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 좀 들어 주세요

갈등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말한 것을 상대는 다르게 이해했다든지, 내 얘기를 아예 들어주지 않는다든지 아주 작은 이유에서 시작된 갈등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대를 향한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기도 합니다.

함께 사는 가족이라거나 가까운 친구 사이라고 해도 나와 똑같은 관점이나 생각으로 세상을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 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죠.

오늘의 테마는 ‘내 얘기 좀 들어 주세요’입니다. 그림책 속 다양한 상황들을 보면서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지, 또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옳을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감자 좀 달라고요!
책표지 : Daum 책
감자 좀 달라고요

(원제 : InvisiBill)
모린 퍼거스 | 그림 듀산 페트릭 | 옮김 김선희 | 책과콩나무
(발행일 : 2015/10/20)

감자 좀 달라고요!

빌이 식탁에서 ‘감자 좀 달라’고 말했을 때 가족 중 누구도 빌을 보지 않았어요. 엄마는 태블릿을 보느라, 아빠는 통화를 하느라 형은 책을 보느라 동생은 텔레비전에 보느라 바빴죠. 아무도 빌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순간  빌은 진짜 투명인간이 되어버렸어요.

엄마는 의사 선생님 충고대로 엄마는 빌의 얼굴을 종이에 대충 그려주었고 빌은 둥둥 떠다니는 호박 머리 종이를 들고 학교에 갑니다. 학교에서 놀림을 받고 속상했지만 여전히 가족들은 빌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습니다. 결국 빌은 떠난다는 쪽지를 써서 식구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두었어요.

사라진 빌을 찾느라 엄마는 태블릿이 번쩍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아빠는 휴대전화가 울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어요. 형은 눈꺼풀을 씰룩거렸고 동생은 이를 달달달 떨어 댔어요. 가족들이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본 빌이 눈물을 흘리자 신기하게도 빌은 다시 보이게 됩니다.

감자 좀 달라고요

빌의 가족들은 식탁 앞에서 따뜻한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았어요. 엄마가 먼저 빌에게 ‘감자 좀 줄까?’하고 묻자 빌은 이렇게 말합니다.

“네, 그게 바로 제가 바라던 거예요.”

방금 찐 감자에서 솔솔 하얀 김이 납니다. 따뜻해진 빌의 마음처럼 말이죠. 가족들의 무관심으로 상처 받은 아이가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그림책 “감자 좀 달라고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고 반응해 주는 것, 상대방에게 사랑 받고 이해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입니다.


벽 속에 늑대가 있어
책표지 : Daum 책
벽 속에 늑대가 있어

(원제 : The Wolves In The Walls)
닐 게이먼 | 그림 데이브 맥킨 | 옮김 이다희 | 비룡소
(발행일 : 2006/12/08)

“벽 속에 늑대가 있어” 은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며 재미난 이야기를 선보여온 닐 게이먼의 독특한 스토리가 눈길을 끄는 작품입니다. 일러스트를 맡은 데이브 맥킨 역시 닐 게이먼의 독특한 이야기를 더욱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어요.

벽 속에 늑대가 있어

뒷짐을 지고 집 안을 서성이고 있는 루시의 모습이 무척이나 불안해 보입니다. 적막한 집 안에는 엄마와 루시, 남동생만 있어요. 엄마는 잼을 만들고 있고, 아빠는 일하러 나가셨고, 동생은 비디오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루시는 어두컴컴하고 커다란 낡은 집 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면서 엄마에게 말했어요.

“벽 속에 늑대가 있어요.”

하지만 엄마는 말도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끝장이라고 말할 뿐 불안해하는 루시와 눈도 한 번 마주치지 않고 하던 일을 할 뿐이었죠. 아빠도 동생도 루시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상한 소리는 점점 크게 들려오더니……

벽 속에 늑대가 있어

벽 속에서 진짜 늑대들이 튀어나왔어요. 엄마 아빠 말대로 정말 끝장이 난 것이죠. 하지만 늑대에게 쫓겨나 집을 빼앗기고도 루시의 가족들은 말도 안되는 엉뚱한 이야기 뿐이었어요.

날마다 파티를 벌이며 즐겁게 살아가던 늑대들을 집에서 내쫓기 위해 루시는 가족들에게 벽 속으로 들어가 때를 기다리자고 합니다. 한 밤중 루시의 가족은 벽 속에서 튀어나왔어요. 늑대들이 전에 그랬듯이요. 이번에는 늑대들이 소리쳤어요. 벽 속에서 인간들이 나왔으니 이젠 모두 끝장이라고 말이죠. 늑대들이 떠나간 후 루시 가족은 몇 날 며칠 동안 늑대들이 어지럽힌 집을 치웠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어요.

이제 그들도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었을까요? 흠, 글쎄요… 닐 게이먼은 이 이야기를 쉽게 끝내지 않습니다. 어느 날 밤 루시는 벽 속에서 또 다른 소리를 들었거든요. 이상한 소리가 난다고 식구들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루시를 향해 유일하게 루시의 말에 반응해 주고 귀 기울여주는 돼지 인형 포실이는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곧 알게 될 텐데 뭐.”

대화가 단절된 루시네 가족 이야기를 소재로 공포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처럼 놀랍고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림책 “벽 속에 늑대가 있어”,  소통과 교감이 사라진 적막한 곳 어디에나 늑대가 숨어있습니다. 위태위태한 삶이 늑대에 의해 언제 끝장이 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 2006년에 비룡소에서 출간된 “벽 속에 늑대가 있어”는 현재 절판된 도서입니다. 아쉽지만 이 책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가까운 도서관을 이용하세요.


알
책표지 : Daum 책

글/그림 이기훈 | 비룡소
(발행일 : 2016/01/20)

병아리가 키우고 싶었던 아이는 엄마 몰래 냉장고에서 알을 꺼내다 이불 밑에서 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그 알에서 사자, 호랑이, 곰, 얼룩말, 코끼리, 하마, 기린 등 아주 다양한 동물들이 깨어납니다. 엄마 몰래 자기 방에서 동물들을 키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아이는 한밤중 동물들을 데리고 밤마실을 나섰어요. 아이와 동물 친구들은 오리배를 타고 호수에서 놀다 그만 아주 먼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텅 빈 아이의 방, 장난끼 넘치는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이 사진을 바라보며 엄마는 괴로워합니다. 그 때 아이 방 창가에 오리 한 마리가 날아와 잠시 머물다 떠나갔어요. 오리가 떠나간 자리에 알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과연 이 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엄마는 알을 향해 손을 뻗으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이해 받지 못했던 아이가 품었던 세계는 진심으로 이해 받고 사랑 받는 세상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이가 정성으로 알을 품어 생명을 깨어나게 한 것처럼 엄마가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알을 품어주었을 때 엄마와 아이의 관계 역시 새롭게 태어날 것입니다. 물론 엄마가 품어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여전히 소통이 막힌 어둡고 캄캄한 공간에 혼자 남아있겠죠.

소통의 부재라는 현실에서 심심하고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아이가 떠나는 환상의 세계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 “알”입니다.

 “알” 리뷰 보기


앗, 깜깜해
책표지 : Daum 책
앗, 깜깜해

(원제 : Blackout)
글/그림 존 로코 | 옮김 김서정 | 다림
(발행일 : 2012/ 08/31)

※ 2012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가온빛 추천 그림책

앗, 깜깜해

아이는 보드게임을 하고 싶은데 아무도 함께 해 주질 않습니다. 엄마는 일 하느라, 아빠는 가족들 저녁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누나는 전화로 친구들과 수다 떠느라 동생에게 버럭 소리만 질러 대네요.

앗, 깜깜해

가족을 한 자리에 모이도록 한 것은 뜻밖에 찾아온 정전이었어요. 손전등과 촛불 아래 한자리에 모여있던 가족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다가 맑고 푸른 밤하늘을 만나고 똑같은 이유로 밖으로 나온 이웃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모두가 어둠을 즐길 무렵 아쉽게도 다시 전기가 들어오게 됩니다. 아쉬움이 한가득인 아이 눈에 띈 것은 스위치였어요. 딸깍 소리와 함께 아이 집에만 다시 전기가 나갑니다. 가족들은 다시 한 자리에 모였어요. 가족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은은하게 밝혀 주고 있는 촛불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아이가 찾아낸 빛입니다. 그 빛은 바로 갑작스런 정전으로 아이와 가족이 깨달은 가족의 소중함이겠죠.

존 로코는 이 그림책에서 만화 컷과 같은 구성을 통해서 가족들의 단절과 화합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공간에 떨어져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 줄 때면 분리된 컷들로 담아내거나 가족간의 빈 공간을 어둠이나 벽과 같은 장애물들로 가로막아 버리는 식으로 보여 주죠. 반대로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장면들은 컷 구분 없이 한 장면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문명의 이기로 인해 소외되고 단절된 가족과 이웃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려낸 “앗, 깜깜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딸깍 스스로 스위치를 내리고 가족들의 눈을 한 번 더 마주 칠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요.

 “앗, 깜깜해” 리뷰 보기


위대한 가족
책표지 : Daum 책
위대한 가족

글/그림 윤진현 | 천개의바람
(발행일 : 2016/06/20)

아빠는 힘센 천하장사, 엄마는 무슨 일이든 척척 잘하는 슈퍼우먼, 큰형은 무패 전적의 권투선수, 누나는 우아한 발레리나, 작은형은 뭐든 쓱쓱 잘 그리는 화가…. 저마다 잘하는 것 하나씩 가지고 있는 위대한 가족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개성이 강하고 위대해서 함께 있는 것이 귀찮다고 생각한 가족들은 서로에게 방해 받고 싶지 않아 벽을 쌓고는 따로따로 지내기 시작했어요. 위대한 이들은 각자 행복할 수 있었을까요?

위대한 가족

가족들은 그렇게 지내다 보니 너무 심심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막내의 돌발행동 때문에 가족들은 각자의 벽을 허물고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함께 무너진 벽을 치우면서 깨달았어요. 가족은 함께 할 때 가장 위대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요.

미우나 고우나 평생 함께 해야 하는 가족, 그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단순하면서도 재미난 에피소드를 통해 가르쳐주는 그림책 “위대한 가족”입니다.

 “위대한 가족” 리뷰 보기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책표지 : Daum 책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원제 : The Shrinking Of Treehorn)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 그림 에드워드 고리 | 옮김 이주희 | 논장
(발행일 : 2007/10/20 )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자신의 몸이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트리혼이 어머니에게 그 이야기를 꺼냈지만 엄마는 케이크가 부풀지 않는 것만 걱정입니다. 아빠 역시 트리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눈치 채지 못하고 자꾸만 똑바로 앉으라고 나무라셨어요.

트리혼이 작아지고 있다고 말하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실 뿐이었죠.

“좋아, 오늘은 봐주마. 하지만 내일까지는 해결해야 한다. 우리 반에서는 줄어들면 안 돼.”

트리혼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결국 트리혼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꾸만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합니다. 아침을 먹으러 간 트리혼이 엄마를 향해 원래의 키로 돌아왔다고 말하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잘됐구나. 확실히 그 키가 딱 좋아. 내가 너라면 다시는 줄어들지 않을 거다. 저녁때 아버지 들어오시면 꼭 얘기해라. 아주 좋아하실 거다.”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그날 저녁 트리혼은 텔레비전을 보다 온몸이 연두색으로 변해버린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한숨을 쉰 트리혼은 혼자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야지. 내가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를 거야.’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다는 듯 무표정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끔찍한 상황을 무덤덤하게 풀어가는 이 이야기가 가장 마음 아픈 것은 결국 소통을 포기해 버린 트리혼의 마지막 모습 때문입니다. 가깝기에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있다 생각해 자칫 소홀해 질 수 있고 더 상처를 줄 수 있는 관계가 바로 가족 관계입니다. 내 가족들 중에 혹시 트리혼이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지각대장 존
책표지 : 비룡소
지각대장 존

(원제 : John Patrick Norman McHennessy : The Boy Who Always Late)
글/그림 존 버닝햄 | 옮김 박상희 | 비룡소
(발행일 : 1999/04/06)

지각대장 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학교에 가는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갈때마다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늘 지각을 해요.

지각대장 존

선생님께 지각 한 이유를 말하지만 선생님은 존의 이야기를 한번도 믿어주지 않고 점점 더 많은 양의 반성문을 쓰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아무 사고 없이 학교에 제때 도착한 존은 선생님이 고릴라에게 잡혀 천장에 매달려 있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구해달라고 소리치는 선생님을 향해 존은 영혼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죠.

“이 동네 천장에 커다란 털북숭이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 선생님”

지각을 해서 선생님 앞에 서 있는 존은 아주 작게 그려졌고 존을 혼내고 있는 선생님은 아주 커다랗게 그려져있어요. 학교 가는 길에 벌어지는 환상의 세계는 화려하게 그려져 있지만 존이 학교에 있는 현실 세계는 배경 묘사 없이 검정과 회색 빛으로만 그려져있습니다.

악어에게 던져주는 바람에 한 짝만 남은 장갑, 사자가 물어뜯은 바지, 산더미 같은 파도가 덮쳐 물에 젖은 옷을 보고도 선생님은 그저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반성문만 쓰게 합니다. 존의 반성문은 그렇게 날마다 날마다 장수가 늘어날 뿐이었죠.

자신의 겪은 일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만 믿어주지 않는 선생님의 모습은 아이들을 어른들의 잣대에서 바라보고 평가하고 자신들에게 맞게 길들이려 하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진짜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참교육이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 “지각대장 존”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