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공장의 비밀

비단 공장의 비밀

글/그림 김유진 |
(출간:2020/10/31)


빨간 비단에 정성스레 새긴 금박의 제목이 화려한 표지. 어린 시절 머리에 드린 빨간 댕기가, 한복 치마 끝자락에서 화려하게 빛나던 금박 무늬가, 세뱃돈으로 빵빵했던 빨간 복주머니가 생각납니다. 금박 무늬 이리저리 햇빛에 비춰보고 행여나 지워질까 조심스레 만져보았던 어린 날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림책을 펼쳐봅니다.

※ 위로 펼치는 형식의 그림책이라 이미지가 세로로 길어서 그림을 두 장씩 묶어 편집했습니다. 아래 그림들의 까만 배경은 시인성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며 그림책 원본과는 무관합니다.

비단 공장의 비밀

기상을 알리는 요란한 나팔 소리에 잠을 깬 고양이들의 심드렁한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오늘 아침 막 깨어났을 때 내 표정도 저랬을까 싶어 풋! 하고 웃었어요.😁 비장한 표정으로 아침 식사를 한 고양이들이 다 함께 어딘가로 향하는데요. 수많은 고양이 무리들 가운데서도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무채색 고양이 무리들 속 강렬한 눈빛을 가진 검은 고양이, 찾았나요? 지금부터 이 고양이를 주목해 주세요.

달빛은 하늘을 채우고,
발 끝엔 이슬이 차이네.

든든히 배를 채운 고양이들이 일렬로 향하는 곳은 어느 궁전, 어스름 그믐달 밤의 궁전은 환상적으로 보입니다. 여긴 어디일까? 분위기 가득한 시처럼 쓴 짧은 글은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아요. 화면을 가득 채우는 환상적인 그림이 모든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을 뿐.

비단 공장의 비밀

이곳은 겉에서 보면 궁전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실체는 체계가 아주 잘 잡힌 공장이에요. 이 공장에서 만드는 건 시간의 비단. 시간의 비단이란 무엇일까요?

고양이들은 지하 2층부터 꼭대기 층까지 각자의 자리로 가서 분주하게 일을 시작합니다. 각 층별로 모두 맡은 역할이 있어요. 지하에서 일하는 고양이는 석탄을 캐내 공장에 에너지를 제공해요. 맑은 샘물을 퍼 올리는 고양이, 달빛과 이슬로 실을 물들이는 고양이, 하자가 난 공장 이곳저곳을 보수하는 고양이. 야간조 고양이들이 퇴근하면 주간조 고양이들이 교대해 하던 일을 이어갑니다. 밤에 증기 발전소의 힘으로 돌아갔던 공장은 낮이 되면 태양열의 힘으로 돌아갑니다.

필요한 자리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고양이들. 공장 곳곳에서 시크하면서 도도하고 부지런한 매력만점의 고양이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비단 공장의 비밀

비밀로 가득한 꼭대기 층의 책임자는 강렬한 눈빛의 검은 고양이예요. 밤낮없이 일하는 부지런한 검은 고양이의 베틀질로 베틀의 방에 붉은 비단이 가득 쌓여갑니다.

자, 이제 때가 되었어요. 무거운 대포를 간신히 들고 꼭대기로 오르는 고양이들, 팡팡 대포가 터집니다. 베틀의 방을 가득 채운 붉은 비단이 폭죽처럼 터져나갑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그 화려한 비단의 정체는…

새벽을 밀어낸 장미의 숲!

펼침 화면 가득 수놓은 화려한 붉은 장미, 장미 한 송이에는 세상 모든 이들의 숨결과 정성과 노고, 기다림이 들어있답니다. 검은 하늘에 활짝 핀 장미 한 송이, 그림책으로 꼭 확인해 보세요.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숨멎’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리듬감 가득한 아름다운 시어, 섬세한 그림으로 환상의 공간을 멋지게 빚어낸 그림책 “비단 공장의 비밀”, 고양이들의 땀과 열정으로 빚어낸 붉은 비단이 새벽 공기를 가르며 활짝 펼쳐지는 순간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세상 모든 것이 귀하고 소중합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닌 건 없어요.

이 선주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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