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수영장
책표지 : 창비
수박 수영장

글/그림 안녕달 | 창비

가온빛 추천 그림책
2015 가온빛 BEST 101 선정작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골목으로 꺾이는 길목에 수박 장수 아저씨가 트럭 한가득 수박을 팔고 있습니다. 동글동글 수박 한 통이 단돈 오천 원, 뜨거운 햇살 아래 트럭 한가득 실린 수박에 눈길이 갑니다. 어디에서 실려왔을까, 다들 어디로 팔려가서 어느 가족에게 시원함을 선사해 줄까 상상을 해봅니다. 과일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손에 꼽을 만큼 좋아하는 과일이 있다면 바로 이 수박입니다. 쩍~하고 갈라지는 소리부터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수박,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수박……^^ 그래서 늘 엄마는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제가 좋아하는 수박의 계절이 끝나가는 걸 저보다 더 아쉬워하셨었죠.

오늘 소개하는 수박 수영장, 제목부터 재미있네요. 여름하면 떠오르는 수박과 수영장의 조합이라니…^^  수박 수영장은 여름 햇볕이 한창 뜨거울 때 개장을 한답니다. 어디서 만날 수 있냐구요? 음,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한 번 찬찬히 살펴 보세요.

수박 수영장

여름 햇볕이 한창 뜨거울 때 수박이 다 익었습니다.

저절로 쩌억 반으로 쪼개진 수박, 보기만 해도 군침이 쓰읍~^^ 하지만 오늘의 수박은 먹는 수박이 아니예요. 수박이 다 익어 반으로 쪼개지고 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들어가 놀 수 있는 그런 수박이랍니다.

수박 수영장

개장 준비를 마친 수박 수영장에 아이들이 몰려옵니다. 이미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튜브까지 몸에 두르고 뛰어오고 있는 아이들, 보기만 해도 신나는데요. ^^ 얼마전 시청 앞 광장을 지나다 한 켠의 분수에서 물을 맞으며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퐁퐁퐁 솟아나는 분수대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해맑게 웃으며 뛰노는 아이들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수박 수영장으로 달려가고 있는 아이들 모습에서 그 날 분수대에서 해맑게 뛰놀던 아이들 모습이 겹쳐지네요. 정말이지 아이들은 다 예뻐요.^^

수박 수영장

수박 꼭지는 자연 다이빙대입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자 ‘썩! ‘소리를 내며 수박에 몸통이 콕 박혀버렸어요. 맨발로 수박 위를 달리면, ‘석 석 석’ 소리가 나면서 작은 발자국이 콩닥콩닥 찍힙니다. 친구들이 달려와 수박에 박힌 친구를 다같이 뽑아주자 ‘뽁’ 소리가 납니다.^^

수박 수영장

수박 살을 잘라내 수박 폭탄이라면서 던지기 놀이를 해도 재미있어요. 붉고 부드러운 수박 살을  철퍽철퍽 밟으면 붉고 투명한 수박 물이 고입니다. 수박 물이 ‘붉고 투명하다’는 표현이 와닿네요.^^ 시원한 수박 화채가 생각이 나요. 수박 화채는 건더기도 맛있지만 남은 물을 쫘악 들이켜면 하~…… 붉고 투명한 수박 물 속에서 행복하게 헤엄을 치다 목이 마르면 한 모금 쭈욱~ 들이켜도 좋겠는걸요.

수박 수영장

햇볕이 뜨거울 무렵엔 인기 만점 구름 장수가 찾아 옵니다. 솜사탕일까 생각했는데, 구름 장수 역시 수박 수영장 만큼이나 독특한 아이템을 판매하네요. 구름 장수가 파는 하얀 구름은 구름 양산으로 쓰면 딱 좋고, 먹구름은 샤워할 때 쓰면 좋습니다. 우아! 나도 하나 사고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요.^^

수박 수영장

수박 수영장의 특별함은 그뿐만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즉석에서 가능하죠. 크고 빠른 미끄럼틀을 만들어 달라 조르자 할아버지는 수박 한쪽 껍질을 깎아 멋진 미끄럼틀을 만들어 주셨어요. 커다란 미끄럼틀을 타고 싹! 내려가면 수박 속으로 척!하고 박히는 재미…^^ 그 재미난 놀이에 할머니도 푸욱 빠지셨네요. 양팔을 들고 미끄럼틀을 씽씽 내려가는 할머니 표정이 소녀같아요. 놀이의 즐거움에 푸욱 빠진 이곳 수박 수영장,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행복한 곳입니다.

수박 수영장

어느덧 저 너머로 해가 집니다.

수박 수영장에서의 즐거운 하루가 지나가고 어느덧 해가 집니다. 어느덧 여름도 지나갑니다. 열정적인 여름 해가 지고 세상의 색이 지고 놀던 아이들 마저 모두 떠나가면 올해의 수박 수영장도 이제 문을 닫을 시간입니다.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 아쉬움에 가득찼던 마음이 이 한장면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네요. 지는 해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하루 종일 뛰어 노느라 얼굴은 새까맣게 타고 밀린 방학 일기 생각에 마음이 묵직했던 방학 끝 무렵의 우리들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왜그런지 여름의 끝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아요.

수박 수영장

하지만 괜찮아요.

수박 수영장은
내년에 또 열릴 테니까요.

알뜰살뜰 깨끗하게 파먹고 수박 껍질만 남은 소박한 소반 위에 흩어진 까만 수박 씨앗들, 다섯 개의 숟가락…… 그림책 마지막 장면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이 모든 것은 한여름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반으로 쪼갠 수박을 떠먹으면서 한 상상인 듯합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웃음들이 오갔을까요? 아이들 먹으라고 먹는 척 숟가락만 들었다 놨다 하셨을 엄마의 모습도 눈앞에 어른어른 비치는 것 같습니다. 어느 해 여름 우리 가족의 모습인 것 같아 괜시리 마음 한 구석 아련해지네요.

커다랗고 시원한 수박 수영장에서 모두가 함께 즐기는 유쾌하고 깜찍한 여름 축제를 시원하게 잘 담아낸 “수박 수영장”. 색연필로 그린 그림이 주는 따뜻함과 부드러움 속에 정겨움까지 잘 살려낸 그림책입니다. 지나가는 방학이 마냥 아쉬운 우리 아이들, 아이들과 복작복작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우리 엄마 아빠들, 그리고 폭염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이 여름을 보내고 있을 우리 모두에게 수박 수영장에서처럼 즐겁고 행복한 여름, 무사하고 안녕한 여름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안녕달 작가의 홈페이지 : 그림책 “수박 수영장”을 그린 안녕달 작가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발하면서도 참신한 상상력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내는 남다른 재주가 있는 듯 합니다.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그림들을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