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1등만 했대요.

나는 우리 아빠 아들,

아빠는 진짜 진짜 우리 아빠!

아빠와 나는 똑! 꼭! 쑤욱! 찰싹! 닮았어요.

아빠의 엄청난 비밀을 밝혔으니

내가 아빠보다 조금 더 똑똑한가요?

헤헤헤, 아빠 미안!

아빠는 학창시절 받아쓰기도 일 등,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도 일 등, 반찬 골고루 먹는 것도 일 등, 그래서 건강도 일 등, 책도 진짜 진짜 많이 읽어서 독후감 쓰기도 일 등, 게다 운동까지 잘해서 알통대장이었던 우리 아빠. 아빠는 무엇이든 일 등만 했답니다.  내가 봐도 아빠와 나는 붕어빵인데, 우리 아빠는 어렸을 때 뭐든 일 등이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할까요?

암만 봐도 알 수가 없어요. 현호가 보는 아빠는 틈만 나면 벌러덩 누워 자고, 양말 벗으면 킁킁 냄새 맡는 우리 아빠가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니, 줄넘기 백 번도 못 하고 캑캑 거리는 아빠가 골고루 잘 먹어 건강 대장이었다니, 책 읽다가 책 베고 코 골며 잠만 자는 아빠가 어렸을 때는 책 많이 읽어 독후감 쓰기도 일 등만 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현호는아빠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타임머신을 만들기로 했어요. ‘척척박사 따라 하기’라는 책을 보면서 만든 타임머신에는 온갖 재료가 다 들어가요. 전기공급용 전선은 기본이고, 거울, 안테나로 쓸 옷걸이, 마이크가 달린 주파수 잡는 라디오 선까지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재료는 아빠의 어릴 적 사진과 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타임머신을 통해 본 아빠는 꼬추받, 암녹깡, 하라버지, 바두기라고 받아쓰기를 해서 받아 쓰기 0점을 받았네요.^^ 여자 아이 앞에서 말도 잘 못하는 부끄럼쟁이 일 등이구요. 그 뿐인가요? 반찬 골라 먹기도 일 등, 책읽는 척 하다 할머니만 나가시면 텔레비전에만 빠져있는 아빠는 책 읽는 척하기 일 등… 아하~ 아빠가 일 등은 일 등이었군요. ^^

아빠도 어렸을 때 현호와 똑같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현호는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빠가 왠지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네요. 심지어 아빠와 함께 줄넘기를 하면서 내가 아빠보다 조금 더 똑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는 현호. 아빠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있겠죠? ^^

현실의 모습에서 아빠가 예전에 뭐든 일 등이었다는 사실이 이상하기만 한 현호가 타임머신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아빠의 과거를 만나는 장면은 참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현호가 만든 타임머신이라는 것은 아빠의 어린 시절 일기장과 앨범,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큰아빠 등의 기억 속에서 나온 것들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호한테 당신이 만날 일 등만 했다고 하지 마요. 우리 현호 기죽어요.”

“아니야, 그래야 현호가 나를 본받아서 뭐든 잘하지!”

아빠의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이었을까요? 집안마다 아빠는 1등만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요? 아빠 뿐 아니라 엄마도 그런다구요? ^^


아빠는 1등만 했대요
책표지 : Daum 책
아빠는 1등만 했대요

글 노경실 | 그림 김진화 | 시공주니어

어린 시절 아빠는 아이들에게 ‘영웅’입니다. 무엇이든 척척 해내고 모르는 것 하나 없는 아빠,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나도 커서 아빠처럼 되겠다라거나 커서 아빠랑 결혼 하겠다라는 꿈을 갖기도 하죠. 하지만 조금씩 자라면서 아빠에대해 갖고 있던 영웅적 환상이 깨어져 버립니다. 환상이 깨어진다는 것이 나쁜 의미만은 아니예요. 우리 아이가 그만큼 자랐다는 것이니까요.

그림책 속 현호 역시 아빠를 영웅으로 바라보는 유아기적 사고에서 벗어나 아빠를 조금씩 의심하는 나이의 아이입니다. 아빠의 허세 때문에 주눅 들었던 현호는 현실의 아빠 모습을 보면서 아빠의 과거(?)를 의심하기 시작해요. 하지만 어린 시절의 아빠 모습에 실망을 한다기 보다 아빠 역시 어린 시절 지금의 자신과 똑같았다면서 오히려 안심하고 아빠에 대해 친밀감을 느낍니다. 그 모습이 바로 아빠와 신나게 줄넘기 하는 마지막 장면이랍니다. 아이는 이렇게 한층 성장하고 있는 것있겠죠.

재치 만점, 군더더기 없이 쓰여진 익살스러운 글에 일러스트와 사진을 결합해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 그 둘의 조화가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그림책 “아빠는 1등만 했대요”를 읽다보면, 시종일관 유쾌하게 웃다가도 가슴 한구석이 찡해져 옵니다.  나랑 똑! 꼭! 쑤욱! 찰싹! 닮은 우리 아빠 생각에 때문이겠죠?


테마가 있는 그림책: 세상의 모든 아빠를 위하여!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