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싶어요
책표지 : 비룡소
춤 추고 싶어요

글/그림 김대규 | 비룡소


춤추고 싶어요

사자들 무리 속에 하루 종일 춤만 추는 사자가 있었대요. 밀림의 왕인 사자가 춤이나 추다니… 다른 사자들은 모두들 춤추는 사자를 한심하다고 놀렸습니다. 그런데 사냥꾼이 모여 사는 마을엔 하루 종일 피리만 불어대는 소년이 있었대요. 사냥꾼은 피리따위는 불지 않는다면서 모두들 이 소년을 비웃었습니다.

사뭇 진지한 사자와 소년의 표정 좀 보세요. 이렇게까지 열정적인데 왜 다른 친구들은 놀리기만 하는걸까요?

춤추고 싶어요

그래서 사자는 아무도 없는 들판에 나가 멋진 달빛 아래 춤을 추었어요. 검푸른 밤하늘을 비추는 달빛이 사자의 춤사위에 맞춰 함께 너울거리는 듯 하지 않나요? 소년도 아무도 없는 들판에 나가 피리를 불었어요. 초원의 풀들이 소년의 피리소리에 맞춰 이리저리 넘실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춤추고 싶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사자들과 사람들이 동시에 사냥을 하러 들판에 나갔어요. 오늘의 사냥감은 멀리서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는 ‘누’인가봐요. 모두가 사냥을 나선 이 순간에도 춤추는 사자와 피리 부는 소년은 끝없이 펼쳐진 초원 어디에선가 춤과 피리에 빠져 있겠죠?

춤추고 싶어요

그런데, 그 많은 누떼 중에서 사자들과 사냥꾼들은 하필이면 같은 녀석을 노렸나봐요. 양쪽에서 살금살금 다가가서 동시에 달려들었는데 그만 놓치고 말아요. 사냥감을 놓친 사자들과 사냥꾼들은 잔뜩 화가 나서는 서로를 탓하며 노려봅니다. 금방이라도 싸움이 시작될 것처럼 말이죠.

춤추고 싶어요

분노의 기운이 사자들과 사냥꾼들이 사는 초원에 잔뜩 드리운 것을 느끼고 사자들과 사람들이 점점 더 모여들어서 이제 전쟁을 피하는 건 쉽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금방이라도 서로에게 달려들어 물어 뜯고 창으로 찌를 것만 같은 바로 그 순간…

춤추고 싶어요

초원 어디에선가 울려 퍼지는 피리 소리. 소년의 피리 소리가 드넓은 초원으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신비로운 느낌으로 표현한 이 장면이 저는 이 그림책에서 가장 맘에 들더군요.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 사자들과 사냥꾼들 모두 피리 소리에 빠져 들면서 방금 전까지 그들이 벌이려던 전쟁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 버린 듯한 표정들…

그리고 저 멀리 나무 밑에서 이 광경을 지켜 보고 있는 사자 한마리. 바로 춤만 추는 사자네요. 소년의 피리 가락에 춤만 추는 사자는 자신의 열정을 감추지 못하고 뛰어 나와 함께 춤을 춥니다. 이제 초원은 소년의 피리 소리에 춤추는 사자의 열정까지 합쳐지면서 평화의 기운이 퍼쳐 나가기 시작합니다.

춤추고 싶어요

방금 전까지 서로를 죽일 듯 노려 보던 사자와 사냥꾼들은 온데간데 없고 모두들 사이 좋게 춤을 춥니다. 사자 한마리 한마리, 사냥꾼 한명 한명의 춤사위가 저마다 아주 흥겹고 재미납니다. 이렇게 한데 어우러져서 흥겹게 춤까지 췄으니 앞으로는 서로 싸움따위는 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겠죠? ^^

(데이비드 맥페일의 “세상을 바꾼 두더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두더지 몰이 자신의 바이올린 연주로 사람들 마음 깊은 곳의 분노와 슬픔을 녹여 버리는 상상을 하는 장면입니다.)


“춤추고 싶어요”를 만든 김대규 작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하다 뒤늦게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의 그림은 자신만의 개성이 담겨져 있어서 보는 내내 느낌이 참 좋더군요. 그림책 전체에 흐르는 갈색톤은 초원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주고 있고, 과감한 굵은 선과 세밀한 붓터치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서 사자와 사냥꾼 심지어는 초원을 뒤덮은 풀 한포기까지도 모두 살아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무엇보다도 이 그림책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잘 기획된 구성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처음 도입부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사용된 텍스트는 점차 최소화되고 그림만으로 긴장감의 고조와 갈등의 해소까지 풀어 나가는 잘 정돈된 구성이 이 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춤추고 싶어요
(좌) 앞쪽 편지 / (우) 뒷쪽 면지

“춤추고 싶어요”의 앞뒤 면지에는 각각 위와 같은 그림이 펼쳐져 있습니다. 앞쪽 면지에는 초원에 자리잡은 마을의 평화로운 광경을 담아냈고, 뒷쪽 면지에는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는 사자와 사냥꾼이 밤하늘의 별처럼 그려냈습니다. 두 그림 모두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상징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드는건 저뿐일까요?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아무도 없는 들판에 나가 춤을 추는 사자와 피리를 부는 소년을 보고 있자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에 열정을 다 하는 모습, 자기만의 꿈을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춤추고 싶어요

그리고 사자와 소년의 열정은 위 장면에서 절정을 이루고 그들의 꿈을 향한 열정이 세상을 변화시키게 됩니다. 소년과 사자는 얼굴 표정부터 춤사위까지 완벽하게 동화되어 있습니다. 소년의 음악이 분노와 증오를 누그러뜨리고, 사자의 평화의 몸짓이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과 창을 겨누던 사자들과 사람들을 한데 어우러져 춤추게 만드는 순간입니다.

한 사람의 꿈,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다 하는 삶, 우리 하나 하나가 그렇게 살아가며 이루는 작은 변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임을 보여 주는 그림책 “춤추고 싶어요”였습니다.


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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