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랑말과 나
글/그림 홍그림 | 이야기꽃
(발행일 : 2016/09/05)
★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평범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제목 “조랑말과 나”. 정면을 바라보면서 싱긋 웃고 있는 아이와 조랑말, 마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이 둘은 무슨 관계일까 궁금해 그림책을 펼쳐보니 면지에 그려진 흑백 그림이 정겹습니다. 조랑말에게 당근도 먹이고 책도 읽어주고 함께 산책하고 함께 잠들고… 아이와 조랑말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합니다.
나에게는 조랑말이 하나 있어요.
나는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요.
힘차게 여행을 시작한 조랑말과 아이를 응원해주는 듯 꽃도 벌도 나비도 느릿느릿 이들을 따라가는 달팽이도 웃고 있어요. 하늘은 높푸르고 햇님이 쨍한 맑은 날, 마음이 꼭 맞는 친구와 길동무하며 함께 여행 가기 딱 좋은 날입니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녀석이 이들의 길을 가로막아 섰어요. 날아가던 새들도 달팽이도 나비도 벌도 뒤돌아 도망칩니다. 누굴까? 무얼까? 왜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이상한 녀석은 다짜고짜……
아이의 조랑말을 망가뜨렸어요. 산산조각 난 조랑말, 아이는 깜짝 놀랐죠. 난생 처음 겪어 보는 일이니까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일이니까요. 내 여행길에 어째서, 왜 이런 이상한 녀석이 나타나 내 조랑말을 망가뜨린 걸까요? 조랑말과 함께 한 행복했던 여행길에서 아이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조랑말을 잃고 말았죠.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아요. 주저앉아 마냥 울고 있지 않아요. 망가진 조랑말 조각들을 모으고 이어붙여……
나는 다시
조랑말과 함께
여행을 떠나요.
모으고 이어붙이느라 처음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나의 조랑말이니까요. 둘은 이렇게 다시 함께하게 되었니까요. 기뻐하고 있는 아이 뒤에서 그 이상한 녀석만 당황스런 표정이네요.
아이는 조랑말과 함께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작했지만 여행길이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때론 밤길을 걸어야 할 때도 있고, 물 속으로 난 길을 지날 때나 으스스한 묘지 곁을 지나야 할 때도 있죠. 아이와 조랑말이 가는 길에는 자꾸만 이상한 녀석들이 나타납니다. 모습만 달리했을 뿐 이 이상한 녀석들은 똑같은 짓들을 되풀이 해요. 외계인처럼 생긴 이상한 녀석은 레이저로 조랑말을 ‘펑’ 쏴서 망가뜨려 버리고, 물 속에서 만난 이상한 악어는 ‘콰직!’ 커다란 이빨로 단번에 조랑말을 부서뜨렸어요. 묘지 곁을 지날 때 나타난 이상한 유령은 마법처럼 쉬리릭 기분 나쁘게 조랑말을 산산조각내 버렸어요.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아요. 찢어지고 박살나고 으스러져 너덜너덜해진 조랑말 조각을 다시 이어붙이고 또 다시 이어붙여 조랑말과 다시 길을 떠납니다.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와 내 조랑말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는 조랑말과 아이, 그 긴 여행길에 갑작스럽게 만난 수많은 이상한 녀석들 때문에 조랑말은 처음의 말끔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상처 투성이의 모습으로 변해버렸지만 처음 그 마음만큼은 변치 않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그 마음, 함께 한다는 그 마음……
여행을 시작할 무렵 네 다리로 걸어가며 아이 뒤를 따르던 조랑말, 이제는 두 다리로 당당하게 걷습니다. 아이 뒤를 줄곧 졸졸 따르던 조랑말이 아이를 앞서 걷고 있네요. 그 모습이 참 당차보여 믿음직해 보입니다.
상처투성이 조랑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 이상한 녀석을 만나면 만날 수록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아이와 조랑말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인생이란 여행길에 첫 걸음을 내딛고, 또 걸어가겠죠.
지금 우리 아이들 곁에 있는 조랑말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디선가 잔뜩 실망한 채 조각난 조랑말만 버려두고 혼자서 온 것은 아닌지, 조각조각 너덜더덜해졌어도 여전히 그 곁을 잘 지키고 있는지……
읽는 이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갈 독특한 이야기가 돋보이는 그림책 “조랑말과 나”,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나와 내 조랑말은……’ 마지막 문구를 자꾸만 되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