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야 놀자
책표지 : 비룡소
파도야 놀자

글/그림 이수지 | 비룡소

가온빛 추천 그림책
※ 2008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갈매기 떼와 함께 제목도 너울너울 날아가는 듯 그려진 그림책 표지만 봐도 마음은 이미 시원한 바다에 가있는 것만 같습니다. 이쪽 모래 사장에 앉아 파도랑 신나게 놀고 있는 어여쁜 딸내미를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내가 어린 아이가 되어 파도랑 신나게 장난을 치고 있는 기분도 들게 하는 “파도야 놀자”는 언제 보아도 마음 시원한 행복을 안겨주는 그림책입니다.

파도야 놀자

엄마와 바다에 간 아이, 바다를 향해 신나게 달려갔어요. 흠~ 하고 바다 내음을 맡아봅니다. 짭쪼름하면서도 비릿한 바다 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어느새 아이를 뒤따라온 갈매기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죠? 어디서 나타난 녀석인가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신나는 일을 기대하고 있는 표정 같기도 하구요.

파도야 놀자

파도가 밀려오자 아이가 쪼르르 도망을 칩니다. 아이 뒤에 서있던 갈매기들도 재빠르게 샤샤샥~ 줄행랑을 치고 있어요. 가느다란 갈매기의 다리가 바쁘게 움직이며 재빨리 도망치는 장면이 유쾌하게 느껴지네요.

다가오면 도망치고, 도망가면 쫓아가고…… 바다에 가면 꼭 한 번씩은 파도랑 하고 노는 놀이죠. 그러다 파도에 옷을 적시고 꺄악~ 즐거운 비명을 질러보기도 하구요.

파도야 놀자

다시 밀려가는 파도를 보고 아이가 자신감 넘치는 몸짓으로 파도를 위협해 봅니다. “으왕! 나 무섭지?” “내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지?”^^ 그 뒤에 갈매기들도 어느새 쪼르르~ 다시 돌아 왔어요.

파도야 놀자

도망쳤던 파도가 다시 밀려왔어요. 그런데 이 장면이 뭔가 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파도가 다시 아이를 향해 밀려오긴 했지만 그림책이 접히는 경계면을 기준으로 더 이상 넘어오지 못해요. 마치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갈라 놓은 듯, 파도는 그림책 경계면에 부딪치며 그대로 부서져 버리고 맙니다. 아이도 눈치를 챈 모양이에요.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턱까지 괴고 파도가 부서지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어요.

파도야 놀자

이제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호기심쟁이 아이가 참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파도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리고는 그림책 경계면을 넘어 파도가 있는 곳으로 조심스레 나아갑니다. 발끝으로 살금살금 조심조심. 아이를 따라 갈매기들도 펄럭펄럭 경계면을 넘어 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파도와 만났어요.

파도야 놀자

왼편에 서있던 아이는 오른편 바다의 세상으로 들어갔습니다. 방금 전까지 조심스러웠던 마음은 모두 잊은 채 어느새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며 아이는 파도와 한데 어우러져 즐겁게 놀고 있어요. 갈매기들도 합류해 한바탕 신나는 시간을 보냅니다. 처음 친구를 사귈 때 잠시 동안의 어색함을 풀고 어느새 친구가 되어 온 마음을 다해 함께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파도야 놀자

조금은 수줍고 낯설었던 파도와 이제 완연하게 하나가 되어 즐기고 있는 아이의 모습, 하얀 포말과 함께 산산히 부서지는 파란 파도! 가슴까지 후련하네요. 그렇게 텀벙 거리며 놀고있지만 파도는 경계면을 넘어가지 않아요. 마치 다른 공간 인 듯 아이와 푸른 파도, 갈매기까지 즐거운 놀이에 빠져있는 생명력 넘쳐 흐르는 오른쪽 공간, 이와 대비되는 모습으로 아이가 건너가고 없는 왼쪽 공간은 텅 비어있어 고요한 느낌까지 자아냅니다.

파도야 놀자

이렇게 신나게 놀아줬으니 파도도 그 보답을 해야겠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파도가 이렇게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파도가 ‘이제 내 차례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순간의 정적이 흐르고,  상황 파악을 한 아이는 도망 치기로 결심했어요. 어디로?

파도야 놀자

바로 그림책 경계면 바깥으로요. 아이를 향해 휘몰아쳐 오는 거대한 파도! 하지만 걱정없어요. 우린 다 알고 있으니까요. 바로 경계면 바깥으로는 절대 파도가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죠. 아이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파도를 향해 메롱을 하며 파도를 약 올리고 있어요. 어디 올테면 와봐라~^^ 그런데, 뭔가 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늘상 아이 곁에서 모든 행동을 함께 해왔던 갈매기들이 아주 재빠르게 도망을 치고 있거든요. 그것도 종종종 걸어서 도망 치는 것이 아닌 잽싸게 날아서……

다음 장을 펼치면……

파도야 놀자

화면 가득 푸른 파도로 뒤덮혔습니다. 뭔가 처얼썩~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났을 것만 같은 이 분위기~ 아이도 갈매기도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장난스레 경계면을 넘어선 파도의 반전과 함께 화면 한가득 푸른 파도로 뒤덮힌 장면이 보는 이에게 시원한 웃음을 안겨줍니다.

이 모든 것은 처음부터 파도의 계략(?)이었을까요? ^^

파도야 놀자

아이의 원피스에 푸른 바다색이 물들었어요. 단색의 목탄으로 그려졌던 왼쪽 면에도 파도가 푸른 물보라를 남겨두었구요. 그리고 파도가 물러난 자리에 푸른 하늘이 화면 가득 펼쳐졌어요. 마치 파도가 물들인 것처럼 말이죠. 그 시원한 푸르름이 생동감을 안겨줍니다.

파도가 선물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에요.

흠뻑 젖은 아이는 파도가 물러가고 난 후, 바닷가에서 무언가를 발견했거든요. 푸른 바다를 닮은 조개껍데기였죠. 파도가 아이를 놀려준 것이 아니라 신나게 놀아준 보답으로 멋진 선물을 한 셈이네요. 밝은 표정의 아이 곁에 어느 새 도망 쳤다 돌아온 갈매기들도 신이 났습니다. ‘아~ 정말 신나게 놀았어!’ 라고 하는 듯 바다는 어느 새 잠잠해 졌구요.

파도야 놀자

엄마와 돌아가는 아이가 “파도야 안녕!”하면서 바다에게 인사합니다. 치마 한쪽 자락을 잡고 있는 것을 보니 파도가 준 선물을 치마에 소중하게 담아가는 모양이네요. 아이도 떠나고 갈매기도 떠나고 푸른 바다만 말없이 출렁입니다. 모두가 평온한 모습으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목탄과 파란색 물감만을 사용해 풍성한 이야기를 이끌어 낸 이 그림책은 배경과 색상을 단순화 하여 아이와 파도의 이야기만을 집중력 있게 보여주고 있어요. 심지어 글자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글 없는 그림책인데요. 그래서인지 그림책을 펼칠 때마다 바닷가 한 구석 끼룩끼룩 우는 갈매기 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아요. 상상력이 소리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라고나 할까요?

파도와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의 모습에 살포시 미소를 짓게 되는 그림책 “파도야 놀자”. 커다란 파도가 무서워 힘껏 도망쳐 보기도 하지만 막상 맞닥뜨려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긴 인생 때론 어렵고 힘든 일이 나에게 커다란 선물이 되기도 하겠죠.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아이의 마음, 파도의 마음을 우리 가슴에 늘 간직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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