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다이빙
책표지 : Daum 책
3초 다이빙

글/그림 정진호 | 스콜라
(발행 : 2018/02/22)


다이빙하는 아이 옆에 세로로 길게 쓴 “3초 다이빙”이라는 다소 독특한 그림책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출렁이는 물 위로 뛰어내리는 중에도 뭔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 모습도 눈길을 끕니다. “3초 다이빙” 독특한 시각으로 그림책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정진호 작가의 신작입니다. 3초 다이빙이 뭘까요? 궁금하신 분들 모두 모여 보세요~

3초 다이빙

표지 그림을 보고 짐작했듯이 이 그림책의 배경은 수영장입니다. 파란 물이 출렁이는 수영장, 파란색 계단, 파란 줄무늬 수영모, 온통 파란색으로 가득합니다. 다이빙대로 향하는 계단을 바라보면서 아이가 고백하듯 한 마디 내뱉었어요.

나는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잘 하는 게 없는 것 같다’는 아이 말이 뭔가 굉장히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아이 혼자 있는 텅 빈 수영장은 너무 을씨년스러워 보이고 올라서야 할 계단은 너무나 까마득해 보여요.

3초 다이빙

계단을 오르면서 아이는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달리기에서는 1등을 해 본 적이 없는 아이는 늘 느리다는 말을 들어왔대요. ‘다 먹었니?’라는 말을 번번이 들어야 할만큼 밥 먹는 것도 느리고, 수학은 생각만 해도 깜짝 놀랄 만큼 자신이 없어요. 자기가 응원하는 야구팀은 늘 경기에서 지기만 하죠. 계단을 오르는 아이 앞에 늘 힘겹고 어렵게 여겨졌던 현실들이 환상처럼 펼쳐집니다. 그 환상과 마주치면서 걸어나가던 아이는 돌려차기 한 방이면 누구든지 이길 수 있다는 태권도 사범님의 말을 떠올리며 생각했어요.

하지만 난 이기고 싶지 않아.

이기고 싶지 않은 이유는 간단해요.

3초 다이빙

왜냐하면
누군가는
꼭 져야 하니까.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패자가 있는 법이죠. 어지럽게 뱅글뱅글 도는 구조의 계단이 어렵고 복잡한 경쟁 구도 한복판에서 늘 갈등하는 아이의 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줄곧 옆모습만 보이던 아이를 이 장면에서는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본 각도로 보여주고 있어요. 이긴 아이를 올려다보는 나머지 아이들의 시선은 이런 것이겠죠.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아이 역시 그리 행복한 표정은 아니에요. 언제라도 다시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고, 또 이만큼 올라왔지만 여전히 올라야 할 길은 까마득하기 때문 아닐까요?

지고 이기는 것을 떠나 아이가 선택한 것은 ‘다이빙’이에요. 성큼성큼 다이빙대로 발을 내딛는 아이 표정이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 보입니다.

3초 다이빙

아이 혼자일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다이빙대에 선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마른 아이, 통통한 아이, 작은 아이까지 아이들 셋이 나란히 다이빙대에 섰어요. 아이 표정이 한결 더 밝아졌습니다.

무릎을 모으고 앉은 자세로 기분 좋게 뛰어내린 아이, 양팔과 두 다리를 쭉 뻗으며 힘차게 뛰어내린 아이, 제법 날렵한 다이빙 자세로 뛰어내린 아이.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수영복을 입은 세 아이가 하나, 둘, 셋을 힘차게 외치며 동시에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렸어요.

3초 다이빙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푸~~~~~~웅덩!

아이들 몸집에 따라 물보라의 크기도 제각각입니다. 함께 만들어낸 커다란 소리에 마음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 잠시 후 물 밖으로 얼굴을 내민 세 명의 아이들이 싱긋 웃고 있어요. 세상 편해진 표정으로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가 말해요.

우리 모두 3초면
같이 웃을 수 있는걸.

아하! 크건 작건 뚱뚱하건 말랐건 함께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은 3초면 가능하군요. 3초 다이빙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아이처럼 미소 짓습니다. 하나 둘 셋 3초는 짧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지속됩니다. 마음이 봄 햇살처럼 따뜻해집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죠. 잠시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면 모두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그림책 “3초 다이빙”, 다양한 각도에서 그린 그림 속에 수많은 의미를 담아내는 재주가 남다른 정진호 작가의 참신한 시각과 관점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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