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오늘은 무엇을 그려 볼까?’
천천히 그리기도 하고 빨리 그리기도 합니다.
신이 나서 그리기도 하고
밤, 낮도 더위와 추위도 모르는 척 그리다가
어떤 날은 막막하기도 합니다.
그런 날은 그만 그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고 그런 날이 있을까요?

긴 하루 한 숨 자고, 새 하루가 시작되면
다시 오늘을 그립니다.

작업실로 향하는 출근길 작가를 둘러싼 인파, 눈에 들어오는 일상의 풍경들,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은 언제나 작가를 들뜨게 합니다. 작업실에 도착해 차 한 잔 마시며 오늘 그릴 그림을 마음으로 그려봅니다. 출근길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손에 착착 감기는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펜과 종이가 자꾸만 겉돕니다.

머리도 식힐 겸 나선 산책길에 만나는 이웃들의 분주함, 도서관에서 만난 멋진 책 한 권, 막막했던 마음이 서서히 맑아지고 나면 작가 자신도 모르게 이미 작업실로 향하고 있는 발걸음. 다시 한 장 또 한 장 그림을 그립니다. 시간이 흐르고 작가의 그림이 흐릅니다.

종이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보니 밤이 깊었습니다. 막차를 놓칠새라 서둘러 작업하던 것들을 정리하고 부랴부랴 전철역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숨 푹 자고 나면 작가의 또 다른 새 하루가 시작되겠지요. 그렇게 그려낸 작가의 하루 하루가 그림책을 보는 우리들의 내일이 될테구요.

그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작가의 하루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림책 “하루”입니다.


하루

하루

글/그림 강혜진 | 논장
(발행 : 2018/11/26)

“하루”는 한 권의 그림책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열정, 수많은 시행착오와 뼈를 깎는 노력, 그리고 작가의 고뇌가 담겨 있는지를 담담하게 그려낸 책입니다. 작가와 작업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와 재료들, 작업실 창 밖으로 지나는 이웃들, 어떤 날은 의욕이 불타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무기력해지기도 하는 하루, 그렇게 작가와 세상의 하루가 쌓이고 쌓여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집니다.

“하루”는 강혜진 작가의 첫 그림책입니다. 그림책 말미의 작가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할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를 때, ‘하루 한 장씩이라도 그림을 그려 봐야지….’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가장 많이 그린 것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다 보면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들이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그림은 쌓여 가는데도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는 찾지 못한 채 헤매기를 몇 해째…

어느 날 사람들 사이에 저를 긜고, 제가 걷는 거리를 그리고, 때때로 드는 기분을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나를 그리고 그렇게 한 장 두 장 그렸더니 스르륵 넘길만큼 쌓여 첫 번째 책 “하루”가 되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몫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두의 하루가 반짝이기를 응원합니다.

– 강혜진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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