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새의 노래

동박새의 노래

박윤규 | 그림 조수진 | 봄봄
(발행 : 2021/04/23)


동박새를 본 적 있나요? 따뜻한 남쪽 지방에 서식하는 동박새는 동백꽃의 꿀을 좋아해서 동백나무 근처에서 자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동박새가 동백꽃 꿀을 먹으면서 꽃가루를 옮겨준 덕분에 이듬해에도 동백나무가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해요. 이렇게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동박새와 동백나무 사이 얽힌 전설도 많이 있다고 하는데요. “동박새의 노래”는 그 전설들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그림책입니다.

동박새의 노래

옛날 옛적 욕심 많고 포악한 왕이 살고 있었어요. 왕위를 물려줄 자식이 없었던 왕에게는 백성들의 사랑을 받는 인품이 훌륭한 동생이 있었어요. 백성들은 내심 왕의 동생이나 효심 깊은 왕의 조카가 왕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답니다. 이 소문은 왕의 귀에 들어갔고 포악한 왕은 동생에게 사자를 보내 명령했어요.

“조카들 중 똑똑한 아이에게 임금 자리를 물려주려고 하니 함께 궁궐로 들어오라.”

형의 뻔한 속내를 알아차린 동생은 자신의 두 아들을 깊은 산으로 들여보내며 절대 산에서 나오면 안 된다고 일러두었어요. 푸르스름한 어둠에 휩싸인 달밤, 멀리 떠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두 아들, 그 스산한 풍경이 이들의 슬픈 앞날을 예견하는 듯 보입니다.
동박새의 노래

동생이 아들들을 빼돌렸다는 사실에 왕은 불같이 화를 내며 한 달 안에 조카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그 아비를 죽이겠다고 말했어요. 결국 효심 깊은 두 아들은 궁궐로 찾아왔고 왕은 자신을 속인 죄를 물으며 동생에게 직접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아들을 죽이지 않으면 동생의 모든 가족을 죽이겠다는 왕, 결국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었던 동생은 왕이 내어준 칼로 자신의 심장을 찌르고 말았어요. 죽은 아버지를 안고 눈물을 흘리다 쓰러진 두 아들은 조그만 새가 되었습니다.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자 화를 주체하지 못한 왕은 이들을 맞추기 위해 활을 쏘다 번개에 맞아 까맣게 타죽었지요.

작은 새가 날아간 하늘에 갑자기 까맣게 몰려든 구름, 그리고 포악한 왕을 향한 준엄한 응징. 하늘도 억울한 죽음 앞에 무심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동박새의 노래

어질고 착한 동생이 심장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졌던 자리에 푸른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났어요.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 않는 나무, 바로 동백나무입니다. 겨울이 끝날 무렵 동백나무가 빨간 꽃을 피우자 하늘에서 예쁜 새 두 마리가 날아왔어요. 동백나무를 지키는 그 새를 사람들은 동박새라고 불렀습니다. 동박새가 동백나무 씨앗을 두루두루 퍼뜨린 덕분에 동백나무가 점점 늘어났고 사람들은 그 지극한 사랑을 기억하며 동백나무를 정성껏 가꾸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동박새가 노래하는 곳에는 다툼은 사라지고 사랑만 가득하게 되었답니다.

모든 생명들이 휴식에 접어드는 추운 계절 홀로 피어나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동백꽃. 이른 봄 제주에서 본 샛노란 꽃술의 검붉은 동백꽃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그 아름다운 꽃에 이런 슬픈 전설이 서려 있었다는 걸 이 그림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봄이 오면 통으로 뚝뚝 떨어져 내리는 동백꽃은 살아생전 못다 내어준 아버지의 애절한 마음일까요? 슬픔의 눈물일까요?

울음소리가 곱고 청아한 동박새 울음소리 궁금한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전설을 알고 들어보니 그 맑고 청아한 동박새 소리에 어려 있는 회한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동백꽃과 동박새에 얽힌 슬픈 전설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동박새의 노래”, 커다란 판형에 고풍스러운 느낌을 살려 누가 봐도 옛날 이야기 한 편 담겨 있을 법하게 디자인한 이 그림책은 단아하면서 정성 가득한 그림들이 옛이야기의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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