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한 하루
글/그림 윤태규 | 그림책공작소
(발행 : 2016/11/11)
★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지금 와서 가만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에는 좋지 않았던 날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무엇을 하고 놀았던 하루가 참 길기도 했구요. 날씨가 좋던 나쁘던 혼이 났던 칭찬을 받았던 아련한 기억 속에서는 모두가 알차고 소중한 하루하루였습니다.
한 손에는 포크를 들고 까만 오리 튜브를 탄 볼 통통한 두 아이의 표정이 익살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소중한 하루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낼 것 같은 자신만만, 재기 발랄한 표정의 두 아이의 오늘 하루가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꿀단지 마을로 이사 갑니다. 안녕’이라는 종이 한 장 달랑 남겨놓고 머나먼 꿀단지 마을로 이사를 가버린 ‘만나 떡볶이’를 그리워하며 아이들도 강아지도 고양이도 모두가 슬픔에 빠졌어요. 하지만…
우리는 포기 하지 않아!
울고만 있는 친구들 앞에 선 똘이와 욱이가 꿀단지 마을로 떠날 거라고 당찬 선언을 합니다. 만나 떡볶이는 영원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이사를 갔을 뿐이니까요.
똘이와 욱이가 준비한 꿀단지 마을까지의 지도가 어째 평범해 보이지가 않는데요. ^^
박 씨 아저씨네 미친개가 근처에 있는 무시무시한 숲을 지나 오싹오싹 마녀탕을 지나고 악마의 입을 통과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그곳은 친구들이 모두 고개를 저을 만큼 가는 길이 험난해요. 이토록 험난하고 위험한 곳을 통과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꿀단지 마을로 가기 위해 똘이와 욱이는 준비를 철저하게 마쳤습니다.
“똘아, 준비 됐지?”
“좋아, 가는 거야!”
똘이와 욱이가 떠나는 ‘떡볶이 모험 대작전’에 우리도 슬쩍 동행해 볼까요? (흠, 그런데 지도를 들여다보다 학교 앞 길을 지나 다리를 건너서 안전하게 가면 안 될까라고 말했더니 어린 조카가 그러면 진정한 모험이 아니라고 버럭 한 마디 하네요. 아~ 모험! ^^)
1단계 통과 대상인 무시무시 숲 앞에 이르렀습니다. 보기만 해도 따끔따끔해 보이는 거대하고 울창한 숲 앞에선 똘이와 욱이가 너무나 작아 보이네요.
똘이와 욱이가 무시무시 숲을 지나기 위해 세운 작전명은 ‘폴짝 사사삭 대작전’이에요. 위험도는 ★★★(별 세 개), 준비물은 양말과 물안경과 참을성입니다. 준비해 간 양말을 팔에 끼고 봉산탈춤을 추듯 폴짝폴짝 뛰면서 무시무시 숲을 통과했어요. 맘 단단히 먹었지만 저절로 터져 나오는 비명은 막을 수가 없었어요.
우리는 잠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간신히 무시무시 숲을 빠져나왔어요.
2단계인 마녀탕은 좀 더 위험도가 높아요. 위험한 만큼 챙겨야 할 준비물도 더 많구요. 똘이와 욱이는 마녀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잠수 작전을 썼어요. 빨대만 물 밖으로 내밀고 마녀탕을 통과하는 동안 숨은 콱콱 막혀왔고 마녀들이 다리를 마구 잡아챘지만 둘은 서로를 격려하며 2단계까지 무사통과했어요.
이제 마지막인 3단계 악마의 입만 남았네요. 별 다섯 개짜리 궁극의 위험이 기다리고 있는 악마의 입을 통과하기 위해 둘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난 후 함께 힘차게 외칩니다.
“로켓 발 장착! 나와라, 번개걸음!”
악마의 입을 통과하기 위해 똘이와 욱이가 쓴 작전명은 ‘번개 걸음 후다닥 대작전’이었습니다. 어둡고 축축해 보이는 거대한 악마의 입 속에서 붉게 빛나는 수많은 눈동자들. 두 아이는 용기 내어 빠른 걸음으로 악마의 입을 통과합니다. 무섭고 떨리지만 이제 똘이와 욱이는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 서로에게 몸을 밀착 시키고 호흡까지 제대로 맞춰야만 이곳을 통과할 수 있어요.
그렇게 힘든 순간을 넘어서 가까스로 꿀단지 마을에 도착한 두 아이는 만나 떡볶이 가게 앞에서 큰소리로 외쳤어요.
아줌마
늘 먹던대로 주세요!
단골집에서만 할 수 있는 멘트 ‘늘 먹던대로 주세요!’가 참 정겹습니다. ^^ 그렇게 똑같이 외치는 똘이와 욱이 눈이 기대감으로 다이아몬드 빛 광채를 발합니다.
늘 먹던 대로… 그 스타일 그대로! 변치 않은 그 맛 그대로… 수많은 위험을 물리치고 달려온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그 맛,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빨간 양념이 잘 버무려진 탱글탱글 쫄깃한 떡과 어묵의 조화로운 맛, 매콤해진 입안을 달래줄 삶은 달걀까지 곁들여진… 오래전 학교 앞 떡볶이가 생각나 침이 꼴딱 넘어가는 멋진 비주얼입니다.^^
한입 맛본 순간 온 우주가 열리고 날개 없이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 익숙한 그 맛, 콧구멍이 하트 모양으로 뿅뿅 열리고 두 눈에서는 눈물까지 주르르 흘러내리는 똘이와 욱이의 표정이 너무나 리얼하군요.^^
만난 떡볶이를 먹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 된 똘이와 욱이는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만나 떡볶이를 먹었으니 돌아가는 길 따위 이제 걱정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정말 소중한 하루였어요.
내일은 또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림책의 묘미는 똘이와 욱이가 건너온 ‘무시무시 숲’, ‘마녀탕’, ‘악마의 입’의 실체랍니다. 그토록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통과했던 그곳의 정체는 그림책을 통해 꼭 확인해 보세요~
어찌 보면 어른들의 눈에는 쓸데없이 디테일하게까지 보이는 떡볶이집까지의 똘이와 욱이의 고군분투 모험담이 유쾌하고 천진난만하게 펼쳐지는 그림책 “소중한 하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두렵고 무서운 마음을 이겨내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두 아이, 그러는 동안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돈독한 우정까지 다져가는 똘이와 욱이의 하루 속에 오랜 추억 속 친구들이, 그 시절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소중하고 감사한 오늘 하루를 헤쳐온 아이들이, 우리들이 참 대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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