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은 기존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프로그램을 부분 수정 보완한 프로그램입니다. 기존 프로그램이 비슷한 주제의 그림책 두세 권을 읽고 그림책 소재나 주제로 만들기, 그리기 위주의 수업을 진행했다면 새롭게 구성한 “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은 그림책 한 권을 읽고 아이들과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질문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보는 시간을 넣었다는 점입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수업이 줌(Zoom)으로 진행되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인데 두 시간이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까 우려했지만 예상과 달리 아이들이 끝까지 진지하게 수업에 임해 적잖이 놀랐습니다.

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
줌(Zooom)으로 진행한 어린이 그림책 수업 “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

노트북 작은 화면 너머, 아이들의 진지함이 느껴지나요? 만들기 시간이면 입 삐죽 내밀고 집중하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내내 눈웃음 짓다 보니 수업 끝나고 나면 얼굴에 경련이 일어나곤 했어요. ^^

돌발 사고 등 다양한 변수가 많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림책 수업은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해요. 줌(Zoom)으로 진행하는 그림책 수업은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어요. 제가 아이들 곁에 없어도 수업을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혹시 모를 사고는 없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수업을 하면서 놀랐던 건 아이들이 아주 작은 규칙도 잘 따르고 지킨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가끔씩 화면 너머 수줍게 스쳐 지나가는 마법의 손길(카메라 앵글 밖에 숨어서 대기하고 있는 엄마 아빠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수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집에 있으면서도 꼬박 ‘선생님, 저 잠깐 물 좀 마시고 와도 돼요?’, ‘선생님, 화장실 갔다 와도 돼요?’, ‘선생님, 쉬는 시간인데 쉬지 않고 이거 계속 만들고 있어도 돼요?’ 허락을 받는가 하면 요런 말도 들었어요. ‘선생님, 이 수업 계속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나 지금 이 소원 빌었어요’… 아, 예쁜 나의 심장 도둑들!😍 랜선 넘어 전해지는 아이들의 맑은 에너지!

늦가을 잠시 코로나가 주춤했을 때 직접 아이들과 대면 수업을 한차례 진행할 수 있었어요.

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
정선 임계초등학교

정선 임계 초등학교 선생님의 초대로 1,2학년 친구들과 2시간 동안 ‘우리는 친구’를 주제로 “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특강을 진행했습니다.

반짝반짝 초롱초롱 눈에 별을 달고 오는 아이들. 조롱조롱 모여앉은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다 보면 꼭 이런 일이 생겨나곤 해요. 그림책에 과몰입한 흥분한 친구가 벌떡 일어나고 그러면 그 근처 있던 아이들이 앞을 가렸다면서 ‘야아, 앉아!’하고 소리치는… ^^

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
1학년 그림책 수업 중

2회 이상 수업을 함께하다 보면 아이들도 어색함을 풀고 가까이 다가오는데 아무래도 첫 수업은 다들 살짝 낯가림을 합니다. 그래서 한 번의 수업으로 끝나는 특강은 늘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책 한 권 함께 읽고 나면 처음의 낯가림은 조금 누그러들고 종알종알 이야기를 꺼내놓기도 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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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별로 표정을 그려넣은 워크북

왜 이런 표정을 그렸는지 이유를 또박또박 설명하는 아이의 마스크 너머 눈빛은 무척이나 진지합니다. 발표하는 친구 가까이에서 워크북을 구경하는 아이들 눈빛은 또 얼마나 초롱초롱한지 몰라요.

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

자신의 이름에 있는 ‘예’자를 따서 붙여준 달팽이 이름은 예은이, 달팽이가 동생이라 생각해서 돌림자를 넣었대요. 별처럼 귀여워서 별이라 붙여준 달팽이. 들어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이유가 담겨있어요.

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

‘달팽이 꼬리 쪽에 입으로 바람 불어서 친구들이랑 달팽이 달리기 시합해봐’하고 말했더니 ‘마스크 꼈는데 어떻게 바람을 불어요?’하고 물어 당황했어요. 수업이 끝날 무렵 우린 이렇게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

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
의젓한 2학년들과 함께한 그림책 수업

1학년인데 다들 참 의젓하네 생각했는데 둘째 시간에 만난 2학년 친구들은 정말 더 큰 형님 같았어요. 1학년과 2학년 차이가 굉장히 크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이날 2학년은 ‘우리는 친구’라는 수업 주제에 맞춘 그림책을 읽고 독후 활동지로 이야기를 나눈 후 서로 손잡은 종이 인형을 2개씩 그려 친구들이 만든 종이 인형과 잇는 미션을 수행했어요.

재미있는 그림책 생각하는 그림책
도서관 서가에 손잡은 인형이 나란히 나란히.

‘선생님, 내 인형은 꼭 OO이 옆에 붙여 주세요’, ‘내꺼는 가운데 붙이고 싶어요’, ‘와, 이거 이쁘다. 나도 이렇게 할걸’ 쏟아지는 이야기들. 어른들 대상 수업보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어린이 그림책 수업, 하지만 쏟아낸 에너지만큼 아이들로부터 더 큰 기운을 얻게 됩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라고 생각할 만큼 두 시간이 뚝딱~ 흘러가 버립니다.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늘 다음 번 수업을 생각해요. 다음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바꾸어 봐야겠다. 이걸 한 번 새로 시도해 봐야겠네. 이 모든 게 우리 아이들이 가르쳐 준 거예요. ^^

지금까지 가온빛 그림책 수업은 도서관이나 학교 등 기관 요청이 있을 때 진행해왔어요. 올해부터는 가온빛에서 직접 수강 신청을 받아서 그림책 수업을 진행해 볼 예정입니다. 어린이와 함께하는 그림책 수업, 기대해 주세요. ^^

이 선주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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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
파피루스
2021/03/16 10:07

회원을 대상으로 줌 수업을 하실 의향은 없는지요?
물론 가온빛에서 언급하지 않은 그림책으로요
강의비는 따로 받으시구요
한 번 생각해보심 좋겠어요

가온빛지기
Admin
2021/03/17 08:09
답글 to  파피루스

파피루스님 반갑습니다!
그동안은 학교나 도서관, 독서모임 등이 초대를 받아서 수업을 진행해왔는데, 앞으로는 가온빛 자체적으로 여는 수업도 진행해보려고 준비중입니다.
오픈하면 가온빛 웹사이트와 뉴스레터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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