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믐날 밤

5월 초하루는 참말 새 세상이 열리는 첫날이었습니다.

온세상이 잠든 한밤중에 홀로 마당에 나선 아이. 어디서인지 어린 아가의 숨소리보다도 가늘게 속살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디서 나는가 귀기울여보니 담 밑 풀밭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가만히 다가가 꽃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뭔가 아주 큰 잔치를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고운 보랏빛 치마를 입은 앉은뱅이 꽃, 보라 옷을 입은 진달래꽃, 노란 젓나무, 분홍 치마 다림질 하는 복사꽃, 이슬로 술을 담그느라 여념 없는 할미꽃, 개구리가 끄는 인력거를 타고 나타난 참새, 자전거를 타고 온 다리 긴 제비, 알록달록 나비, 노란 새 옷을 화려하게 차려 입은 꾀꼬리…

4월 그믐날 밤 꽃과 곤충과 새들이 준비하는 잔치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1년중 햇볕이 가장 찬란한 5월, 자연은 푸르르고 새들이 지저귀는 5월의 주인공은 바로 어린이입니다. 방정환 선생님이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이라고 말했던 바로 그 어린이입니다.

잔치 준비에 잔뜩 들뜬 자연을 통해 방정환 선생님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새로운 세상입니다. 선생님이 그토록 소중하고 귀하게 여겼던 어린이들이 장차 열어줄 새로운 세상입니다.

새로운 세상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자연의 수많은 구성원들이 모여 잔치를 준비하고 마침내 찬란하게 열리는 축제의 모든 과정은 구성원 하나하나가 각자의 본분을 다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돌아보고 서로 챙겨주는 모습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새 세상을 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화합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방정환 선생님의 가르침 아닐까요?

가장 어두운 밤의 한복판에서 찬란한 아침을 기다리는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어린이가 자유로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새 세상을 열어줄 수 있기를 꿈꾸는 그림책 “4월 그믐날 밤”입니다.


4월 그믐날 밤

4월 그믐날 밤

방정환 | 그림 허구 | 길벗어린이
(2022/05/05)

“4월 그믐날 밤”은 방정환 선생님의 동명의 동화를 허구 작가의 그림으로 되살려낸 그림책입니다. 새로운 계절의 눈부신 시작을 기다리는 설렘 가득한 4월 그믐날 밤의 자연 풍경을 통해 어린이의 순수하고 솔직한 감정과 내일의 희망을 그려냈습니다.

참고로 원작 “4월 그믐날 밤”은 1924년 5월 <어린이> 2권 5호에 발표한 단편 동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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