. 잠깐의 여유가 가져다주는 행복을 느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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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기다려 봐” – 기다림 그 자체가 주는 행복

조금만 기다려 봐

조금만 기다려 봐

(원제 : Waiting)
글/그림 케빈 헹크스 | 옮김 문혜진 | 비룡소
(발행 : 2016/02/10)

조금만 기다려 봐

창가에 놓인 작은 장난감 인형들, 단조로워 보이는 이들의 일상에 숨어있는 작은 행복이 있어요. 각자 기다리는 것이 있거든요. 점박이 올빼미 인형은 달님을 기다려요. 우산 쓴 꼬마 돼지는 비를 기다리죠. 연을 든 아기 곰은 바람을 기다리고 있고요. 밤이 찾아오면 점박이 올빼미 인형은 창가에 뜬 달님을 보면서 기뻐해요. 비 오는 날이면 꼬마 돼지 인형이 행복한 날이죠.

창가에서 가만히 기다리는 동안 수많은 시간들이 이들을 찾아옵니다. 작지만 행복한 일들도 매일매일 이들을 찾아오죠. 이들은 오늘도 창밖을 바라보면서 기다립니다. 무언가 두근두근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면서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는 언제나 기다림이 존재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만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설렘의 과정이면서 즐거운 시간이죠.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기다림 저 끝에 행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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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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