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했어요
책표지 : 고래뱃속
참! 잘했어요

글/그림 이경국 | 고래뱃속


지난 3월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 중에서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소재를 이야기 재료로 삼아 만든 재미난 그림책이 있어 소개해봅니다. 바로 “참! 잘했어요” 입니다. 그림책 “참! 잘했어요”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돌려 보며 함께 웃었던 ‘초등학생 답안지’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초등학생 답안지’에 대해서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살짝 설명하고 갈까요?

문제 : 올림픽의 운동 종목에는 (   ),(   ),(   ),(   ) 가 있다
정답 : 육상, 수영, 체조, 권투 등
초등학생 답안지 : 여, 러, 가, 지

뭐, 이런 식이랍니다. 아이들의 엉뚱한 답이 절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 네이버나 구글에서 ‘초등학생 답안지’로 검색해 보시면 아주 많이 나옵니다. 혹시나 업무 시간에 보는 분들은 주의하세요. 나도 모르게 빵 터질지도 모르니까요.

“참! 잘했어요”의 첫 장면입니다. 이런…… 시험지엔 동그라미보다 작대기가 더 많네요. 아이가 아침을 먹는 동안 엄마는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문제를 제대로 읽어야지!”, “충분히 생각하고 답을 써!” …… 시험 잘보고 싶은 마음이야 엄마보다 당사자인 아이가 더 크겠죠.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뜻대로 되나요…… ^^

드디어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시험은 꼭 잘 볼 거야!” 라고 단단히 마음 먹은 아이는 시험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한 문제 한 문제 찬찬히 풀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옆집에 새로 이사온 아주머니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을 가져다 주셨을 경우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자주 목격했던 광경이 떠올라서 식은 죽 먹기라는 듯 답을 써내려가는 아이 표정, 참 귀엽죠? 듬직하기도 하구…… ^^

아이가 쓴 정답은,

“뭐 이런 걸 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답은 뭔가요? 아이와 다른가요? 위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아이가 큼직하게 쓴 ‘뭐 이런 걸 다’ 아래에 ‘아주머니, 잘 먹었습니다!’ 라고 써있습니다. 이게 바로 선생님이 원하는 정답입니다. 이쯤에서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 있을 겁니다. ‘아이 답도 틀린 건 아니지 않나?’ 하고 말이죠. ^^

그림책은 위와 같은 식으로 문제와 아이가 쓴 답이 반복됩니다. 문제를 보며 아이의 답을 상상해 보는 것도 이 그림책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문제만 미리 살짝 볼까요?

  • 엄마의 생일입니다. 엄마에게 드릴 예쁜 카드를 그려 봅시다.
  • 아빠가 담배를 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 친구 둘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어려운 일이 연거푸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는 무엇일까요? 설 ( ) 가 ( )

한 문제씩 자신만의 답을 써가면서 아이는 발칙(?)한 기대를 합니다.

“이러다 나 오늘 백 점 맞는거 아니야?”

하지만 쉬운 문제만 나올리 없죠. 알쏭달쏭하기만 한 6번 문제에 맞닥뜨린 아이가 스트레스로 인해 배가 싸르르해지는 걸 참아가며 호소력 있는 답안을 써내려가는 두 장의 그림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미리 보여 드리면 재미 없으니까 직접 확인하세요~ ^^)

선생님이 채점한 아이의 시험지예요. 처음엔 모두 틀렸다고 빨간 작대기를 그어버렸던 선생님은 다시 파란색으로 채점을 해 주셨습니다. 빵점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썼던 숫자 ‘0’ 위에 다시 커다란 동그라미와 함께 ‘참! 잘했어요’ 라는 글씨와 감동 받은 선생님의 얼굴까지 그려주셨어요.

우리 어릴적에 열심히 해 간 숙제에 이거 하나 쾅하고 찍히면 참 좋았더랬죠. ‘참! 잘했어요!’ 말입니다. 별을 여러 개 찍어 주시는 선생님도 있었구요. 저는 별 7 개까지 받아봤습니다. 저보다 더 많이 받아 본 엄마 아빠 있나요? ^^

그리고 시험지 맨 아래 부모님께 전하는 말에는 원래 ‘다음부터는 지도편달 부탁드ㄹ…’ 라고 썼던 것을 지우고는 다시 이렇게 써 주셨습니다.

참이 부모님께.
정답은 아니지만 참이가 쓴 답도 나름대로 일리가 있네요.
덕분에 저도 참이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기발한 답안지의 주인공 이름은 ‘참’이었어요. 작가가 ‘참’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데에는 나름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 녀석 참~’하고 말할 때 한숨이 섞였다면 안 좋은 뜻이고, 기분 좋은 감탄이 담겼을 때는 좋은 뜻인 것 처럼 좋거나 나쁠 때 모두 쓰이는 ‘참’. 오늘의 주인공 참이를 가슴으로 이해해 주신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 속에 들어 있는 ‘참’이 좋은 뜻으로 쓰일지 나쁜 뜻으로 쓰이게 될지는 우리 어른들에게 달렸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상상력 넘치는 아이와 그런 아이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선생님. 초등학교 1학년에서부터 고등학교 3학년에 이르기까지 아이는 모두 12 명의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 아이가 앞으로 만나게 될 열두 명의 선생님들이 모두 “참! 잘했어요”에 나오는 선생님 같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 모두가 똑같은 정답을 말하는 교육보다는 저마다의 생각들 모두 정답이 될 수 있는 교육을 우리 아이들이 받을 수 있으면,
  • 100 점이 아니더라도 ‘참! 잘했어요’ 라고 아이들의 노력을 칭찬해 줄 수 있다면,
  • 공부 말고도 아이들마다 제각기 타고난 재능과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였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