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방

풍선에 매달려 날아가는 가방을 보면서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누구 가방이지? 저렇게 날아가도 괜찮을까? 괜스레 조바심이 쳐집니다.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참새는 조바심을 치며 풍선을 따라 바쁘게 날아가고 있고 고양이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아이를 흘끔 쳐다보고 있어요.

시무룩한 얼굴로 교실 책상에 엎드려 있던 아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신나야 할 텐데 아이 표정은 영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가방 무게를 못 견뎌 하던 아이는 커다란 풍선을 발견하자 이내 표정이 환해졌어요. 커다란 풍선 줄에 가방을 매달아 멀리멀리 가방을 날려 보내며 아주 후련하다는 표정을 짓는 아이. 가방과 함께 아이의 무거운 마음도 훨훨 날아간 것일까요?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풍선이 빵 터지면서 가방이 다시 떨어져 버렸거든요. 아이는 무겁고 귀찮은 가방을 떼어버리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요리조리 궁리를 거듭합니다. 재활용품 상자에도 슬쩍 던져 보고 쓰레기통에도 버려보았어요. 가방만 사라지면 아이는 밝게 변하지만 어쩐 일인지 가방을 버리는 일은 쉽지 않아요.

오늘따라 아이는 왜 이리도 가방을 무겁게 느꼈던 걸까요?

잔소리를 늘어놓던 엄마가 가방을 열어 보니 그 속에서 20점짜리 시험지가 나왔어요. 너무나도 가벼운 시험 점수 때문에 오늘 유달리 무거워진 아이의 가방. 흠~ 이 녀석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엄마는 마침내 결심합니다.

캄캄한 밤, 엄마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재봉틀 앞에 앉아 무언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무거운 아이의 가방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서였죠. 세상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

엄마는 무거운 가방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다음 날 아이의 등굣길은 아주 가뿐해집니다. 사뿐사뿐 학교로 향하는 아이, 세상 모든 아이의 등굣길이 저리 가뿐했으면 좋겠습니다.

늦은 밤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햄버거를 들고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어린아이 얼굴이 그림책 속 아이 얼굴과 겹쳐집니다. 등수나 점수 따위 집착하지 말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고,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없는 어른이어서 부끄러웠던 그날이 떠오릅니다.


행복한 가방
책표지 : Daum 책
행복한 가방

글/그림 김정민 | 북극곰
(발행 : 2018/03/21)

“행복한 가방”은 그림으로 전달하는 간결한 스토리 속에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아이들 마음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할 때 우리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차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위험한 것, 불안한 것, 싫은 것으로부터 벗어나고픈 것이 우리의 본능입니다. 그림책 속 아이도 그렇습니다. 성적이라는 잣대로 자신을 형편없이 쪼그라들게 만들어 버린 시험지가 든 가방은 커다란 압박감으로 아이를 짓누릅니다. 결국 그 가방을 벗어버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지켜보는 우리로 하여금 자꾸만 어색한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 ‘더 나은 너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게 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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