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와 병아리

그레그와 병아리

글/그림 박주현 | 우리나비
(발행 : 2018/12/14)


오늘은 지난 연말에 만난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할까 합니다. 가온빛지기들끼리 의견이 분분해서 ‘2018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후보작’에 올리지는 못하고 ‘작가의 첫 그림책’에만 추가했던 그림책 “그레그와 병아리”입니다.

그레그와 병아리

우중충한 집 안에 틀어박힌 채 홀로 살아가는 그레그.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손님 노란 병아리. 세상살이가 아직은 서툴러 외로운 그레그였지만, 낯선 손님 역시 어색하긴 매한가지입니다. 노란 병아리가 살갑게 다가설 때마다 그레그는 그런 병아리를 번번이 밀어내기만 합니다.

그렇게 어색한 두 친구의 묘한 동거가 시작된 후 어느 날 노란 병아리는 방 안에서 혼자 울고 있는 그레그를 발견합니다. 그레그의 하얀 몸뚱아리가 눈물로 가득 차오르는 것을 보고 놀란 병아리는 달려가 그레그의 다리를 쪼아댑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은 그레그였지만 이번에도 병아리의 손길을 뿌리칩니다.

울다 지쳐 잠들었던 그레그가 눈을 떠보니 어느새 곁에 다가와 잠든 노란 병아리. 그리고 병아리가 쪼아댄 덕분에 자신의 몸이 물에 차올라 터져버리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은 그레그는 자신의 침대에서 곤히 잠든 병아리를 꼬옥 안아줍니다. 따스한 온기에 깨어난 병아리 역시 그레그의 품에 폭 안깁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떠올렸을 때 저는 우울함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때 그레그의 생김새가 가장 먼저 떠올랐고, 까만 눈동자의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바로 이야기를 만들고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그 뒤로 지치거나 우울할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위안을 얻었습니다. 주인공 그레그는 저 자신인 것 같기도 합니다. 병아리는 가족과 친구들이고요. 요즘은 가끔 그레그가 제 몸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제가 그레그 이야기를 만들어 가며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이 책을 읽고 저와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분들도 언젠가 여러분의 병아리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2018년 10월 박주현

그레그와 노란 병아리 두 주인공처럼 조금은 서툴고 투박한 그림책이지만 녹녹치 않은 세상살이에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에게 위로 받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 그런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주려는 마음만큼은 잘 전달되는 그림책입니다.

1999년 생, 이제 겨우 스물의 나이를 넘긴 작가의 바람처럼 이 그림책 “그레그와 병아리”가 누군가에게 위로와 따스한 포옹을 선물하는 노란 병아리가 되기를 작가보다 한 살 많은 딸을 둔 아빠의 마음으로 바라며 가온빛 독자분들에게 소개합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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