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기다립니다

오늘도 기다립니다

글/그림 정혜경 | 한울림어린이
(발행 : 2020/07/21)


인형 뽑기에 푹 빠진 할아버지의 표정에 설렘이 가득합니다. 이 표정 하나만으로도 오늘이 바로 손주가 오는 날이겠구나, 오늘 소개할 이 그림책이 할아버지와 손주 사이의 이야기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을만큼 말이죠. 손녀가 놀러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쓸쓸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할아버지와 제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주는 할아버지랑 매일매일 함께 지내고 싶은 손녀의 사랑스러운 기다림을 담은 그림책 “오늘도 기다립니다”, 함께 보시죠.

오늘도 기다립니다

그림 왼쪽엔 엄마 아빠 아이 세 식구가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오른쪽엔 할아버지 혼자 더블베드 한쪽에 쓸쓸히 누워 있습니다.

나는 이제 혼자 삽니다.

할아버지의 쓸쓸한 한 마디, 아내를 떠나 보내고 홀로 남은 할아버지는 늘 손주들이 놀러오기만을 기다립니다. 엄마 아빠와 알콩달콩 티격태격 보내는 손녀딸의 일상은 통통 튀는 공처럼 경쾌합니다. 그 옆 페이지에서 또 다른 일상을 보내는 할아버지의 하루는 느리고 덤덤하지만 곧 손녀를 만난다는 설렘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기다립니다

할아버지에게도 유난히 시간이 더디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에요. 매일같이 기다리던 바로 그날, 손녀가 오는 날. 손으로는 빨래를 개면서도 고개가 빠지도록 현관문만 돌아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맘 한 구석 짠해집니다.

현관문만 돌아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맘 한 구석 짠해집니다.

드디어 도착한 아이들. 딸과 사위(혹은 아들 며느리)는 안중에도 없고 할아버지 눈에는 후다닥 달려와 안기는 손녀딸 밖에 안보입니다. 둘 사이에 색색깔 꽃가루와 휘황찬란한 폭죽이 터지는 바로 이 순간때문에 할아버지의 더디고 더딘 하루가 지루함이 아닌 설렘으로 가득할 수 있던 거겠죠.

오늘도 기다립니다

서로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둘이 만나 다정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귀가 어두워서 아이가 재잘대는 소리를 다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할아버지는 마음으로 다 알고 있습니다. 아이가 뭘 먹고 싶은지, 어떤 걸 사고 싶은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오늘도 기다립니다

그런 할아버지 마음도 몰라주고 손녀 딸내미는 조금만 서운해도 팩팩 토라집니다. 할아버지는 1분 1초가 아쉬운데 욘석은 그런 할아버지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기라도 하는지 아주 자신만만 아쉬울 게 조금도 없는 듯 굴어댑니다.

이럴 땐 할아버지의 새로운 취미가 한몫합니다. 떼쟁이 녀석 오면 주려고 요즘 인형 뽑기에 푹 빠져 계셨었거든요. 늘 성에 안차는 것들만 걸려 올라오더니 그동안 그토록 공을 들였던 아주 예쁜 인형을 어제 저녁에 드디어 뽑았는데, 잔뜩 삐친 손녀딸에겐 아주 특효약이겠죠? ^^

오늘도 기다립니다

둘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낸 후 이제 다시 헤어져야 할 시간. 아빠 등에 업힌 채 곤하게 잠이 든 아이,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자식들을 떠나보내는 할아버지, 그 뒤로 마루 가득 늘어놓은 아이의 장난감과 물건들이 보입니다. 다시 혼자가 될 할아버지는 장난감들 하나 하나 만지며 손녀딸 생각에 빠져들겠죠.

오늘도 기다립니다

오늘도 혼자 잠이 듭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나는 기다리는 걸 잘하거든요.

다시 더블베드 한 켠에 누운 할아버지. 어둠으로 가득한 휑한 공간에 외로이 누워 또 하루를 떠나 보내고 내일을 기다리며 잠을 청합니다. 내일도 또 그 다음 내일도 그날이 그날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며 할아버지는 기다립니다. 사랑스러운 손녀딸과의 행복한 하루를.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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