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맴 – 여름을 더 여름답게 하는 매미에게

맴
책표지 : Daum 책

글/그림 장현정 | 반달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아이가 어렸을 때, 아주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지은지 30년이 넘었던 아파트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낡은 베란다 창틀 흔들리는 소리에 새벽에 깨어나는 일도 많았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 곳이었어요. 아파트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아름드리 벚나무, 은행나무, 심심찮게 들고나는 들고양이들, 각종 들풀과 지천에 핀 꽃, 다양한 벌레(?)가 아주 많아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그런 곳이었죠.

그 아파트의 여름은 매미와 함께 시작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 낡은 방충망에 붙어 맴맴맴맴매~~~앰  커다랗게 울어대는 매미 울음 소리는 누구보다  아이가 반가워했어요. 곧 여름방학이 돌아온다면서요. 초여름이면 커다란 나무에 다닥다닥 붙은 매미 허물, 방학 동안 매미를 잡겠다고 매미채를 들고 돌아다니는 아이들 모습,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매미를 밟지 않으려고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조심 등교하던 그 길도 아이에게는 여름을 상징하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고 하더군요.

매미 얘기가 길어졌네요. 그림책 “맴”을 본 순간 우리들의 추억 한자락으로 자리잡고 있던 그 시절의 여름이 다시 떠올랐거든요.^^

맴

속표지에 분홍색 꽃 한송이가 바람에 날려 떨어집니다. 봄을 알리는 진달래꽃일까요? 벚꽃일까요? 꽃잎이 떨어지고 난자리, 연초록 이파리들이 자라납니다. 나뭇잎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들려오는 매미 울음 소리 ‘맴’, 그 소리가 신호탄이었을까요? 곧이어 이곳저곳 나뭇잎 사이사이 울려퍼지는 매미 소리…….

나뭇잎 사이사이 물들어 있는 듯 맴 맴 소리가 살그머니 숨어있습니다. 일찍 깨어난 수줍은 매미 소리가 한눈에 느껴지네요.

맴

바람에 온 숲이 일렁~ 매미 소리도 숲 속 바람을 따라 흐릅니다. 치르르르르르르… 초여름 싱그러운 녹음 속에 매미 소리 역시 싱그럽습니다.

맴

소리는 숲을 따라 흐릅니다. 매미 소리가 여름을 부르는 것일까요? 여름이 매미 소리를 부르는 것일까요? 푸른 바다 위 파도처럼 숲 속에 매미 소리가 초록 파도처럼 넘실댑니다.

맴

소리는 숲을 넘어 날아갑니다. 잿빛 도시에 초록빛 매미 소리가 찾아갑니다.

맴맴맴맴맴 매앰맴 쓰르람쓰르람 트트트트트 츠르르르르 치르르르르르르 트트트트트트트

꿈결처럼, 파도처럼 너울너울 도시를 향해 다가가는 소리의 행진!

맴

도시의 여름 속에서 초록빛 매미 소리도 빠알갛게 변해갑니다. 붉게 달궈진 도시의 여름이 익어갑니다. 빠앙빠앙 빵 부웅부웅, 검은 매연 속에서도,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서도 기죽지 않는 매미 소리.

맴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울어대는 매미 소리, 한낮의 도시 한가운데 붉게 울려퍼지는 매미 소리는 태양을 녹일 듯 울려퍼집니다.

맴

한여름 더위를 불사르듯 열정적으로 울어대던 매미 소리가 잠시 멎자 어느새 후두둑 후두룩 비가 떨어집니다. 매앰 매앰 맴~ 매미 소리가 잦아진 자리에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빗줄기는 지독히도 울어대던 매미가 불러 왔을까요? 그러고 보니 한여름 소나기 소리는 왠지 매미 소리를 닮은 것도 같네요.^^

여름이다!

“맴”이라는 그림책 제목처럼 그림책 속에는 다양한 매미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지만 매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매미를 소리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죠. 그래서 제목도 ‘매미’가 아닌 ‘맴’인 모양입니다. 글자 없이 소리로만 여름을 그린 그림책 “맴”은 매미 소리를 따라 시원한 여름 한자락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무엇보다 시원하게 그려진 그림이 마음에 쏙 드는 그림책이기도 하구요.

여름 풍경과 어우러진 소리를 멋지게 시각화해 가슴에 무언가 일렁이게 하는 소리가 들리는 그림책, 타는 듯 뜨거운 여름이 느껴지는 그림책, 7년을 기다린 끝에 마주한 여름, 그리고 7일간의 열정으로 온몸을 다해 불사르는 매미의 여름이 느껴지는 그림책, 그림 한 장 한 장 작가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정성을 쏟았을지 느껴지는 그림책 “맴”입니다.

어릴 때부터 매미를 좋아했다는 장현정 작가는 매미 소리가 자유를 얻은 사람이 기쁨에 겨워 소리를 지르는 것도 같고, 삶을 마쳐야 하는 사람이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대요.

하늘을 찌르는 듯한 매미 소리가 빈 하늘을 가득 채우면
무더운 여름이 더 뜨겁게 달아올라 타들어 가는 것만 같다.
여름을 더 여름답게 하는,
그런 매미가 좋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매미가 전해주는 소리를 한여름의 아름다운 선율로 보여주는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그림책 “맴”, 이 그림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더 많은 이야기들은 장현정 작가의 블로그에서 들어보세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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